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콘텐츠 제국의 시작, 카카오M

2019.11.14GQ

아이유 소속사로 유명했던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이제 카카오 콘텐츠 사업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름도 카카오M으로 바꿨다. 콘텐츠 제국을 위한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고 있는 모양새다.

‘멜론 뮤직 어워드(MMA)’는 카카오가 주최하고 카카오M이 주관하는 빅 이벤트다. 그해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뮤지션도 모인다. 시상식의 존재감을 높여줄 게스트들이 초대된다. 지난해 12월 1일 열린 MMA에서 대중의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당연히, BTS였다. 그런데 엔터 비즈니스계의 시선은 조금 다른 곳에 꽂혔다. 당시 CJ ENM 고문으로 있던 김성수 대표다. 업계에선 그의 CJ ENM 사퇴설과 카카오 이적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경쟁사인 카카오 행사에 참여한 것을 두고 소문은 진실처럼 굳어졌다. 한 달 후인 2019년 1월 2일, 김성수 대표는 CJ ENM을 떠나 카카오M 대표로 취임했다.

카카오M의 전신은 멜론 운영사이자 아이유 소속사로 이름을 알린 로엔엔터테인먼트다. 2016년 카카오는 1조 8천7백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인터넷 검색 포털 다음과의 합병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던 카카오의 또 한 번의 대규모 깜짝 조직 재편이었다. 2018년 9월 카카오는 카카오M으로 사명을 바꾼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 공동체 안으로 완전히 흡수 합병했다. 끝이 아니다. 그해 11월 멜론 사업부만 떼어서 본사에 남겨두고, 영상·음악 콘텐츠와 매니지먼트 사업부를 별도법인인 카카오M으로 분사시켰다. 플랫폼 사업((주)카카오, 멜론, 카카오페이지)과 콘텐츠 사업(카카오M,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지)의 분리 전략이었다. 카카오M에 주어진 미션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다.

새롭게 꾸려진 카카오M을 진두지휘하는 데 ‘콘텐츠 전문가’ 김성수 대표는 적임자였다. CJ E&M(현 CJ ENM) 출범 당시부터 줄곧 회사를 이끌어온 김성수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귀재로 불린다. CJ 그룹 이미경 부회장 라인으로 통했다. 김성수 대표 재임 기간 동안 CJ ENM은 <미생>, <응답하라> 시리즈 등으로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했고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로 예능 패러다임을 바꿨으며, <슈퍼스타K>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행을 선도했다. 그는 <도깨비>, <나의 아저씨>, <미스터 션샤인>을 제작한 CJ ENM 간판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설립의 주역으로도 평가받는다. 김성수 대표의 카카오M 이적에는 평소 ‘호형호제’하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러브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CJ에서 마지막까지 김 대표의 퇴사를 만류했다는 소문과 함께.

최근 조수용 카카오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회사의 오너가 누구를 CEO로 선임하는가가 그 기업의 컬처잖아요. (중략) 누가 승진하고 누가 회사를 떠나는가가 기업 문화의 전부예요.” 김성수 대표의 카카오M 대표 선임은 카카오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숨은 그림인 셈이다. 실제로 김성수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카카오M을 CJ ENM과 같은 콘텐츠 제국으로 키우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M을 통해 콘텐츠 제작에 힘을 싣는 건, 카카오페이지가 웹툰·웹소설 등으로 가꿔놓은 방대한 ‘지식재산권(IP)’들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에 쌓인 작품 수는 무려 6만 6천 개다. 이 중 1천4백여 개는 작품당 누적 매출액 1억원 돌파 기록을 세웠다. 영상 콘텐츠의 원석 역할을 할 수 있는, 네티즌의 검증을 거친, 화제성 넘치는 떡밥들이 넘친다는 의미다.

