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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오브제로 거듭난 테크 제품

2020.02.12GQ

미술관에 몰래 두고 나왔다. 하나의 오브제로 거듭난 테크 제품.

BOSE
뚫어져라 살펴봐도 여지없이 선글라스다. 하지만 이 제품을 만든 곳은 보스다. 보스는 음향 전문 브랜드다. 선글라스 외형의 보스 프레임도 들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안경 다리에는 초소형 스피커와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수준급 소리가 귀 주위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균형감을 잘 이룬 소리 속으로 밑도 끝도 없이 들어간 것 같달까. 볼륨을 심하게 키우면 외부로 소리가 새어 나간다. 걸어 다니는 스피커가 되고 싶지 않다면 주의할 것. 심미적인 측면은 나무랄 데가 없다. 군더더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조작 버튼은 하나로 통일했다. 전원, 통화, 음악 재생, 일시 정지,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 실행이 모두 가능하다. 이렇게나 멋지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예술이다. 24만9천원, 보스.

ELECTROLUX
미술계의 이슈 메이커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퓨어 Q9을 손에 넣는다면 이런 장면이 탄생할까? 힘을 줬다 빼길 반복하며 세심하게 빚은 것 같은 이 무선청소기의 유려한 실루엣은 어디든 두고 싶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감상용으로 쓰기에는 가진 능력이 너무 아깝다. 퓨어 Q9은 나선형 사이클론 설계로 강력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바닥의 먼지를 99퍼센트까지 제거하는 수준이다. 5단계 필터가 적용돼 초미세먼지도 걸러준다. 어두운 구석을 비추는 헤드 부분의 LED 라이트와 흡입구에 뒤엉킨 머리카락을 자동으로 잘라주는 기능은 은근히 활용도가 높다. 무엇보다 쓰면 쓸수록 피부로 와 닿는 장점은 무게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제일 만족스럽다. 초경량 알루미늄 소재로, 모터를 본체의 하단에 설치해 손목에 가중되는 부담을 덜었다. 퓨어 Q9은 거치대 없이 의젓하게 세워둘 수 있다. 감상용으로 쓰기에도 무리가 없다. 51만9천원, 일렉트로룩스.

APPLE
애플의 라인업에서 맥북 프로는 사람들에게 고성능ㆍ 고사양 모델로 또렷하게 각인됐다. 새롭게 선보인 16형 맥북 프로는 사람들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도 남는다. 역대 가장 큰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디지털 시네마 수준의 넓은 색영역으로 선명하고 생생한 느낌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비약적으로 개선된 열관리 설계는 강력한 성능을 더 오래 발휘하도록 돕는다. 또 최대 64GB 메모리를 구성할 수 있어 수십 개의 이미지 효과나 3D 모델 렌더링 등 복잡한 작업을 데스크톱 PC 수준으로 처리한다. 그래픽 성능도 이전 모델보다 두 배 이상 향상, UHD 동영상을 보다 매끄럽게 재생하는 편이다. 저장 공간은 무려 8테라바이트까지 확장 가능하고, 호불호가 꽤 갈렸던 키보드도 개선됐다. 애플은 맥북 프로가 개발자, 음악 프로듀서, 과학자,
영상 편집자 등 전문가들이 인생 최고작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한 노트북이라고 공언했다. 그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최저가 3백19만원부터, 애플.

DYSON
다이슨 퓨어 휴미디파이 쿨 크립토믹™ 가습 공기청정기. 이 장대한 이름을 접하면서 의문이 떠올랐다. 다이슨이 대단한 작품이라도 만든 걸까? 이 가습 공기청정기는 위생적인 가습, 공기 정화, 쿨링 세 가지 기능을 하나에 모았다. 우선 UV-C 광선으로 물탱크를 채운 물속 박테리아를 99.9퍼센트 제거해 깨끗한 물로 가습을 하고, 멸균 효과를 내는 은사 증발기가 재차 위생을 사수한다. 이 정도면 무결점의 가습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편 밀봉된 9미터 길이의 필터가 초미세먼지를 제거한다. 또 공기 중의 포름알데히드 분자를 파괴해 소량의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크립토믹™ 기술이다. 자연 바람을 비슷하게 재현한 브리즈 모드도 새롭게 선보였다. 이로써 의문은 확실하게 풀렸다. 근데 우리가 이 정도까지 유해한 환경에서 숨 쉬며 살고 있다니. 1백30만원, 다이슨.

    에디터
    김영재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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