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토르 문디의 비밀 | 지큐 코리아 (GQ Korea)

살바토르 문디의 비밀

2020-01-22T17:02:50+00:00 |culture|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시가 화제다. 전시에 등장하지 않은 다빈치의 가장 미스터리한 작품 ‘살바토르 문디’의 묘한 행방과 이 거대한 작품 뒤에 숨겨진 은밀한 이야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술에 일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익히 아는 미술사 최고의 유명 화가다. 세잔, 모네나 마네 같은 인상파 화가들도 다빈치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2018년 루브르 박물관은 관람객 1천만 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는데, 사실 루브르의 간판 스타인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숫자다. 기회만 있으면 다빈치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는 루브르 박물관은 역시 다빈치 사후 500주년이라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0월 24일부터 2020년 2월 24일까지 루브르 박물관 특별 전시실에서 열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전>은 루브르 박물관 역사상 최초로 시간대별 예약을 받을 정도로 연일 매진 사례다.

다빈치의 회화 작품, 데생, 조각, 그가 남긴 연구 수첩인 코덱스 시리즈 등 다빈치에 관한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도록 하겠다는 야심 찬 기획이 돋보이는 전시다. 아울러 적외선으로 촬영한 다빈치의 회화들을 최초로 공개했는데 대가의 붓자국이나 데생 단계에서 수정한 흔적까지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메가 히트 전시답게 말도 많은데, 작품의 명성 때문에 세계 어느 박물관도 타 박물관의 전시를 위해 다빈치의 작품을 반출하는 데는 손사래를 치기 일쑤라 ‘수태고지’나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 같은 대표작들이 자리하지 못했다는 점, 그 바람에 회화에 비해 지나치게 데생이 부각된다는 점, 전시실이 다빈치의 명성에 비해 좁다는 점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2017년 미술 경매 역사상 최고가인 5천억원에 낙찰된 화제작 ‘살바토르 문디 Salvator Mundi’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의외로 꼽힌다. 경매가 끝난 한 달 뒤 <뉴욕 타임스>는 살바토르 문디가 실은 ‘MBS’, 즉 사우디 아라비아의 실세인 빈살만 왕세자의 손에 넘어갔다고 폭로했다. 또한 살바토르 문디는 아부다비에 루브르 박물관을 유치한 아랍 에미리트를 위한 외교 선물이라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부다비 루브르에 살바토르 문디가 걸릴 것이라는 소문이 기정사실이 되다시피 했고, 그렇다면 당연히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리는 다빈치 특별전에 살바토르 문디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루브르 책임 학예사인 빈센트 딜리우빈 Vincent Delieuvin에 따르면 루브르 측에서 살바토르 문디를 빌리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허사. 게다가 2018년 9월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 개관식에 등장하기로 했던 살바토르 문디의 행방은 현재 묘연할 뿐 아니라 개관식 행사 역시 일부가 취소되었다.

여하튼 루브르의 다빈치전은 단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게 알려준다. 바로 유명세에 비해 우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가 하필 다빈치인데는 이유가 있다. 다빈치가 아닌 반 고흐라고 상상해보라. 미스터리한 느낌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전 세계에서 다빈치의 작품으로 공히 인정받은 회화 작품은 단 18점뿐인데 심지어 그중 두 점은 미완성작이다. 미술사학자들도 다빈치의 일생을 재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늘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다빈치의 대체적인 인생 경로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지만, 중년 이후 다빈치가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일했으며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널리 알려진 논쟁 작품 숫자만 18점인데 살바토르 문디 역시 그중 하나다. 그리스도가 우주를 형상화한 구슬을 들고 있는 ‘살바토르 문디’는 사실 16세기 종교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다. 단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알려지지 않은 역작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만 빼면 화제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 바로 이 때문에 2005년 뉴욕의 갤러리스트인 로버트 시몬 Robert Simon이 뉴올리언스의 경매 회사 도록을 넘겨보기 전까지 가로 45센티, 세로 66센티인 이 작은 그림은 전혀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로버트 시몬은 친구이자 역시 뉴욕의 화상인 알렉산더 파리시 Alexander Parish와 함께 이 그림을 단돈 1천1백75달러에 구입했다.

