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 베넌의 새로운 브랜드 B+ | 지큐 코리아 (GQ Korea)

유민 베넌의 새로운 브랜드 B+

2020-01-20T16:55:53+00:00 |interview|

유밋 베넌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유밋 베넌의 동생 격인 B+는 밝고 부드러운 풍모와 유연한 태도, 담백한 매력을 지닌 어떤 사람이다.

영화감독을 꿈꿨다고 들었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요? 10대 시절엔 LA에서 영상을 공부해 영화감독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가족들은 제가 혼자 LA에 가는 걸 반대했어요. 저는 소문난 문제아였거든요. 결국에는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형이 사는 보스턴 근처의 대학에 가게 되었고 대학을 다니면서 패션 디자이너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어요. 터키에서 섬유 관련 사업을 하신 아버지의 영향도 커요. 패션 스쿨에서 디자인과 패턴, 스타일링 과정을 수료한 뒤 마크 제이콥스와 몇몇 패션 브랜드에서 일하다 2009년에 제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당신의 옷에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공존해요. 클래식한 테일러링은 이탈리아를, 성글게 짠 니트 터번이나 상아를 깎아 만든 단추 등은 중동을 떠올리게 해요. 제가 만든 옷에는 제 모든 경험과 기억이 함축되어 있어요. 제 삶의 방향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운 좋게도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했어요. 독일에서 태어나 터키, 스위스, 미국, 이탈리아, 영국을 거쳤으니까요. 다양한 문화권에서 얻은 영감을 저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작업에서 무척 만족감을 느낍니다.

가장 특별한 도시는 어디예요? 뉴욕. 뉴욕이라는 도시를 통해 유밋 베넌의 캐릭터에 대해 정의 내릴 수 있었어요. 독특한 개성을 가지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도요.

2016 F/w 시즌 이후로 런웨이 쇼를 안 하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시간에 쫓겨 컬렉션을 완성하는 게 싫었어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로 나뉘는 관습적인 시즌성도 싫었고요. 찰나의 컬렉션을 위해 소진되는 돈과 시간, 그리고 에이전시의 압박에서 자유롭고 싶었어요. 유밋 베넌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시즌 대신 콘셉트와 테마로 의상들을 구분 지어요. 그게 저를 더욱 창의적으로 만들어줘요. God is Black Part 1, Home Run, Art by Night 등이 컬렉션의 이름이자 시즌이에요.

2009년에는 럭셔리 테일러링이 인기를 끌었잖아요. 이후로는 한동안 스트리트 패션의 영향을 받은 쉽고 가벼운 옷이 득세하다 최근 들어 다시 테일러링으로 돌아오는 추세예요. 2009년과 2019년 패션계의 온도 차이를 느끼나요? 지난 10년간 패션계는 정말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를 론칭했던 2009년에는 남성 패션 신이 클래식한 수트 베이스였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게 캐주얼하게 바뀌었죠. 하지만 쉽고 가벼워진 패션에 대한 반작용 때문인지 사람들이 다시 정통 테일러링의 격식과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럭셔리 테일러링의 귀환이 B+ 론칭에 영향을 끼쳤나요? 상관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는 아티스트로서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항상 매우 높은 퀼리티의 라인을 만들고 싶었어요. 최고급 원단을 사용하고 최고의 생산 업체와 일하면서 말이죠. 고객과 보다 가까워지기 위함도 있어요. B+에는 업그레이드된 맞춤 서비스인 메이드 투 메저 서비스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관여하고요.

B+라는 이름의 뜻은요? B는 제 이름 Benan에서 따왔습니다. 플러스는 장인정신과 더 나은 퀄리티를 뜻하죠. B+를 통해 최고의 서비스와 품질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B+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적게 사는 대신 최고를 사라.” 이게 제가 B+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예요. 최상의 디자인과 최고 품질의 옷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상기시키는 메시지이기도 해요.

B+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유밋 베넌 컬렉션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유밋 베넌은 무척 개인적이고 다채로운 프로젝트예요. 공격적이고 남성적이죠. 반면에 B+는 유연하고 밝고 부드러워요. 날카로움도 지녔고요. 유밋 베넌이 매 시즌 여러 문화를 탐험하며 다른 콘셉트들을 담아낸다면, B+는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하나의 콘셉트 안에서 중성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냅니다.

B+는 럭셔리 테일러링과 유니섹스 패션을 추구하는 듯 보여요. 유니섹스라고는 하지만 선이 가는 수트는 아니에요. 볼드한 느낌이 강해요. B+의 이상적인 남성상과 여성상은요? B+의 페르소나는 유니크한 터치의 클래식 피스와 올드스쿨 럭셔리 감성의 진가를 알아보는 누군가입니다. 모든 옷은 남 녀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어요. 맞춤 서비스도 가능하고요.

최근 패션계의 이슈인 성적 다양성과 ‘자기몸 긍정주의(Body Positive)’,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요? 저는 미래를 위해 이 업계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는 모든 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합니다. ‘평등성’ 또한 마찬가지죠. 하지만 절대 홍보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회 문화적인 이슈를 통해 주목받는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많은 것에 비해 이로써 비롯된 변화가 크게 와 닿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이러한 현상들을 단순히 홍보 목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들에게는 사회적인 이슈가 그럴싸한 트렌드일 뿐이에요. 무척 위험한 생각이죠.

일본에서 반응이 좋다고 들었어요. 한국 패션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직 한국에 가보진 못했지만, 유년기를 보냈던 스위스 기숙 학교에 한국인 친구가 많았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진 않아요. 한국의 패션 신이 굉장히 크고 창의적이라는 것도 알아요. 서울 패션위크가 아시아 마켓의 선두주자라는 사실도요. 서울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길 바라고 있어요.

일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현재는 밀라노에 머물고 있어요. 밀라노에 있을 때는 오직 일만 해요. 그 외에는 먹거나 테니스를 치죠. 딱 그 정도예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여행을 떠나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열심히 일하는 게 목표예요. 저는 이 일을 무척 사랑하기 때문에 오래도록 브랜드를 지속해나갈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