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돌의 역주행 | 지큐 코리아 (GQ Korea)

짐승돌의 역주행

2020-02-06T17:18:50+00:00 |music|

갑자기 10년 전 원조 짐승돌 2pm이 유튜브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다시보니 지금의 보이그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따금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끈다. 어느 날 피드에 등장한 2pm의 ‘우리집’ 음악 방송 무대 영상 그 시작이었다. ‘2pm이 컴백했나?’ 하고 무심결에 눌러본 영상의 업로드 날짜는 무려 4년 전. 2pm 요새 무슨 일 있나 싶어서 플레이한 그 무대는 짐승돌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다. 과거 영상에 소환되어 이끌려 들어온 수 많은 팬들이 사는게 바빠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짐승돌’의 소중함을 느낀다. ‘소년’이 치명적이어봤자 ‘으른 남자’만 못하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우리집’ 무대를 입덕 단계별로 모았다.

1. ‘우리집’ 입구
2015년 6월 19일자 뮤직뱅크 무대는 ‘우리집’ 신드롬의 시작이다. 색색깔로 염색한 머리, 지울 게 걱정되는 진한 아이메이크업, 화려한 무대 의상이 요즘 아이돌의 공통 분모라면 2pm은 확실히 노선부터가 다르다. 몸에 딱 맞는 셔츠에 슬랙스가 의상의 전부다. 헤어스타일도 과한 컬러 대신 차분하고, 메이크업도 적당하다. 춤 동작도 과격하지 않게 살짝 살짝, ‘너 맘에 드니까 10분 뒤에 만나서 우리 집으로 가자’는 메시지를 던질 뿐이다. 지금의 아이돌과 사뭇 다른 ‘으른 남자’의 매력에 홀리듯 이끌린 팬들이 연일 성지순례 중이다.

 

2. ‘우리집’ 회전문
‘우리집’ 무대를 한번 제대로 봤다면 사실상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당시 워낙 짧게 활동을 했기에 무대 영상들이 많지가 않아 더욱 감질난다. 음악 방송 영상을 다 훑었다면 이제 연말 가요 시상식 무대를 탐독할 차례. 특히나 2015년 12월 31일 MBS 가요제전 무대는 ‘코트 성지’로 유명하다. 무슨 대기업 대리급들의 장기자랑을 보는 듯, 롱코트를 펄럭이는 2pm을 만날 수 있어서다. 음악 방송 무대에서 ‘셔츠핏’으로 가슴을 설레게 했다면 이 영상에선 ‘코트핏’에 심장을 부여잡게 된다. 뭔가 ‘아저씨’ 같기도 한데, 그래도 잇몸 마르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3. ‘우리집’ 미로
‘집 앞에서 5년째 기다리고 있는데 왜 오질 않냐’는 팬들의 주접에 JYP가 응답을 했다. 갑자기 2pm 공식 계정에 올라온 보너스 콘서트 영상. 앞선 무대가 과격했는지 흠뻑 젖은 2pm을 만날 수 있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직접 찾아온 팬들의 울부짖음이 반갑다. 촤르르 떨어지는 새틴 셔츠부터 빳빳하게 다린 코튼 셔츠까지. 이 무대가 바로 셔츠 맛집이다.

 

4. ‘우리집’ 전세 계약
얼마 되지도 않는 영상을 보다보면 이제 ‘직캠’의 영역에 들어가게 된다. 멤버 별 직캠 중 가장 많은 ‘앓이’를 낳고 있는 우리집 준호. 춤과 노래는 물론이고 데뷔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귀여운 미소까지 장착해 준호 집 앞에 장사진을 치는 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SBS 유튜브 관리자는 아예 ‘지독하게 얽히고 싶은 우리집 준호 모음’을 시리즈로 올려준다.

 

5. ‘우리집’ 매매 체결
여기까지, 꽉 짜여진 무대 위 성숙한 남자 아이돌의 모습을 제시한 2pm에 대한 경외감과 환호였다면 이제 좀 ‘헐랭한 매력’까지 살펴볼 차례다. 아이돌들이라면 의례 올리는 안무 연습 영상 조차도 2pm은 다르다. 일단 누구 하나 옷을 아이돌답게 잘 입고 있는 멤버가 없다. 슬리브리스 셔츠에 중절모가 왠말이고, 저 애매하게 기장이 잘린 청바지는 또 무슨 일인가. 최신 유행템들을 장착하고 연습하는 요즘 아이돌과 다르게 2pm은 꾸민다고 꾸민 것 같지만 뭔가 부족한 모습으로 팬들의 탄식 섞인 감탄을 자아낸다. 우리가 까맣게 잊고 있던 ‘짐승돌’의 매력이 폭발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