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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푸드 트렌드 미리 보기

2020.01.13GQ

2020년 식탁 위에 자주 오르내릴 푸드 트렌드 미리 보기.

SEACUTERIE
샤퀴트리가 가고 시퀴트리가 올 수 있을까? 육가공류 대신 바다 내음 가득한 테이블을 상상해본다. 나무 보드 위에서 온갖 해산물이 튀어 오르는 역동적인 순간을. 영국 슈퍼마켓 체인 웨이트로즈&파트너스 Waitrose&Partners는 2020년에는 사람들의 고기 소비량보다 해산물의 소비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특히 해산물을 염장하고 발효시키고 훈연 및 숙성시키는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함에 따라 다채로운 방식으로 조리된 작은 분량의 모둠 요리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레시피를 통해 해산물을 가공해서 즐기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 가능한 어업에도 이득이 된다고 분석한다. 시퀴트리가 자연의 순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작은 혜안이 될 수 있을까?

NO MORE HON – BAP
혼밥이 비만과 직결될 수 있다는 신빙성 있는 통계가 몸을 부들부들 떨게 만든다. 그러니까 배 아래 묵직한 그것이 전적으로 혼자 먹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서러움과 외로움이 파이처럼 켜켜이 쌓인다. 외로움이 병인 시대에 푸드 셰어링은 신박한 경험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이미 폴란드에서는 따뜻하게 저녁 한 끼를 나누는 가정식 셰어링 플랫폼 이트어웨이 Eataway가 환영받고 있다. 원하는 지역, 다양한 테마, 꼼꼼한 리뷰가 담긴 후기와 누적 방문 인원수 등을 참고해 한 끼 식사를 선택할 수 있다. ‘식사’를 매개로 유대감을 쌓아갈 수 있는, 외로운 1인 가구를 위한 작은 혁명이랄까. 범죄 위험, 위생 관리 등 치명적인 문제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커뮤니티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만큼은 새로운 시도로 참고할 만하겠다. 혼밥이여 안녕.

GREEN POWER
바야흐로 초록 가루의 시대가 오고 있다. 첫 번째 주자는 약 35억 년 전부터 존재해온 미세조류의 일종 스피룰리나 Spirulina. 미항공우주국 나사에서 우주식품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도 미래 식량으로 지정했다. 특히나 할리우드 배우들이 매일 아침 먹는다는 입소문을 타고 건강 기능 식품으로 뜨기 시작했다. 고단백 식품에 포만감마저 주면서 노화 방지까지 해준다고. 이토록 기특한 가루라니! 낙엽성 나무의 일종인 모링가도 초록의 힘을 보여준다. 2020년을 빛낼 슈퍼푸드로 이미 주목받고 있다. 암세포도 막아주고 대장균과 싸워주는 그야말로 서아프리카의 보약이다. 이제 초록 가루의 마력을 체험해볼 차례다.

CLEAN MEAT
미래의 고기는 동물이 아니라 과학이 만든다. 사육과 도축의 시대가 저물고 세포 배양으로 고기를 얻을 수 있는 풍경이 근미래에 펼쳐진다. 생명공학을 통해 청정 고기를 만들어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도 스테이크를 키워서 먹을 수 있는 것. <Clean Meat>에서 과학자 마크 포스트는 이렇게 미래를 그려본다. “호랑이, 소, 돼지 등 어떤 동물이든 줄기세포를 티백 형태로 판매하여 부엌에서 편안하게 나만의 고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죽음이 없는 고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고기, 시험관 고기, 공상과학 영화 같은 초현실적인 순간이 바짝 다가왔다.

