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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에서 온 작가 셰이크 은디아예의 기록

2020.01.24GQ

세네갈에서 온 작가 셰이크 은디아예. 그는 시간의 흔적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해 캔버스 앞에 선다.

Cinéma ABC, Kaolack, Sénégal, 2019, Oil on Linen Canvas, 158 × 158 cm

Coumba Castel, 2019, Oil on Linen Canvas, 101.5 × 103 cm

Échoppe Mbour, 2019, Oil on Linen Canvas, 104 × 106 cm

Cinéma Liberté Adjamé, Abidjan, Côte d’Ivoire, 2019, Oil on Linen Canvas, 152.5 × 161 cm

Liberté Movie Theater, 2019, Oil on Linen Canvas, 52 × 53.5 cm

Rex Movie Theater, 2019, Oil on Linen Canvas, 53.5 × 53.5 cm

성북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꼭대기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늘처럼 높은 곳에 종종 오르는 편인가? 낯선 도시에 처음 가면 가장 높은 산이나 빌딩에 올라가서 그 도시를 파노라마로 바라본다. 먼저 전체적인 풍경을 본 다음, 작은 부분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산에서 내려와 발견한 흥미로운 작은 부분은 무엇이었나? 오늘 궁에 다녀왔다. 궁을 둘러싼 주변 거리를 걷다 보면 조선시대, 80년대, 현대까지 세 시대가 공존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은 좀 각별한 도시다. 1960년대만 해도 내가 태어난 세네갈과 한국의 GDP가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도시로 뒤바뀌지 않았나. 만약 세네갈도 한국처럼 급진적 속도로 발전했더라면 지금 내가 보는 풍경과 비슷해졌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당신은 세네갈을 비롯해 서아프리카의 일상적인 건축물을 사진처럼 세밀하게 묘사한다. 세네갈의 근대 건축물에 대해 관심이 많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자기네들이 하고 싶은 건축적 실험을 세네갈에서 많이 했다. 하루는 택시를 타고 가다 기사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한 적이 있다. 우연히 어떤 영화관을 보고 꼭 그걸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관 외벽에 시간의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건물의 흔적이 시간을 가장 잘 증언한다고 생각한다. 허물어지고 뜯겨져 나간 벽의 질감이 우리가 모르는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까.

작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여러 번 붓질해서 쌓아 올린 것 같은 상당히 두꺼운 질감이 느껴진다. 한 작품에 적어도 다섯 개의 레이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두꺼워 보일 수밖에 없다. 반복적인 과정에서 나온 그 질감이 하나의 존재처럼 보였으면 한다.

그리는 행위에 기쁨이 있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림 그리는 일을 두고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기쁨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작품을 완결 지었을 때 승리의 기쁨을 느낀다. 반면에 한 달 내내 붙잡고 그린 그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힘들 때 무엇을 하며 쉬나? 철학 컨퍼런스를 듣는다. 나를 쉬게도 하고 다시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인쇄해서 스튜디오 벽에 붙여둔 거장의 그림을 바라본다. 그걸 보면서 내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벽에는 누구의 그림이 붙어 있나? 페르메이르와 카날레토.

좋아하는 철학가는? 알랭 바디우, 모로코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소설가인데 나와 가장 친한 친구다. 아내와 나는 출판 일도 하는데, 얼마 전 이 분의 책을 함께 만들었다. 제목은 . 작가로서 무언가 하나를 뛰어넘어야 하는 단계가 찾아올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이다.

2018년 폰다지오네 프라다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벨기에의 거장 뤼크 튀이만이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재해석한 전시라고 들었다. 시대성과 당신의 작품을 어떻게 연결 지었나? 바로크 시대 사람들은 오직 종교 하나만을 바라봤다. 다른 곳은 볼 수 없었다. 세네갈에서도 과거에 영화가 그런 역할을 했다. 사람들이 스크린에만 열광하도록 국가가 통제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그린 작품 속에 그 당시의 영화관이 종종 등장한다.

큐레이터로서 뤼크 튀이만은 어땠나? 나는 그가 진정성 있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그를 좋아했다. 그는 언제나 시의적절한 소재와 주제를 잘 선정한다. 작년에 베니스비엔날레관에서 선보인 그의 전시는 최고였다. 뤼크의 작품 중에 60년 전 아프리카 최초로 민주 공화국을 세운 콩고의 초대 총리인 파트리스 루뭄바를 그린 그림이 있다. 콩고는 당시 벨기에의 지배를 받았다. 그런데 비엔날레에서 그 회화를 전시했다.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회화는 일상적인 동시에 사회 정치적 기록처럼 보이기도 한다. 리얼리즘이 담긴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나는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그림에 담는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낡은 상점이나 키오스크를 찾아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중 하나다. 회화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그런 잊혀 가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짧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예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변화시킨다. 시인 말라르메의 말에 따르면 예술은 제한된 행동이다. 제한적인 작은 변화지만 결국 그것이 모이면 큰 변혁을 일으킨다. 그건 전쟁보다 더 큰 변화다.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오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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