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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원이 해낸 아이즈원의 몫

2020.02.24GQ

아이즈원을 둘러싼 가혹한 현실을 한 꺼풀 걷어내면, K팝 씬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단단한 완성도가 보인다.

걸그룹 아이즈원의 새 앨범 [BLOOM*IZ]의 타이틀곡 ‘FIESTA’의 의상은 다양한 색채와 질감의 천들을 덧대어 만든 듯한 모습이다. 12명의 멤버들은 모두 체크 무늬가 가장 눈에 띄는 의상을 입고 춤을 추지만, 막상 멤버 한 명 한 명의 의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치마 한 벌마다 최소 3~4가지 이상의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점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의상의 짜임새는 ‘FIESTA’ 즉 축제라는 이미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히려 아이즈원이라는 팀은 설득력 있게 자신들의 콘셉트를 전달한다.

단순히 의상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데뷔 앨범 타이틀곡인 ‘라비앙로즈’에서 ‘비올레타’로, ‘비올레타’에서 ‘FIESTA’로 넘어오는 동안 아이즈원의 퍼포먼스에는 전반적인 대형을 비롯해 사소해 보이는 손동작까지 꽃이 피는 형상을 기반으로 한 안무가 들어갔다. ‘라비앙로즈’에서 갓 피어나는 순간의 장미를 구현해낸 도입부는 ‘비올레타’의 도입부에 이르러 가벼운 발끝의 움직임과 팔 동작의 유연한 흐름으로 활짝 피어난 제비꽃의 이미지로 바뀐다. 그리고 세 번째 타이틀곡이자 첫 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인 ‘FIESTA’에서 이들은 무대 위에 흩뿌려진 꽃송이들처럼 각자의 색깔로 피어난 12명으로 나뉜다. 그러나 첫 번째 파트를 맡은 김채원의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다시금 모여 하나의 팀으로서 꽃봉오리 대형을 만든다.

단 한 차례도 흐트러진 적 없는 프로듀싱의 방향성은 아이즈원이 최근에 입고 나오는 의상만큼이나 완벽한 짜임새의 그룹이라는 점을 자랑한다. 음악부터 의상,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아이즈원이 꽃의 이미지를 차용해 꾸준히 추구해온 우아함이라는 키워드는 이번 앨범의 제목인 ‘bloom’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꼭 맞아떨어진다. 물론 여성을 꽃에 비유한다는 아이디어가 최근 들어 K팝 걸그룹들이 추구하는 ‘걸크러쉬’의 이미지와 상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즈원의 퍼포먼스에서는 꽃과 여성을 결부 지을 때 떠오르는 여성 신체의 특정 부위를 강조하거나 섹슈얼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안무가 눈에 띄지 않는다. 팔을 사랑스럽게 뻗거나 다리를 뻗고 앉는 안무를 할 때조차 꽃잎 한 장 한 장의 힘찬 생명력을 부각시키는 쪽에 가깝다. 꽃의 형태 그 자체를 몸으로 묘사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인 그룹이 단 세 번의 활동 안에 자신들의 색채를 명확히 대중에게 인지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전혀 다른 소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았고, 국적과 활동 이력까지도 다른 멤버들로 꾸려진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K팝 걸그룹 팀의 태생과 관련한 문젯거리는 쉽게 잊히기 어렵다. 지금 아이즈원을 버티게 하는 힘은 결국 콘텐츠의 완성도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버티면서 다시 무대에 오른 멤버들이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FIESTA’ 무대의 흡입력. 어떤 비난이 쏟아져도, 아이즈원은 아이즈원의 몫을 해내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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