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본 BTS 콘서트 비평 | 지큐 코리아 (GQ Korea)

눈 앞에서 본 BTS 콘서트 비평

2019-10-30T17:38:47+00:00 |music|

62회 만에 끝이 난 투어가, 이보다 완벽하게 끝날 수 있다는 걸 상상하기도 어렵다.

10월 29일에 열린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의 오프닝 흑백으로 된 공간에서 무표정인 멤버들이 걸어 나오는 모습이 담긴 VCR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흑백뿐이던 공간에 여러 가지 색이 물들기 시작하면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웃거나,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유로운 춤사위는 어느새 공연장 전체를 컬러풀하게 채우고, 일곱 명의 멤버는 각자의 색깔로 된 솔로 무대를 선보이기에 이른다.

제이홉이 ‘Just Dance’를 부를 때 온 세상은 붉은색과 흰색의 조합으로 화려하게 빛난다. 와인 빛깔이 도는 그의 수트는 네온의 푸른 조명으로 끝이 나고, 바로 이어지는 정국의 ‘Euphoria’ 무대는 내내 쏟아지는 푸른색과 흰색의 향연이다. 그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댄스 브레이크 구간, 와이어를 타고 팬들 위에서 날아다니는 동안에 황혼에 가까운 주홍빛을 띠다가도, 어느새 다시 물속을 연상시키는 푸른 바다로 들어온다. 지민은 ‘Serendipity’ 무대에서 맑은 바닷물 안에 들어있는 인어처럼 푸른 빛 안에서, 비눗방울에 묻혀 “푸른 곰팡이”, “삼색 고양이”가 되었다고 노래하고, RM은 아예 청록색으로 무대를 시작한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개인 무대는 모두 앞서 솔로곡을 보여준 멤버들의 색깔을 합치고, 섞어 만들어진 것이다. 어느 하나 튀는 무대 없이, 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에게 섞인다.

대부분의 아이돌 콘서트는 첫 콘서트 때부터 개인 무대가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 이는 팬서비스 차원의 것이기도 하며, 부족한 콘서트 넘버를 메우기 위한 선택일 때도 있다. 또한 멤버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각 무대 간의 연계성을 중시한다기보다 멤버 개인의 장점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하고, 전체 콘서트 세트리스트에서 “왜 저 무대가 들어갔지?”라는 의아함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개인 무대 없이 매년 콘서트를 진행하다가, ‘WINGS’ 앨범에서 갑자기 멤버 모두의 솔로곡을 실었다. 이는 팀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있어서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이후 진행된 콘서트에서부터 그들의 솔로곡이 무대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의 앙코르 무대는 오색창연하다고 느낄 정도로 화려하게 조명을 활용한 ‘앙팡맨’으로 시작된다. 콘서트의 3막처럼 느껴지는 이 앙코르 무대는 2막의 끝이 오프닝 때처럼 흑백을 활용한 ‘MIC DROP’부터 온통 붉은색으로 연출한 ‘IDOL’이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멤버들 개인의 무대가 모두 다른 색으로, 하지만 서로가 연관성을 띠는 색으로 연결되고 난 뒤, 마침내 그들은 흑백과 붉은색, 즉 모든 색을 흡수해버리는 색을 선택함으로써 일곱 명의 개인이 하나의 팀으로 합쳐지는 순간을 완성한다.

하지만 이 콘서트의 진짜 마법은 다른 데에 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자신들처럼 각자의 색깔을 가졌다는 듯, 무지갯빛으로 팬들에게 이름을 부여해 버리면서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부르고 ‘소우주’ 안에서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중략) 70억 가지의 world”를 노래한다. “지난 콘서트 때는 솔직히 좀 지쳤었어요.(정국)”, “지금도 제가 저 자신을 사랑하느냐 하면, 저도 잘 모르겠어요.(RM)”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사람들이 만든 콘서트는 마침내 자신들이 만든 캐치프레이즈의 가치를 증명한다. “Speak yourself.” 누구에게나 자기 이야기를 소리 높여 말할 자격이 있다고. 빌보드에서 상을 받은 사람도, 상을 받지 않은 사람도, 다 똑같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62회 만에 끝이 난 투어가, 이보다 완벽하게 끝날 수 있다는 걸 상상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