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새로움에 대해 | 지큐 코리아 (GQ Korea)

구찌의 새로움에 대해

2019-11-20T14:12:51+00:00 |collection|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의 새로움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일단 한 박자 쉬고, 쇼부터 본다.

쇼 하루 전,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구찌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0 봄여름 컬렉션을 살짝 공개했다. 일명 Gucci Art Lab이라 불리는 피렌체의 구찌 작업실에서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는 영상이었다. 홀스빗이 달린 부츠, 부츠 밑창에 새겨진 신비로운 눈, 볼드한 체인이 달린 오버사이즈 안경, 크리스털이 잔뜩 박힌 패브릭, 언뜻 보이는 수트 실루엣 그리고 터키석과 눈 모티프 반지를 낀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초조한 손가락. 평소보다 간소한 초대장으로는 다 전하지 못한 다음 날의 예고편이었다.

심플해진 건 초대장만이 아니었다. 낮고 훤히 드러나는 별 모양 천장, 직선적인 무빙 워크, 냉소적이고 차가운 라이팅, 싸늘한 화이트 의자. 이전에 비해 단정하고 냉담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한데 모인다는 건 여느 때와 같았다. 계절감을 상실한 핑크 퍼 코트를 입은 재러드 레토, 전날 몬테 나폴레오네에서 구찌 북 사인회를 성대하게 한 대퍼 댄, 쿨한 오버사이즈 수트 차림의 루 두아용, 아직 판매를 시작하지 않은 구찌 미키 마우스 백을 멘 에이셉 라키, 얼마 전 구찌를 위해 시원하게 상반신 탈의를 한 이기 팝, 실크와 벨벳 드레스를 입은 시에나 밀러, 그리고 완벽한 구찌 걸처럼 보인 이성경. 화려한 프로트 로가 속속 채워지자 무빙 워크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미 없는 기계음과 함께 뾰족한 아치형 입구에서 모델들이 아주 빠르게 걸어나왔고 모두가 조금씩 다른 흰색의 무명 옷을 입고 있었다. 유니폼, 작업복, 또는 어떤 특정한 용도나 목적이 있는 옷처럼 보였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에 사람들은 잠깐 어리둥절해했다. 이 퍼포먼스는 미켈레가 보여주고자 하는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잠깐의 공백을 의미했다. 미켈레는 이렇다, 이건 구찌 스타일이 아니다, 라는 고정관념을 잠시 잊고 컬렉션을 관람하라는 것 같았다.(실제 60여 벌의 룩이 이 퍼포먼스에서 선보였으나 판매용은 아니다.)

순간의 정적과 긴장감은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나오는 마돈나의 목소리로 단번에 사라졌다. 그리고 미켈레의 새로운 90년대 스타일이 빠르게 등장했다. 폴카 도트와 GG 프린트 수트, 숄칼라 실크 셔츠, 플레어 데님 팬츠, 빈티지 실루엣의 새틴 수트, 그래픽 프린트 셔츠, 부드러운 소재의 테일러드 룩, 패치워크 데님 수트. 기이한 장식 없이 실루엣과 소재 그리고 컬러 매치에 집중한 룩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다. 깔끔한 무대에서 컬러 팔레트는 더 또렷하게, 아웃라인은 더 명료하게 보였다. 팔꿈치 길이의 오페라 장갑, 검정 라이딩 채찍, 구찌의 새로운 립스틱 Porte-Rouge를 총알처럼 꽂은 가죽 홀더 장갑은 90년대의 상징인 마돈나의 패티시즘을 떠올렸는데, 미켈레는 이를 GUCCI Orgasmique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지오메트릭 선글라스와 안경, 오버사이즈 체인, 홀스빗 하드웨어로 만든 베개 홀더 백팩, 높이가 낮은 비니, 좌우의 색이 다른 스니커즈, 크리스털 티아라 등의 90년대 팝과 펑크 스타일에 미켈레 스타일의 유머를 섞은 아이코닉한 액세서리! 80,90년대 룩이 아무리 흔해졌어도 미켈레여서 다르고 새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