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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무의 ‘힙’은 좀 다르다

2019.11.21GQ

마마무가 말하는 ‘힙’에는 사회적 메세지까지 담겼다.

마마무의 무대는 독특한 스타일링으로 채워져 있다. 솔라는 목장갑을 주황색으로 물들인 것처럼 생긴 머리끈을 사용하고, 화사는 글리터로 반짝이다 못해 번쩍이는 보디수트를 입고 나온다. 이처럼 어느 날에는 갑자기 루즈핏의 재킷과 바지를 매치하면서 소위 ‘동묘 패션’의 느낌을 구사하고, 또 다른 날에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입었을 법한 스타일의 비닐 옷을 입고 나와 격렬하게 춤을 춘다. 컴백을 한 지 일주일 남짓이 흘렀을 뿐이지만,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링은 마마무 멤버들이 이라는 곡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문별의 말처럼, ‘I love you 네가 뭐라든 간에 / Respect you 네가 뭘 하든 간에’라는 의 가사는 ‘내가 무엇을 하든 나는 나 자신에게 당당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메시지 자체만 놓고 보면 최근 K-POP 시장의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한 ‘LOVE YOURSELF’라는 헤드라인 앞에서 그다지 특별할 게 없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걸크러쉬’가 주된 키워드가 된 걸그룹 시장에서는 대규모로 이런 움직임이 눈에 띈다. 얼마 전까지 마마무가 출연했던 Mnet <퀸덤>에서 화제가 된 (여자)아이들의 을 비롯해 신인 그룹들도 이런 경향을 좇으려 한다. ITZY의 <달라달라>, , 전소미의 , 가장 최근에 마마무와 함께 컴백한 네이처의 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사랑을 표현하는 곡은 넘친다.

하지만 마마무의 은 조금 다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만을 담고 있다고 보기에는 제목부터 가사, 의상과 다소 부조화를 이루는 안무에 이르기까지 좀 더 넓은 의미로서 사회적 메시지에 가까워진다. ‘날 이렇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해’라는 가사를 쓰는 최근 신인 걸그룹들의 경향처럼 예쁘고 멋진 나 자신을 자랑하는 것을 넘어서서, ‘힙’이라는 흔한 단어가 적어도 여성들에게 왜 특별한 키워드가 됐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삐삐삐 논란이 돼 my fashion / 별로 신경 안 써 그저 action’부터 ‘코 묻은 티 / 삐져나온 팬티 / 떡진 머리 / 내가 하면 HIP’이라는 가사는 여성(특히 걸그룹)에게 깔끔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요구하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에 코웃음을 치고, 나나 너나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인데 왜 남을 지적하냐며 ‘왜 이래 네 얼굴에 침 뱉니’라는 가사와 함께 카메라에 대고 침을 뱉는 시늉을 한다.

그동안 마마무가 해왔던 여러 가지 콘셉트들 중에는 환호를 받은 것도, 논란이 된 것도 있었다. 이 모든 장면들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합쳐놓은 듯한 은 누가 뭐라든 ‘내가 하면’ 된다는 태도가 여기까지 마마무를 이르게 한 힘이라고 말한다. 과거 화사는 마마무의 단독 콘서트에서 자신이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들었던 외모 비하와 “넌 안돼”라던 사람들의 말을 독백 퍼포먼스로 화려하게 승화시킨 바 있다. 솔라는 요즘 ‘솔라시도’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 시도(challenge)에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중에는 자신의 소속사에서 반대한 콘셉트도 있다. 어떤 반대와 논란이 생기든, 일단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밀고 나가는 여성들. 물론 앞으로 더한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도 마마무는 논란 없이 사회의 기대에 순응하는 여성들이 많던 때보다 많은 것을 기대하게 한다. 우리가 계속, ‘홀린 듯이 Zoom’ 하면서.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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