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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운전자와 그들의 첫 차

2020.01.16GQ

오늘도 떨리는 초보 운전자와 그들의 첫 차.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2010년식
김민재
대학 교직원 | 32세

실제 운전 경력은? 6개월. 면허 시험에 관한 에피소드는? 기능에서만 두 번 떨어졌다. 핸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아 실격됐고, T자 코스에서 실점해 탈락했다. 지금의 차는 어떻게 만났나?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 10년 타고 물려준다고 하셨는데, 2019년이 10년째였다. 작년 초부터 열심히 도로 주행 연수를 받았다. 자동차의 주된 활용 용도는? 현재 나의 직급으로는 직장에 이 차를 가지고 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인적인 용무를 볼 때 혹은 가족과 나들이를 떠날 때 사용한다.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은? 편의 사양과 넓고 편한 뒷좌석. 아쉬운 점은?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연료 게이지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포악한 연비. 또 구매 당시 틴팅을 굉장히 짙게 해서 야간 주차 시 창문을 내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도로에서 가장 아찔한 존재는? 도로를 따라 줄지어 달리는 자전거 동호회. 운전 배우길 잘했다 싶을 때는? 가족과 함께 이동하는 중 뒷좌석에 앉은 부모님이 잠드신 모습을 보면. 차가 생기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셀프 주유소에서 기름 넣기. 운전을 배우면서 들었던 기억에 남는 말은? “원래 초보 때는 사고 안 난다. 운전 좀 늘었다 싶을 때 꼭 사고가 터진다.” 초보 운전이라고 써 붙이지 않은 이유는? 어떤 사람들은 초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더욱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들었다. 차를 바꾼다면? 픽업 트럭. 낚시를 배우고 싶은데, 이것저것 짐을 싣고 떠날 때 이만한 차가 없을 듯하다.

현대 펠리세이드 2019년식
정혜영
임상병리사 | 34세

실제 운전 경력은? 4개월. 차를 구입한 계기는? 원래 결혼을 하면 사려고 했지만 먼 일이 될 것 같아 온전히 나를 위해 구입했다. 차를 구매할 때 우선순위는? 무조건 큰 차. 커다란 차를 타는 게 꿈이었다. 차에서 제일 자랑하고 싶은 스펙은? 다양한 주행 보조 시스템. 덕분에 커다란 차체에도 불구하고 초보가 운전하기 어렵지 않다. 운전을 시작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마트에서 장보기. 카트를 자동차까지 밀고 가 트렁크에 물건을 싣는 모습을 예전부터 상상했다. 운전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는? 지하철 파업 뉴스를 들었을 때. 운전 중 저지른 황당한 실수는? 하이패스 없이 당당하게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했다. 사이렌이 울려 당황스러웠다. 서울에서 피하고 싶은 구간은? 영등포 로터리. 올림픽대로로 올라가려는 차들의 치열한 눈치 게임이 벌어진다. 어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나? 선택 사양으로 택한 순정 내비게이션. 정확도가 높고 그래픽도 좋다. 도로에서 아찔한 존재는? 차로를 변경하며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버스. 언제부터 스스로를 베테랑 운전자라고 할 수 있을까? 후방 카메라를 보지 않고도 매끄럽게 주차에 성공할 때. 도로에서 가장 난처한 상황은? 비보호 좌회전. 뒤에서 직진하겠다며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가 많다. 방향지시등으로 좌회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도 내가 잘못했다는 듯 빵빵대서 불편하다.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초보자에게 한마디한다면? 초보를 위한 나라는 없다.

미니 쿠퍼 2014년식
이선지
플로리스트 | 30세

실제 운전 경력은? 9개월. 운전면허를 딴 계기는? 엄마를 따라 운전면허 학원에 갔다가 덩달아 등록했다. 지금의 차는 어떻게 만났나? 이민을 가는 지인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차를 구입하기 전 고려한 사항은? 예산. 초보는 어떤 사고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까.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은? 작고 귀엽다. 아쉬운 점은? 너무 작다. 최고 시속 기록은?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킬로미터까지 달렸다. 초보 운전자라는 표시는 꼭 필요할까? 종이에 유성 매직으로 초보 운전이라고 크게 써 붙이고 다닌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배려와 양보를 받을 때가 있다. 실보다 득이 많다.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팁을 준다면? 출발 전 주행 경로 파악과 로드뷰를 통한 이미지 트레이닝. 초행길에 큰 도움이 된다. 서울에서 되도록 피하려고 하는 구간이 있다면? 한남대교에서 압구정역으로 가는 구간. 극심한 정체와 끼어들기로 동승석에 앉아도 긴장되는 곳이다. 운전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술을 마신 남자친구를 데리러 갈 때. 성격이 쿨한 애인이 된 것 같다. 사고 경력은? 골목에서 마주 오는 차를 위해 애써 길을 비켜주다가 주차되어 있는 차를 긁었다. 나중에 차를 바꾼다면? 미니와는 전혀 다른 대형 SUV. 운전을 얼마나 더 하면 베테랑이 될까? 비록 초보 운전자지만 다른 사람이 차를 몰면 불안하고 운전 스타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베테랑을 구분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따로 없다.