USEFUL SEAWEED
바다의 채소, 해조류가 식재료가 아닌 신소재로 등판했다. 플라스틱과 신발까지 만드는 놀라운 경지에 이르렀으니. 미국의 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바닷속 해조류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심지어 씹어먹을 수 있는 식용 빨대까지 출시한 바 있다. 플라스틱이 원시인의 유품처럼 여겨질 날도 곧 오지 않을까? 멕시코의 풋웨어 제조 회사에서는 해조류로 신발 밑창을 제작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일종의 해양 쓰레기처럼 여겨지던 해조류가 친환경 신발로 재탄생한 것. 매끈한 해조류를 초장에 찍어 먹으며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상상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AFRICAN GRAIN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은 어디까지일까? 아프리카 지도를 향해 시선을 돌려본다. 자동차 이름 같기도 한 포니오 Fonio를 주목할 것. 미국 유기농 전문 마켓인 홀푸드마켓에서도 2020년 푸드 트렌드를 예측하며 이 곡물을 콕 집어 말했다. BBC가 선정한 ‘슈퍼푸드 5’에도 이름을 올렸다. 포니오는 글루텐이 없어서 밀가루에 저항하는 이 시대의 훌륭한 대체제가 될 수 있다. 모래처럼 고운 이 가루는 빵이나 파스타의 반죽으로도 활용 가능하며 쿠스쿠스처럼 곁들여 먹기도 좋다. 소화가 잘되고 혈당지수가 낮은 점은 요즘 시류에 딱 맞는 특징이다. 오! 포니오!

NONALCOHOLIC
술은 더 낮은 곳으로 임하고 있다. 술은 술이로되 취하지 않는 술이라는 아이러니가 있지만, 어쨌든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 반영된 현상이다. 맥주, 와인, 칵테일, 막걸리 등 주종을 불문하고 알코올 도수를 쏙 뺀 부드러운 술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가치를 1백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최근 호가든에서는 반려견을 위한 전용 무알코올 맥주 ‘펫비어’를 깜짝 선보였다. 당분간 저도주, 무알코올 음료의 불은 쉽게 꺼지지 않을 듯하다. 폭음과 주사가 없는 맑은 세상 속으로!

MILK CHANGE
우리 우유가 달라졌어요! 컬러는 그대로, 성분은 완전히 뒤바뀐 사례가 있다. 동물성이 아닌 식물성 우유가 뉴질랜드에서 탄생했다. 아몬드, 캐슈너트, 바닐라 빈, 히말라야산 소금 등이 들어간 밀크 2.0은 채식주의자도 마실 수 있는 하얀 액체다. 충분한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목넘김이 좋은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카페라테나 스무디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식물성 우유를 개발한 창업자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식문화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진정성을 품은 가짜가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맛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NO TRASH NO FOOD
버려진 음식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요즘 유럽에서는 투굿투고 Too Good To Go 애플리케이션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 앱은 영업 종료 후 남은 음식을 판매하고자 하는 레스토랑과 할인된 가격에 그것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이어준다. 그야말로 남은 음식물을 빠르고 맛있게 처리하는 방법. 이들의 모토인 “Fight Food Waste”는 인류가 같이 짊어져야 할 모토 아닐까? 멕시코의 지니어스푸드는 농작물의 절반이 폐기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갖고서 버려진 농작물을 재활용한 다양한 건강식품을 생산한다. 이를테면 폐기된 망고를 가루 형태로 가공해서 유화제나 천연보존제로 사용한다. 21세기 쓰레기의 의미는 다시 쓰여야만 한다. 버려진 것이 아니라 소생과 상생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THIS IS NOT RICE
탄수화물과의 전쟁이 선포된 지 오래다. 이제 인간은 가짜 쌀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가짜보다는 대체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탄수화물의 비중을 줄인 ‘대체 쌀’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병아리콩, 렌틸, 완두콩, 쌀가루를 배합해서 만든 쌀 브랜드 라이트라이스 RightRice가 있다. 식감은 쌀과 거의 흡사하다. 조리도 간편하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기존의 쌀보다 탄수화물 함량은 약 40퍼센트 낮다. 사람들은 먹으면서 살은 덜 찌고 건강해진다고 믿을 것이다. 새로운 식재료를 발명해서라도 먹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만들어낸 놀라운 쌀의 기적.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이현석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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