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음식 | 지큐 코리아 (GQ Korea)

올해의 음식

2019-12-20T14:05:38+00:00 |food|

미식가들에게 올해의 맛에 대해 조목조목 물어보았다. 2019년 혀끝에 남은 최고의 맛.

올해의 채식 파인 다이닝
스와니예
장새별 | <바앤다이닝> 에디터
파인 다이닝에서 채식 메뉴란, 호텔의 주차장처럼 응당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준 셰프. 새롭게 선보인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메뉴는 그 차제로 획기적인 시도였다. 한국의 쌈 채소를 한데 묶어 헤이즐넛을 발효시켜 만든 된장, 허브 오일 소스를 곁들이거나 고구마 퓌레, 마늘과 페페론치노로 맛을 낸 작은 조가비 모양의 파스타 등등. 채식 요리는 가볍고 맛이 부족할 수 있다는 편견을 근사하고 맛있게 허물었다.

올해의 프렌치 레스토랑
임프레션
박민욱 | 파크 하얏트 부산 소믈리에
창의적인 발상 너머에 분명한 ‘맛’과 ‘균형’이 함께 존재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식사의 흐름을 유연하게 이끌어주는 훌륭한 서비스와 직원들의 배려에 감동을 두 배로 받는 곳. 취향의 호불호가 갈리지 않으며 만인이 동의할 수 있는 품격을 지닌 곳.

올해의 모던 한식 레스토랑
한식공간
김혜준 | 푸드 콘텐츠 디렉터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독보적인 철학을 섬세하게 펼치는 조희숙 셰프. 그가 올해 문을 연 우아하고 현대적인 한식 공간. 외국 푸디들과 셰프들이 반드시 방문하고 싶어 한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섬세한 색과 스타일링은 물론이고 깊이 있는 한국의 맛을 매 코스마다 정확하고 탄탄한 리듬으로 제공하는 그 공력에 놀랐다고.

올해의 호텔 미식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페스타 바이 민구’ 장새별 | <바앤다이닝> 에디터
올해 강민구 셰프를 총괄로 영입, 유러피언 다이닝으로 변신하면서 이제야 공간이 제 옷을 입은 느낌이 든다. 파스타, 그릴 플래터 등 어렵지 않은 메뉴, 합리적인 가격,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릇푸릇한 기운까지, 호텔 다이닝의 장벽을 낮췄다.

올해의 오마카세
미토우 정동현
| 푸드 칼럼니스트
아직 다다르지 못했다는 뜻의 미토우는 이름처럼 정진하는 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제철 재료뿐만 아니라 그 시간의 색과 분위기까지 요리에 묻어나게 하는데, 그 흐름에는 유장한 서사가 있고 순간순간은 또한 매우 회화적이다. 쓰는 재료도 와규, 장어, 복어, 벚꽃새우 등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늘 존재한다.

올해의 이자카야
부엉이
엄수정 | 미식가
퇴근 후 혼자 방문해도 부담 없이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는 지극히 이상적인 심야 식당. 주인장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추천받는 제철 음식과 주류 메뉴가 훌륭하다. 12월은 커다란 스텔라 마리스 굴에 유자리큐르 소다를 곁들이기 좋은 계절.

올해의 솥밥
위키드와이프의 가을 솥밥
김영 | 식도락가
올해 먹은 솥밥 가운데 갓포산의 트러플 한우 채끝 솥밥, 갓포로바의 도미 솥밥 등도 맛있었는데, 의외로 가장 기억에 남는 솥밥은 와인 바 위키드와이프에서 먹은 계절 솥밥. 부드럽게 살이 오른 도미, 표고버섯과 다진 우엉, 콜리플라워, 밤과 은행 등 재철 재료의 조합이 특히 좋았다.

올해의 타파스
보데가
안동선 | 프리랜스 에디터
노량진 삼익프라자 지하, 마트, 떡집, 순댓국집 사이에 지난 5월경 보데가라는 스페인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 안에 있는 타파스 바처럼 네모난 주방, 다섯 개의 바 좌석이 전부인 작은 집이지만 메뉴가 풍성하고 인근에는 배달도 가능하다. 매일 아침 직접 굽는 빵으로 만든 판 콘 토마테부터 각종 타파스를 1만원대에 만날 수 있다.