살바토르 문디의 모험담은 보존 상태가 경매 회사의 도록 사진보다 현저히 좋지 않았다는 데서 시작되었다. 광고보다 실물이 못한 것은 미술계라고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살바토르 문디를 복원한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의 복원가이자 뉴욕대 교수인 다이앤 모데스티니 Dainne Dwyer Modestini는 설마하던 로버트 시몬과 알렉산더 파리시에게 살바토르 문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불어넣은 장본인이다. 그때부터 뉴욕의 두 화상은 만사를 제치고 살바토르 문디의 과거사 추적에 열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살바토르 문디가 빅토리아 시대 재력가였던 프란시스 쿡의 컬렉션에서 비롯되어 뉴올리언스의 가구 제작자인 워렌 쿤츠 Warren Kuntz의 손으로 넘어갔다가 그의 사후에 세상에 나왔음을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재미난 점은 워렌 쿤츠의 사후 컬렉션 경매를 주관한 크리스티에서 살바토르 문디를 경매에서 제외시켰다는 사실이다. 후에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에 따르면 다빈치의 작품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하니 정말이지 세상일이란 알 수 없다고나 할까.

하지만 뉴욕의 두 화상은 이 살바토르 문디가 다빈치의 작품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6세기 전의 일인 데다 다빈치는 워낙 미스터리한 인물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이제 로버트 시몬과 알렉산더 파리시가 기댈 곳이라고는 권위를 인정받는 미술사학자들의 감정서 뿐이었다. 이들은 2008년 런던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다섯 명의 다빈치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으는 데 성공한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학예사 카르멘 밤바치 Carmen Bambach,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 중 하나인 마리아 테레사 피오리오 Maria Teresa Fiorio,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학예사 알랭 브라운 Alain Brown,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복원을 감독했고 가장 널리 인정받는 다빈치 전기집을 쓴 피에트로 마라니 Pietro Marani, 옥스퍼드 대학 교수인 마틴 캠프 Martin Kemp. 이 중 역시 공개적으로 감정 결과를 표명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피오리오와 알랭 브라운을 제외하고 피에트로 마라니와 마틴 캠프는 진품이라는 데 손을 들었다. 이렇게 살바토르 문디는 미술사학계에 뜨거운 화젯거리로 떠오르면서 2011년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린 <밀라노 궁정에서의 다빈치전>에서 최초로 일반에 공개된다.

그 뒤 뉴욕의 이인조는 현재 유럽 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는 러시아 컬렉터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 Dmitri Rybolovlev에게 살바토르 문디를 넘겼다. 이 베일에 가려진 러시아 거부는 고호, 마티스,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알려지지 않은 어마무시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다. 살바토르 문디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그의 대리인인 스위스 화상 이브 부비에 Yves Bouvier가 그동안 수많은 작품의 구입 대금을 부풀려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비에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시드니 셸던이 쓴 통속 소설의 한 장면이나 다름없는 이 사건은 현재 개인 탐정, 보험사, 변호사들이 동원된 초대형 사건으로 비화했는데 그 과정에서 리볼로프레프는 살바토르 문디를 크리스티에 위탁했다. 크리스티에서는 워렌 쿤츠의 사후 살바토르 문디를 거부했던 그 시절의 기억은 다 잊고 대히트작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마치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는 것처럼 홍콩,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을 돌며 전시회를 열었고, 심지어 복원가인 모데스티니와 마틴 캠프가 등장하는 광고 시리즈 영상물까지 제작했다. 살바토르 문디는 치밀한 홍보의 결과물이자 연출된 진품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살바토르 문디는 어디에 있을까?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일설에 따르면 살바토르 문디는 134미터짜리 빈살만 왕자의 초호화 요트에 걸려 오만 앞바다를 떠다니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 빈살만 왕자는 본인이 살바토르 문디를 샀다는 공식 발표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이렇게 다빈치의 미스터리에 살바토르 문디의 행방에 관한 미스터리가 하나 추가되었다. 글 / 이지은(오브제 경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