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으로 배우는 실용회화 4 | 지큐 코리아 (GQ Korea)

[동백꽃 필 무렵]으로 배우는 실용회화 4

2019-10-24T14:59:13+00:00 |tv|

‘동백꽃 필 무렵’의 직설적인 대사들을 모았다. 이 말을 내뱉는 주인공들의 단단한 마음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활용하게 될지 모르는 세상이다.

동백 “저는 술만 팔아요. 이 안에서 살 수 있는 건 딱 술, 술뿐이에요.”
‘동백꽃 필 무렵’은 1회부터 드라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털어놓는다. 충청도의 작은 마을 옹산에서 까멜리아라는 술집을 운영하는 동백(공효진 분)은 향미(손담비 분)에게 “노 머니에 노 서비스가 아니라, 노 매너에 노 서비스”라고 강조하고, 예의 없는 손님의 예약은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이것은 까멜리아라는 공간에서 돈과 교환할 수 있는 재화는 유형의 재화, 즉 음식과 술뿐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음식과 술을 제공할 때는 친절하게 서비스하지만, 손님의 테이블에 앉아 술을 따라주고 받는 노동은 서비스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보이던 남성들의 그릇된 음주 문화를 지적하는 대사.

자영 “나 변호사인 건 알죠? 내가 그렇게 능력이 있어요. 그러니까, 법적 지원 필요하면 연락해요. 공짜야, 동백 씨는.”
자신이 하는 행동들이 성희롱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던 규태(오정세 분)는 동백에게 고소당할 상황에 놓이지만, 자신의 남편이 동백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생각했던 그의 아내 자영(염혜란 분)은 정작 동백이 당한 일들을 듣고 한순간에 마음을 바꾼다. 자신을 굳게 믿고 있는 자칭 ‘차기 옹산군수’가 아니라, 같은 여성으로서 불쾌한 일을 겪은 동백을 변호사인 자신이 돕기로 말이다. 그리고 이날 이후, 자영은 자신의 삶에도 변화를 만들어 낸다. “무료상담을 하게 될 줄도 몰랐거든요.” 자신에게 불합리하게 가해지는 시어머니의 ‘공짜’ 압박과 친절할 것을 요구받는 현실에 그는 이제 참지 않게 됐다. “예정에 없던 이벤트는 여기까지”다.

향미 “그러게 오빠 왜 헛짓거릴 해? 집에다 비단을 모셔두고 왜 삼베를 집어.”
이 드라마에서 가장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캐릭터인 향미는 수많은 한국 남성들이 갖고 있던 특권 의식과 성적 환상, 자기만족의 굴레를 한 번에 깨부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함께 수상스키를 타고 온 뒤 “오빠 군수 되면 나는 옹산 영부인이야?”라고 질문을 던지고, 당황하며 관계를 부정하는 규태에게 “스키는 탔지만 바람은 아니다? 오빠. 양아치는 군수 못 해”라고 무심히 쐐기를 박기까지. 자신이 해외로 가서 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남성을 이용하는 모습은 비판받을 수 있지만, “나는 오빠 존경해”라는 말에 쉽게 흔들리며 아내를 속이기까지 한 규태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자신을 삼베에 비유하며 자조적으로 구는 향미는, 역설적으로 비단보다도 값비싼 역할을 한다.

동백 “남이 불편할까봐 나를 낮췄고, 붙어보기도 전에 도망가는 게 편했다. 그런데 이제 그냥 하찮아지느니, 불편한 사람이 돼보기로 했다.”
전 애인 종렬(김지석 분)에게 아들에 대한 관심을 딱 잘라 거절하게 된 동백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도망치는 사람한텐 비상구는 없어. 나 다신 도망 안 가. 그러니까 니들 다, 까불지 마라.” 사람들에게 우습게 보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는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취객이 두려워서 지나가지 못했던 굴다리를 홀로 걷는다. 이런 동백과 만난 용식(강하늘 분)의 눈빛이 함께 빛나는 순간, 대사가 주는 감동은 몇 배로 커진다. 내레이션과 대사가 자연스럽게 섞이고, 각성한 동백을 바라보던 용식이 벅차오르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시작되는 키스신. 잠깐 사이에 시청자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감정을 몰아붙이던 드라마는 마침내 완성된 로맨스를 깜짝 선물처럼 내놓는다.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기를 원한다며 ‘임상춘’이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의 마음은 누구든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 드라마의 주제와 꼭 맞아떨어진다. 다만 촬영장의 장시간 노동과 계약 문제로 문제가 됐던 현실이 대본의 가치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드라마대로라면, 모두가 존중을 받아야 하는데 정작 그렇지 못한 현실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