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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

2019.10.21GQ

돌산을 누비고,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조련한 쉐보레 콜로라도. 물러서는 법이 없다.

크기 L5415 × W1830 × H1885mm
휠베이스 3258mm
공차중량 2035kg
엔진형식 V6 가솔린
배기량 3649cc
변속기 8단 자동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뒤)리프 스프링
타이어 (모두)255/65 R 17 구동방식 4WD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0kg·m
복합연비 8.3km/l
가격 3천8백55만원부터

고정 수요가 확실하다. 생각보다 소비층이 한정적이지도 않다. 이제 잠재력을 보유한 청정 지대는 픽업트럭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낯선 미지의 영역은 아니다. 쌍용이 이미 20여 년 전부터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있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분명 매력적인 차다. 데일리카로 활용할 수 있는 화물차이자 진입 장벽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픽업트럭의 발원지인 미국 쪽 시각은 조금 다르다. 적재와 견인력은 덧셈 뺄셈처럼 기본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고, 험악한 지형을 가볍게 뭉갤 듯한 오프로더로서의 능력까지 요구한다. 한 번에 많은 쇼핑을 해 차에 싣는 라이프스타일과 대배기량·고출력을 선호하는 취향이 더해져 지금의 ‘아메리칸 픽업트럭’의 개념이 정립됐다. 콜로라도를 처음 소개하는 날, 잘 닦인 포장도로가 아닌 첩첩산중에 테스트 코스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었다.

첫 번째 경로는 ‘범피 코스’였다. 접지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출이 가능한지 평가하는 구간이다. 좌우가 비대칭한 높은 둔덕이 연이어 이어졌다. 마음을 졸이며 서서히 전진하자 지형의 고저차로 인해 차체와 평정심이 동시에 기울었다. 결국 네 개의 바퀴 중 단 두 개만 지면을 온전히 밟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흔들 바위에 외발로 선 듯 아슬아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트럭터는 평온한 표정으로 가속페달을 밟으라고 재촉했다. 공중에 뜬 바퀴가 약 1초간 헛돌자 후륜 구동축 쪽에서 ‘툭툭툭’ 소리가 나며 ‘기계식 디퍼런셜 록’이 작동했다. 헛도는 바퀴에 몰린 구동력을 지면에 맞닿은 바퀴에 나눠 접지력을 확보했고, 이내 2톤이 넘는 거구가 가뿐히 위기를 탈출했다. 두 가지가 놀라웠다. 젖은 수건을 짜낼 때처럼 차체에 비틀리는 힘이 가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건한 섀시는 묘기에 가까운 기동을 가볍게 소화할 정도로 굳건했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서스펜션도 돋보였다. 무제한급 레슬러처럼 우람한 체격이지만, 하체는 발레리노처럼 유연하다.

범피 코스를 통과하자 ‘도강 코스’가 등장했다. 오프로드 주행 중 계곡 및 하천을 만났을 때를 가정해 성능을 평가할 수 있었다. 수심은 약 80센티미터. 허리춤까지 잠기는 깊이지만, 콜로라도는 자갈과 진흙으로 된 바닥을 헤집으며 장갑차처럼 전진했다. 내부로 들이차는 물은 한 방울도 없었다. 도어 하단까지 3중으로 실링 처리해 물이 스며들 틈을 꼼꼼하게 틀어막았다. 흙탕물로 질펀하게 샤워한 콜로라도는 물기가 마를 새도 없이 산꼭대기로 달렸다. 진창과 바위가 진로를 방해했고, 구덩이가 산재했다. 하지만 사륜구동에 20센티미터가 넘는 최저지상고의 콜로라도가 주저할 난코스는 없었다.

콜로라도가 국내에서 곧 보게 될 유일한 픽업 트럭은 아니다. 후속 주자들이 적절한 출시 시점을 가늠하며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지프와 포드가 가까운 시일 내에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고, 현대도 픽업트럭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쉐보레는 트랙스로 소형 SUV의 판을 벌여놓고 현대 코나와 쌍용 티볼리에 자리를 빼앗긴 과거가 있다. 바람잡이에 그치는 역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쉐보레는 재빨리 승기를 잡아야 한다.

미국에서 제조한 실질적인 수입차, 6기통 엔진, 장르적 특이성을 감안하면 가격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다른 차가 더 담지 못해 혈안인 첨단 전자장비에는 조금 인색했지만, 소프트웨어를 제압할 정도로 하드웨어가 두드러졌다. 실력을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콜로라도는 ‘조기 선택’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디딤돌처럼 놓인 오프로드용 사이드 스텝. 최상위 버전인 ‘익스트림-X’에 기본으로 장착된다.

17인치 휠에 굿이어의 ‘랭글러’ 타이어를 끼웠다. 웬만한 오프로드를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온로드 겸용 타이어.

인테리어는 다소 투박한 인상을 주지만, ‘1기능 1버튼’의 원리에 충실해 기능 조작이 간편하다.

지형에 따라 이륜구동 혹은 사륜구동으로 수동 조절할 수 있는 조그 다이얼.

리어 범퍼 양쪽 구석에 마련한 홈. 발을 디디면 화물 적재 칸으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익스트림-X’를 선택하면 쉐보레의 보타이 엠블럼이 새겨진 스테인리스 머플러 팁이 달린다

5.4미터가 넘는 차체 길이를 바탕으로 확보한 적재 용량은 최대 1170리터다. 픽업트럭은 종종 적재함 때문에 2열 승차 공간을 손해보는 경우가 있지만, 콜로라도는 성인 네 명이 타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에디터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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