아우디 A1 2015년식
정우영
에디터 | 41세

실제 운전 경력은? 10개월. 운전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작년에 오래 다닌 직장을 떠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여러 장소를 오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차를 마련했다. 지금의 차는 어떻게 만났나? 중고차 구매 사이트에서 한 달 동안 매물을 지켜봤다. 자동차에 추가하고 싶은 기능이 있다면? 요즘 차에 탑재되는 전방 장애물 경고 시스템. 여유가 없는 곳에 주차할 때는 차 앞 길이에 대한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지금의 차를 얼마나 더 탈 수 있을까? 아직 주행거리가 8만 킬로미터를 넘지 않았다. 차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타고 싶다. 운전을 시작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고속도로 주행. 아버지의 차든 친구의 차든 고속도로에서 들었던 음악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음악을 들을 때 주로 사용하는 기기는? 요즘 차에서 찾기 힘든 CD 플레이어가 달려 있다. 꾸준히 샀지만 잘 듣지는 않았던 믹스 CD를 차에 쟁여놓고 듣는다. 운전 중 가장 부담스러운 과정은? 집 앞에 주차하기. 하필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초보에겐 난이도가 너무 높은 곳이다. 운전이 더 능숙해지면 어떤 드라이버가 될까? 숙련자는 다른 도로교통법을 적용 받나? 초심을 잃지 않는 운전자가 되려고 한다. 어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나? 전혀 모르는 길을 갈 때를 제외하면 이용하지 않는다. GPS로 파악한 도로 상황이 틀린 적이 많다. 운전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넉넉한 시간을 두고 출발하세요. 피치 못하게 경로에서 벗어나도 다른 길을 즐겁게 찾으세요.

포르쉐 박스터 S 2008년식
박창대
헤어 디자이너 | 31세

실제 운전 경력은? 2개월. 운전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일했다. 눈이나 비가 올 때는 택시 잡기가 힘들어 차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첫 차로 박스터를 선택한 이유는? 자동차는 디자인과 성능이 전부 아닌가? 또한 업무상 강남 지역의 골목길을 돌아다닐 일이 많아 비교적 크기가 아담한 고성능 모델을 물색했다. 두 달 동안 운전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데도 아직까지 도로에서 욕설을 하거나 경적을 울린 차가 한 대도 없었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건? 박스터는 운전하는 기쁨을 안겨주는 차다. 다만 매끄럽지 않은 노면 상태를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차를 태워준 사람에게 들었던 기억에 남는 말은? “저 택시 타고 가도 괜찮아요.” 차를 사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서킷에서 마음껏 액셀 페달 밟아보기. 이 차가 어느 정도까지 달릴 수 있는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도로에서 가장 아찔한 존재는? 화물차에서 짐이 떨어져 뒤차를 위협하는 영상을 많이 봤다. 이후 화물을 적재한 트럭은 피해 다닌다. 초보 운전이라고 표시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운전자들이 사진을 찍어 ‘도로 위의 폭탄’이라며 온라인에 올릴 것 같아서. 실제로 그런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어떤 내비게이션을 가장 선호하나? 네이버 지도를 활용할 때 제 시간에 도착할 확률이 가장 높았다. 또한 어느 차로로 달려야 하는지 알려줘서 편리하다. 운전에도 재능이 필요할까? 재능보다는 자신감.

BMW 525i 1995년식
현승진
회사원 | 32세

실제 운전 경력은? 1년. 운전을 배우면서 들은 기억에 남는 말은? 운전을 가르쳐준 선생님이 반복해서 한 말. “쫄지 마!” 초보 운전이라고 써 붙이지 않은 이유는? 진짜로 초보가 될 것 같아서. 차를 살 때 우선순위는? 차의 가격보단 가치를 중시한다. 1990년대 독일 자동차의 디자인을 매우 좋아해 올드카 중에서 매물을 찾았다. 전 차주가 관리를 잘해서 믿고 구매했다. 자동차의 주요 활용 용도는? 출퇴근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주말에 미용실에 갈 때 주로 끌고 나간다. 현재 소유한 차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요즘 차와 달리 컴퓨터가 아닌 기계 같은 감성. 아쉬운 점은? 순정 부품 수급이 매우 어렵다. 지금의 차를 구매하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딱 네 차다, 얼른 사!” 운전 중 가장 황당했던 기억은? 차를 사서 집에 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오시던 어머니가 나를 보시고는 “너 관종이니?”라고 하셨다. 서울에서 되도록 피하려고 하는 구간이 있다면? 염곡 사거리.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서울의 버뮤다 삼각지대. 서울의 교통 시스템을 평가한다면? 직업상 다양한 국가로 출장을 많이 간다. 인도,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에서 교통 체증과 무질서를 경험하고 난 후 서울의 운전 환경은 매우 수준 높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운전을 시작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굉장히 상투적이지만, 혼자 바다 가기. 운전을 얼마나 더 해야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까? 배테랑이 되기도 전에 자율주행 시대가 올 것 같다.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곽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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