카카오M은 드라마 제작사 메가몬스터와 모바일 영상제작사 크리스피스튜디오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메가몬스터는 올해 2월 카카오페이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진심이 닿다>를 스튜디오드래곤과 공동 제작해 tvN에서 선보인 바 있다. 카카오 산하 다음 웹툰에서 연재한 <망자의 서>도 KBS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흥미롭게도 메가몬스터는 김성수 대표와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한 주역으로 꼽히는 이준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현재 메가몬스터에는 <별을 쏘다>의 윤성희 작가, <케세라세라>의 도현정 작가, <나쁜녀석들>의 김정민 감독 등이 소속돼 있다. 작가, PD, 감독 등 우수 크리에이터를 확보한 스튜디오드래곤과 흡사한 구조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카카오M/메가몬스터엔 CJ ENM/스튜디오드래곤에 있는 TV 채널이 없다. 카카오M이 경쟁사에 자사 콘텐츠를 파는 동시에 모바일 유통에 적합한 다양한 ‘숏폼 Short-form’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인 이유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엔 TV 채널은 없지만, 카카오톡이라는 인기 유통망이 있다. 콘텐츠 텃밭인 카카오페이지 또한 영상 플랫폼 기능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관건은 여기에 태울 자생적 콘텐츠의 경쟁력이다. 그리고 이 콘텐츠가 얼마나 활발하게 정착되고 소비되는가에 카카오M의 사업 확장 방향성이 달렸다.

김성수 대표가 취임하는 날, 카카오M은 2018년부터 사업적 협력 관계를 맺어온 이병헌의 BH엔터테인먼트, 공유와 공효진 소속사 숲엔터테인먼트, 김태리의 제이와이드컴퍼니 등 연예기획사 지분 인수도 완료했다. 8월엔 박서준의 어썸이엔티를 끌어안았다. 최근엔 현빈의 VAST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M에 이름을 올렸다. 이민호 소속사 MYM엔터테인먼트와는 전략적인 동맹을 맺었다. 그야말로 A급 스타들을 한 지붕 아래 두면서 대형 매니지먼트사로 급부상한 것이다. 최근엔 이들 기획사 일부가 연합해 ‘카카오M 액터스 오디션’도 벌이고 있다. 오디션 선발자의 혜택 중 하나는 ‘카카오M 드라마, 영화 작품 출연 기회 제공’이다. 아무리 한 지붕 식구라고 해도 이병헌이나 공유가 카카오M이 사활을 걸고 있는 디지털 숏폼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출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숏폼 콘텐츠는 아직 신인들에게 더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스타가 없으면 스타를 만들라는 예시는 CJ ENM의 <프로듀스 101> 등 도처에 있다. 이번 연합 오디션은 콘텐츠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인적 자원 확보의 일환이기도 할 테다.

유명 스타 이름은 연예계뿐 아니라 주식 시장에서도 통한다. 비상장 기업인 카카오M은 최근 두 번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카카오M 식구가 된 이병헌·김고은·공효진·현빈 등 이름만 들어도 ‘억’ 소리 나는 배우들이 ‘억대’ 투자에 대거 참여했다. 스타들의 유상증자 참여로 카카오M은 성장 가능성을 시장에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향후 기업공개(IPO)를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증자에 참여한 배우들의 경우 카카오M이 상장할 경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여러모로 전략적이고 또 전략적이다.

카카오M의 영역 확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을 만든 영화 제작사 월광과 <신세계>, <무뢰한>, <아수라> 등을 만든 사나이픽쳐스 지분도 인수했다. 이는 두 회사가 쌓아온 다양한 노하우를 얻는 일이기도 하다. 카카오M의 콘텐츠 확보에 두 회사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자회사 스타쉽·플레이엠·문화인· 크래커 엔터테인먼트 등 4개의 레이블을 통해 K-POP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M은 이로써 김성수 대표 취임 9개월 만에 대중문화 주요 영역에 모두 존재감을 알렸다. 지식재산권, 스타 매니지먼트, 콘텐츠 제작, 유통으로 이뤄진 수직 계열화의 조각이 맞춰지고 있는 모양새다.

김성수 대표는 CJ ENM 대표이사 시절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회사를 세계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그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회사가 CJ ENM에서 카카오M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자신이 일궈놓은 회사가 뛰어넘어야 할 경쟁사가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침 네이버도 스튜디오N을 설립, 네이버 웹툰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상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주지훈, 김수현 등이 있는 키이스트 사단을 인수해 드라마와 예능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2020년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국내 유명 드라마 제작사와 연합해 방탄소년단 세계관에 기반한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지분을 지켜내려는 정통 강호에 급부상한 정파와 기회를 노리는 사파들이 난립하며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이를 통일할 자 누구일까. 카카오M은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기록될까. 글 / 정시우(칼럼니스트)

    에디터
    김영재
    사진
    아이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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