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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가 가지고 가야할 것, 멀리해야할 것

2019.12.05GQ

컴백 때마다 새로운 콘셉트와 음악으로 다가오는 팀, 보이그룹 EXO가 앞으로도 가지고 가야할 한 가지와 이제는 멀리해도 될 한 가지를 각각 정리했다.

EXO가 늘 가지고 가야 할 것 : 세계관

EXO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 ‘Obsession’은 광기 어린 집착이라는 제목의 뜻에 알맞게 “I want you”라는 코러스가 집요하게 반복된다. 이 왜곡된 효과음은 EXO와 대립항을 이루는 X-EXO의 어두운 세계를 요약하고 있다. EXO 멤버들은 두 개의 얼굴, 혹은 모든 것들의 이면을 뜻하는 X-EXO를 향해 “나를 홀려 자꾸 불러 / 너 있는 곳 그래 네게 오라고”라며 흔들리는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이제 그만 꺼져 줄래 내게서”라고 단호하게 거절의 뜻을 표한다. 물론, 이 모든 해석은 X-EXO가 EXO에게 보내는 신호로도 거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Call Me Baby’, ‘Love Me Right’처럼 산뜻한 댄스곡을 부를 때, ‘Love Shot’, ‘Tempo’처럼 성장한 멤버들의 모습을 강조할 때 EXO의 세계관은 간혹 잊히고는 했다. 하지만 음악에서부터 탄탄하게 서사를 채운 이들만의 세계관은 EXO라는 그룹의 아성을 이룩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동시에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캐릭터까지 탄탄하게 지켜줄 유일무이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번 정규 앨범에서도 SM엔터테인먼트는 EXO와 X-EXO의 세계를 드러내는 서사의 곡들을 초반에 싣고, 트랙 중반부부터는 8년 차인 EXO에게 가장 어울리는 세련되고 그루비한 무드로 치밀하게 프로듀싱하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앨범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난이도가 높은 곡들까지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보컬 멤버들의 기량은 이제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입대한 멤버들의 빈자리까지도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힘은 EXO의 빈 곳을 채우는 X-EXO 덕분이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SM엔터테인먼트와 EXO의 줄기는 바로, 세계관이다.

EXO가 이제는 멀리해야할 것 : 오토바이

‘Tempo’가 실렸던 EXO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제목은 [DON’T MESS UP MY TEMPO]였다. 제목과 더불어 앨범 커버에서부터 등장하는 계기판과 오토바이, 뮤직비디오로까지 이어진 같은 이미지들은 그해 연말 시상식 무대에 직접 오토바이를 등장시키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었다. 속도를 뜻하는 tempo와 오토바이, 검은 재킷 등의 요소들은 EXO가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거칠고 터프한 남성의 콘셉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018년에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정의 자체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늘어난 때였고, ‘남성성’의 정의에 오토바이와 같은 종류의 터프한 요소들을 내세우는 일이 트렌드에 다소 뒤떨어진다는 인상을 주던 시기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2019년에 발매된 [OBSESSION]의 메인 캐릭터도 여전히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뮤직비디오에 오토바이 위에 앉아있는 EXO 멤버들이 등장할 때마다 뛰어난 곡의 완성도, 탄탄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진 EXO와 X-EXO의 세계관은 아쉬운 포인트들을 낳는다. 똑같이 남성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곡이지만 ‘Tempo’에 비해 ‘Love Shot’이 화제가 되고, 수많은 남성 아이돌들로 하여금 커버 무대를 꿈꾸도록 만든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Love Shot’의 수트와 ‘Tempo’, ‘Obsession’의 오토바이는 남성들에게조차 분명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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