올해의 야키토리
야키토리 묵
정동현 | 푸드 칼럼니스트
연남동에 야키토리 묵이 문을 열고 나서야 한국에 제대로 된 야키토리 집이 생겼다 말할 수 있게 됐다. 코스 중심으로 1, 2부에 걸쳐 영업을 하는 이곳은 가격조차도 부담이 없다. 간, 염통 등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던 부위뿐만 아니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닭껍질 등 구이의 기본이 바로 이 집에 있다.

올해의 튀김
KFC 닭껍질 튀김
손기은 | 라꾸쁘 대표
야키토리 집에 가면 늘 닭껍질 꼬치를 화룡점정으로 여겨왔다. 패스트푸드 집에서 이렇게 빠르게, 이렇게 푸짐하게 먹을 수 있게 될 줄이야. 지난 여름 한정 판매로 영원히 끝난 줄만 알았던 튀김이 11월에 다시 부활했다. 그리고 미니스톱에서도 닭껍질 튀김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겨울 안주 1순위 자리를 지킬 듯하다.

올해의 가성비
구산동 홍제동 우동국수
강보라 | 프리랜스 에디터
밤 9시 오픈에 때맞춰 가도 1시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던 홍제동 우동국수가 드디어 분점을 열었다.
땅 파서 장사하냐는 단골들의 원성에 못 이겨 3천원이던 국숫값을 4천원으로 올렸다는 후문. 국수 두 그릇에 오돌뼈, 달걀말이, 참이슬 후레시 한 병 시켜도 2만7천원.

올해의 한 그릇
트러플 짜파게티
손기은 | 라꾸쁘 대표
올해 2월, 화사가 짜파게티에 트러플 오일을 뿌려 먹으면서 두 재료의 빅뱅이 시작됐고, 나 역시 여러 번 버섯, 돼지고기, 달걀 프라이 등을 번갈아 올려가며 트러플 짜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화사 버전의 정확한 레시피는 모르겠지만, 플랜틴 Plantin 사의 화이트 트러플 오일을 왕창 뿌렸을 때 최고로 맛있었다.
제일 고사리탕 안동선 | 프리랜스 에디터
성수동 제일에 들어가는 순간 전위적인 연극 무대의 관객이 된 느낌이 든다. 기다린 일자 테이블과 여백 속에서 동선과 대사를 숙지한 주인장의 안내를 통해 기분 좋은 긴장감이 인다. 들깨, 고사리, 버섯, 청양고추가 듬뿍 들어간 고사리탕은 보들보들한 고사리를 씹는 맛도 좋고 구수하고 뜨끈해서 이 낯선 공간에 스며들기에 제격인 메뉴다.

올해의 셰프
김대천
김혜준 | 푸드 콘텐츠 디렉터
세븐스도어, 톡톡, 텐지몽, 꼬르떼 등 여러 공간을 이끄는 김대천 셰프는
그 역할이 늘어날수록 진중해지고 더욱 겸손해졌다. 울릉도에서 갓 잡은 새우를 저녁 테이블에 올리기도 하고 톡톡만을 위해 재배하는 채소로 코스 요리에 싱그러운 터치를 더한다. 양식, 일식, 한식의 카테고리에 스스로를 묶지 않고 자유로운 창의성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올해의 소스
레몬소금 페스토
강보라 | 프리랜스 에디터
‘재료의 산책’을 운영하는 요나의
요리 수업을 수강하면서 레몬소금이라는 걸 처음 만들어봤다. 머지않아 나는 ‘레몬소금 페스토’라는 향긋한 개미지옥에 빠졌다. 시금치, 냉이, 고수 등의 나물류에 레몬소금과 잣을 넣고 갈아 만든 이 천연 조미료는 말하자면 고급 허브소금 같은 맛. 양식뿐 아니라 한식에도 찰떡처럼 잘 어울렸다. 빵에 발라 먹거나 파스타에 버무려 먹는 수준을 넘어 급기야는 밥을 볶아 먹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올해의 노포
종묘 순라길
강보라 | 프리랜스 에디터
순라길의 홍어삼합은 올 한 해 나의 보배로운 솔푸드였다. 잘 삭힌 흑산도 홍어의 은은한 암모니아 향, 늘 “한 접시 더”를 외치게 되는 묵은지와 껍질째 나오는 돼지고기 수육, 단골에게만 슬쩍 더 얹어주는 홍어애 서비스, 인적 없는 돌담길에 홀로 돌올하게 자리한 그 포스까지. 이래서 종로를 떠날 수가 없다.

