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 본 태연의 지금

2019.11.05GQ

‘불티’는 태연이 그동안 걸어온 길과 지금 걷고 있는 길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태연의 두 번째 정규 앨범 첫 곡은 ‘HERE I AM’이다. 이 곡을 통해 태연은 자신이 돌아왔으며, 새로운 목적을 가지고 지금 여기에 섰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행복한 웃음 짓다 / 돌아서면 밀려온 공허한 밤 / 문득 멀리서 느껴진 Eyes / 불안하게 떨린 거울 속의 나’라며 무대에서 내려와 혼자가 된 스스로의 모습을 관찰하던 그는, 마침내 연예인으로서의 자아를 넘어서서 모든 것을 품어주는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아낸다. 그러나 ‘이토록 목이 타게 / Here I am / 마주 본 거울 너머에’라는 마지막 줄은 아직 여정이 끝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태연이 그동안 무대 위에서, 혹은 각종 촬영장 안에서 만들어냈던 수많은 자신은 여전히 거울 속에 있고, ‘목이 타게’ 불러야만 ‘거울 너머에’ 있는 나와 내가 거울 너머가 아닌 거울 속에 있는 목적을 찾아낼 수 있다.

태연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제목은 ‘My Voice’였다. 이 앨범을 통해 태연은 타이틀곡 ‘Fine’에서 사랑으로 인해 일순간에 나약해진 자신의 모습부터, 보컬리스트로서 다양한 기교를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을 모두 들려주었다. 그리고 두 번째 정규 앨범 ‘Purpose’에서, 태연은 이제 보컬리스트로서의 태연이 아니라 명료한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My Voice’의 곡들의 콘셉트가 다채로움 그 자체였다면, ‘Purpose’는 다채로움보다 전작 ‘Something New’, ‘사계’ 등에서부터 이어온 자연인 김태연의 시니컬한 면모와 요즘 미국, 영국 등 서구권에서 유행하는 팝스타들의 음악을 모두 편안하게 소화해내는 보컬리스트 태연의 접합을 시도하는 데에 더 집중한 앨범이다. ‘HERE I AM’부터 타이틀곡 ‘불티’, ‘Find Me’, ‘Love You Like Crazy’, ‘하하하(LOL)’ 등으로 이어지는 트랙리스트는 모두 비슷한 무드를 띠고 비슷한 목적을 수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불티’는 태연이 그동안 걸어온 길과 지금 걷고 있는 길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다. 소녀시대 8인의 가장 최근 앨범에서 멤버들은 ‘Girls Are Back’이라는 곡으로 자신들이 돌아왔음을 알렸고, 여전히 한 팀이라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반면이 ‘불티’는 여전히 불이 타고 있고, 솔로 가수 태연은 건재하며, 그에게서 튀는 작은 불들의 이미지를 통해 그가 소녀시대 바깥의 새로운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내 안에 내가 많아 / 온 밤이 소란한데 (중략) 이제 타이밍이야, 눈 뜰 새벽이야 / 불티를 깨워’라고 노래하는 태연은 여성 댄서들과 일출과 일몰의 이미지를 활용한 크레인 위에서 단체로 춤을 춘다. 이미 소녀시대 멤버로서 수차례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홀로 “불티를 깨워” 거울 속에 있는 태연이 하고 싶은 말을 직시한다. 거울 밖의 태연과 거울 안의 태연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태연의 ‘Purpose’는 사랑도, 이별도, 증오도, 기쁨도 모두 내 안에서 출발하고 자라나는 감정이라는 것을 확증하기 위한 과정 안에 있는 작품이다. 어쩌면, 김태연에서 김태연으로의 여정. 불티들은 사실 태연이라는 크고 화려한 불에서 튀어나온 것이며, 태연은 “이제 타이밍이야 / 너의 시간이야”라며 나 자신 안에서 찾아낸 씨앗에 더 큰 불을 붙여 확장할 준비가 되어있다. ‘Purpose’의 태연은 알고 있다. 과정의 끝은 결과가 아니라 다음 목적지를 향한 과정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힘들지만 불행하진 않다. 누군가는 태연이 “온몸을 살라” 피워낸 길을 따라 걸으며 용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이정표로 “꺼지지 말고” 피워놓은 게 태연의 ‘불티’ 아닌가.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