호반 정동현 | 푸드 칼럼니스트
노포의 자격은 단순히 오래됨에 있지 않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고 하여 모두 어른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낙원동 호반은 변하지 않는, 오히려 점점 더 나아지는 맛과 공손한 접객, 깨끗한 실내(특히 화장실) 등 식당이 갖춰야 할 모든 게 있는 곳이다. 세월 속에 익어간 맛, 몸과 마음이 놓이는 편안한 분위기, 계절마다 바뀌는 밑반찬과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메뉴 등 호반은 한국 식당의 마일스톤이라 할 만하다.

안동장 엄수정 | 미식가
서울 미래 유산이기도 한 을지로의 중국집. 일요일 오후 느지막이 방문해 어르신들 틈에서 간짜장과 양장피를 먹는 기묘한 즐거움이 있는 공간.

올해의 식재료
멸치
김혜준 | 푸드 콘텐츠 디렉터
푸디들과 셰프들에게 올 한 해 새로운 이슈는 멸치가 아니었을까. 자잘한 크기의 시라스라 불리는 세멸을 집에서 받아 먹을 수 있는 요즘이다. 다정수산, 홍명완 선장님의 멸치를 구매해 올리브 오일을 곁들여 먹거나 솥밥을 지어 먹었다. 멸치라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올해의 미식 트렌드
원초적 불맛을 앞세운 우드 파이어의 유행
장새별 | <바앤다이닝> 에디터
불과 나무를 사용한 태초의 조리법 ‘우드 파이어’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우드 파이어 중심의 요리를 내는 ‘도마’에 이어, JW 메리어트 서울의 ‘더 마고 그릴’, 이태원 ‘푸에고’, ‘제로 가스, 100% 우드 파이어’를 표방하는 ‘SOOT’의 등장까지, 국내에서도 점점 더 가속도가 붙고 있는 미식 트렌드.

소셜 다이닝 김혜준 | 푸드 콘텐츠 디렉터
개인의 기호와 와인과 주류의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한 끼 식사를 준비하고 나누고 즐긴다. 반드시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테이크 아웃이나 배송된 음식으로도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밤새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

올해의 화이트 와인
Domaine Gerard Schueller Pinot Blanc 박민욱
| 파크 하얏트 부산 소믈리에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내추럴 와인. 잘 익은 과일 향, 기분 좋은 미네랄과 산도가 균형 있게 잡혀 있다. 특히 부산의 해산물과 함께 마시면 더욱 빛을 발하는 보석 같은 와인.

Stefano Bellotti, Cascina Degli Ulivi, IVAG 안동선 | 프리랜스 에디터
1980년대부터 올곧게 내추럴 와인을 만든 카스치나 데글리 울리비 와이너리의 주인장 스테파노 벨로티가 만들었다. 그는 와이너리에 온갖 농작물을 재배하며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온 와인 메이커이자 농부다. 미네랄리티, 산뜻한 산미가 마시는 순간 쏙쏙 흡수되어 몸과 마음을 붕 띄운다. 밝고 맑고 돌려 말하지 않는 건강한 성정의 사람 같은 와인.

올해의 찻집
갤러리더스퀘어
강보라 | 프리랜스 에디터
적당한 단절을 위한 초인종, 바에서 곧장 보이는 한옥 기와 전경, 여름이면 단단한 차반 위에 세팅되는 흰 부채, 얼음 동동 띄운 말차 칵테일의 산뜻함, 차에 곁들이기에는 다소 헤비한, 실은 그래서 더 맘에 드는 티 푸드… . 북촌 계동길 끝, 간판도 없는 빌라 201호에 조용히 문을 연 이 찻집은 올 한 해 나의 기쁨이자 쉼이자 행복이었다.

이이엄 안동선 | 프리랜스 에디터
자족의 의미를 담은 조선시대 문인의 호를 이름으로 삼은 찻집 이이엄은 1년 전 옥인동에 문을 열었다. 대만차와 중국차를 도예가가 만든 다기에 전문적이고도 정성스럽게 준비해 내어주는 곳.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서 눈길 닿는 모든 곳에 가구와 소품, 책 등으로 표현된 정갈한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온다.

올해의 카페
이미커피로스터스
엄수정 | 미식가
남구로에 위치한 좌석이 오직 여섯 개뿐인 아늑한 공간. 원두를 고르면 바리스타가 손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커피를 조제해주는 비스포크 스타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커피에 맞게 페어링해주는 디저트도 호사롭다.

올해의 디저트
세드라의 파블로바
김혜준 | 푸드 콘텐츠 디렉터
향을 잘 사용하는 최규성 파티시에의 기술은 입 안에서 사르르 꿈결처럼 사라지는 달콤한 디저트를 선물해준다. 파블로바는 머랭으로 만든 디저트다. 굳이 존재감을 주기 위해 무거운 맛이거나 색소 범벅의 화려함을 선택하지 않은 우아하고 원론적인 맛.

올해의 비알코올
Seedlip
손기은 | 라꾸쁘 대표
비알코올 증류주 브랜드로 올해 초 홍콩 여행을 갔다가 처음 마셔봤다. 알코올은 없지만, 다양한 보태니컬을 증류해 꽤 단단한 맛을 만든다. 이 술이 수입된다면 바텐더의 머리는 더 복잡해지겠지만, 묵직하고 향긋한 목테일을 마실 생각에 소비자는 더 즐거워질 테다.

올해의 인스타그래머블
유어네이키드치즈
김영 | 식도락가
성수동에 오픈한 치즈숍으로 저녁에는 간단한 다이닝도 즐길 수 있는 곳. USM의 선반 위에 진열된 와인과 치즈들, 전 세계 각국에서 공수한 조명과 소품으로 어디를 찍어도 ‘인스타그래머블’ 한 샷을 건질 수 있다.

올해의 바 트렌드
한국 술 열풍
장새별 | <바앤다이닝> 에디터
언제부턴가 클래식 바의 백 바BACK BAR에 한국 술이 심심치 않게 보이더니, 이제는 아예 이를 메인으로 두는 바도 생기는 등 바에 부는 한국 술 열풍이 심상치 않다. 한국 술을 베이스로 그에 어울리는 로컬 재료를 활용해 만든 한국형 칵테일이 마티니보다 섹시하고, 네그로니보다 농밀한 매력으로 어필 중이다.

올해의 바
청담동 티센트
손기은 | 라꾸쁘 대표
지금 서울의 바 신 Scene에선 어떻게 하면 기존 바들과 강력하게 차별될 수 있을지에 대한 바텐더들의 고민이 치열하게 빛나고 있다. 청담동 티센트는 아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다. 차를 인퓨징하는 것을 넘어서, 차와 함께 스피릿을 재증류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티 칵테일을 만든다.

임바이브 장새별 | <바앤다이닝> 에디터
찾기 어려운 논현동 시장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클래식 바다. 샴페인과 셰리 등 보관의 어려움 때문에 그간 로드 칵테일 바가 갖추지 못했던 이 두 가지로 최종천 바텐더가 보여주는 칵테일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사워 타입 칵테일에서는 알코올은 둥글게, 산미는 날카롭고 섬세하게 끌어올린다. 올해의 기포 장인, 산미 장인이라 부르고 싶다.

머스크 정동현 | 푸드 칼럼니스트
머스크는 한국의 바 중 기교와 힘에서 맨 위에 있다. 현란한 퍼포먼스, 유행에 올라타는 영민함은 이곳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그보다는 무게가 실린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리는 중량급에 가깝다. 오너인 김준희 바텐더는 날카롭고 풍성한 맛을 이끌어내는 하드 셰이킹이 특기이지만 스코틀랜드 피트 등을 이용한 연출력도 떨어지지 않는다.

올해의 지역 와인 바
리우
디 박민욱 | 파크 하얏트 부산 소믈리에 프랑스에서 경력을 쌓은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경남 창원 지역의 와인 바. 메종 조의 샤퀴테리를 안주로 내어주며 탄탄한 와인 리스트에는 부르고뉴 지역 와인 중에서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것을 풍성하게 갖추고 있다.

올해의 내추럴 와인 바
멜랑즈
장새별 | <바앤다이닝> 에디터
대놓고 내추럴 와인 바를 표방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와인들을 들여놓는 엉큼함! ‘레스쁘아 뒤 이브’, ‘주옥’ 등을 거치며 16년여간 현장에서 와인을 들여온 김수환 오너 소믈리에의 공력이 돋보인다.

금남방 김영 | 식도락가
푸드 저널리스트와 마케터 둘이 모여, 한식이 그 어떤 요리보다 내추럴 와인과 잘 어울린다는 걸 보여준다. 제철 식재료에 따라 바뀌는 한식 메뉴와 트렌디한 내추럴 와인이 매번 새로운 감흥을 선사한다. 그래서 요즘 미식가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올해 최다 방문 횟수를 기록한 금호동의 와인 사랑방 같은 곳.

올해의 위스키
Glenrothes Wmc
장새별 | <바앤다이닝> 에디터
본래 셰리 캐스크로 유명한 양조장이 아닌 곳에서 나온 별종이라 더욱 특별하다. 높은 도수로 주당의 취향을 충족시켜주면서도, 목 넘김이 부드러워 데일리로 즐기기에 부담 없다. 셰리 캐스크 팬이라면 꼭 마셔볼 것.

Macallan 정동현 | 푸드 칼럼니스트
향이 특출나게 세지도 않고 우아한 균형감도 보여준다. 한정 수량으로 내놓는 넘버 시리즈, 시간이 갈수록 치솟는 가격 등 럭셔리로서의 자격을 모두 갖춘 것이 바로 맥켈란이다. 흔히 몰트위스키 계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의 샴페인
Dom Pérignon 2002 P2
장새별 | <바앤다이닝> 에디터
17년의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궁극의 샴페인. 조용한 공간에서 오롯이 샴페인 한 모금만을 입에 머금었을 때 깊은 감흥을 받았다. 2008년 빈티지보다 훨씬 더 생동감 있는 산미는 프레시한 반전이었다.

올해의 칵테일
글렌모렌지 하이볼
엄수정 | 미식가
교토의 작은 바에서 마시고 첫눈에 반했다. 위스키 글렌모렌지를 살짝 얼려서 오렌지 향을 끌어올린 그 맛이 혀끝에 감돈다. 미세한 온도의 변화 차이가 만들어낸 놀라운 미감의 향연.

올해의 전통 주점
윤주당
안동선 | 프리랜스 에디터
남산 아래, 해방촌 언덕에 신묘한 기운이 감도는 현대판 주막이 있다. 자신을 ‘윤주모’라 지칭하는 주인장은 빚기 까다로운 전통 누룩을 고집하는 양조자이자 지역 음식을 소개하는 요리사이다. 경북 상주에서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와 해남 묵은지에 블렌딩 막걸리를 마시고, 제주 막창순대에 백주와 진도 홍주를 섞은 혼돈주를 마신다. 이토록 프로페셔널한 21세기 주모의 술방에선 밤이 깊을수록 다른 차원의 세상에 있는 듯한 고즈넉한 기분이 든다.

올해의 전통주
스무주
강보라 | 프리랜스 에디터
경북 고령의 ‘황토식당’에서 스무주라는 신세계를 만났다. 스무주는 가을에 빚어 딱 한 철만 유통하는 귀한
술이다. 싱싱한 잡어로 끓인 어탕국수 한 숟갈에 찹쌀로 단 맛을 낸 스무주
한 모금의 맛이란.

문배주 정동현 | 푸드 칼럼니스트
문배주는 드라이하고 특유의 향이 있어 중식이나 이북음식 등과의 매칭이 훌륭하다. 근래 칵테일에 많이 쓰이는 것도 그 이유다. 강하게 샷으로 마시는 것도 좋지만 온더록스로 천천히 음미하며 즐겨보길.

호랑이 배꼽 김혜준 | 푸드 콘텐츠 디렉터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전통주 양조장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맛으로 일군 브랜드이며 증류주와 식초, 막걸리가 일품이다. 준치 김치와 함께 맛보면 하염없이 앉아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마성의 맛.

나루 생 막걸리 안동선 | 프리랜스 에디터
‘경복궁 쌀’로 일체의 감미료를 넣지 않고 빚은 막걸리. 쌀 함류량이 일반 막걸리의 2배가량으로 높고 산미와 단맛의 밸런스, 밀키한 바디감이 좋다. 유리잔에 가득 담아 양껏 들이키며 술자리를 시작하기에 좋다.

올해의 사워 맥주
Bokkereyder
손기은 | 라꾸쁘 대표
벨기에의 괴짜 브루어리로 생산량이 적어 전 세계 사워 맥주 애호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맥주 중 하나다. 신맛에 혀가 꼬부라져도 엄지만큼은 쫙 펼 수밖에 없었던 맛.

Wild Wave Brewing, Surleim 박민욱 | 파크 하얏트 부산 소믈리에
송정 바닷가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만드는 사워 맥주. 다채로운 과일 향과 예쁜 산미를 가지고 있다. 부산 광안리 근처에 위치한 탭하우스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한잔 마셔볼 것.

올해의 바 호핑 코스
다락정 → 잔술집 33 → 참바 → 쉼 포차
안동선 | 프리랜스 에디터
삼청동에 위치한 이북식 만두 전문점 다락정에서 낮술로 시작. 해물로 우려낸 육수에 된장을 풀고 각종 채소와 직접 빚은 만두를 넣어 끓인 토장만두전골, 녹두지짐, 어리굴젓을 시키고 소맥을 곁들인다. 저녁 노을 감상하며 경복궁을 가로질러 영추문 앞에 위치한 보안여관 잔술집 33에서 와인을 마시며 의젓한 각지붕을 감상하고, 다정한 골목길을 걸어 참바로 건너가 칵테일을 두어 잔 마신다. 아쉬우면 쉼 포차에서 대게 다리나 주꾸미 등을 넣어 끓여주는 해물 라면에 화요 토닉으로 마무리.

스탠딩바 전기 → 서울비어프로젝트 → 숙희 손기은 | 라꾸쁘 대표
다양한 스타일의 술을 코스로 즐길 수 있는 지역을 꼽자면 올해는 을지로다. 먼저 ‘술안주’가 어떤 맛이어야 하는지 흥미롭게 보여주는 스탠딩바 전기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마파두부로 배를 가득 채운 뒤, 서울비어프로젝트에서 사워 맥주를 마시며 더부룩한 기분을 씻어내린다. 길 건너 몇 발자국만 가면 나오는 숙희에서 마무리 위스키나 브랜디를 한잔 이어 마신다.

와일드덕 칸틴 → 모아치킨 → 신코 김영 | 식도락가
주말에는 낮부터 열려있는 와일드덕에서 버섯 수프, 파스타, 샌드위치 등과 함께 내추럴 와인을 즐긴 후, 바로 앞 골목의 모아치킨으로 이동한다. 다 채우지 못한 허기를 옛날 스타일의 후라이드 치킨과 생맥주로 채운 뒤, 소주로 주종을 전환한다. 눈앞에서 갈아주는 트러플이 올라간 짜파게티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면, 해방촌의 선술집 신코에 가서 야키소바, 나폴리탄, 교자 등 맛있는 안주와 오리온 맥주, 한라산 소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