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연극, 뮤지컬 무대 출신이었던 배우 5 | 지큐 코리아 (GQ Korea)

알고보니 연극, 뮤지컬 무대 출신이었던 배우 5

2020-03-17T11:20:29+00:00 |tv|

이미 널리 알려진 오나라, 엄기준, 조정석, 김무열, 강하늘 외에도 대중의 눈에 들기 시작한 대학로 출신 배우들이 생각보다 많다. 연극, 뮤지컬 팬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다섯 배우들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들여다봤다.


tvN <하이바이, 마마!> 이규형
영화 <나의 독재자>, <증인>
드라마 <비밀의 숲>, <슬기로운 감빵생활>, <라이프>, <의사요한>, <하이바이, 마마!>

이미 드라마 <비밀의 숲>,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이규형은 이제 드라마와 연극에서 모두 주연을 꿰찰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갖춘 매체형 배우로 성장했다. 그러니 여전히 그가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선다는 사실 자체를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규형이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그에게는 뮤지컬 <빨래>, <싱글즈>,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사의 찬미>, <젊음의 행진>, 연극 <나쁜 자석>, <트라이앵글> 등 다양한 스케일의 작품들이 존재했다. 다른 연극, 뮤지컬 배우들에 비해 이르게 미디어 시장에 진입해 영화와 드라마에 집중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2019년에만 해도 <헤드윅>, <시라노>, <젠틀맨스 가이드>, <팬레터>에 이르기까지 무려 네 개의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끊임없이 TV와 영화에 주조연급으로 캐스팅 되면서, 심지어 얼마 전 방송을 시작한 tvN <하이바이, 마마>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여성 배우인 김태희의 남편으로 출연하고 있는 이규형의 오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가 주는 감흥을 놓고 싶지 않아하는 그의 2020년은 또 얼마나 바쁜 스케줄로 채워지게 될까.

 


SBS <낭만닥터 김사부 2> 김주헌
드라마 <드라마 스페셜 – 도피자들>, <남자친구>, <60일, 지정생존자>, <낭만닥터 김사부 2>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공교롭게도 욕심과 비겁함을 공유하며 후반부까지 중요한 역할을 해낸 두 명의 배우, 김주헌과 고상호는 원래 대학로 무대에서 활발하게 일하는 배우들이다. 그중에서도 2009년부터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던 김주헌은 <쥐>, <잠 못 드는 밤은 없다>, , <카포네 트릴로지>, , <거미여인의 키스> 등 로맨스, 스릴러부터 정치적인 소재를 다룬 무거운 작품부터 퀴어의 삶을 다룬 소재까지 다채로운 무대에 오르며 이미 대학로에서는 유명한 배우로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샌가 조금씩 TV에 얼굴을 비추던 그는 2019년부터 드라마 <남자친구>, <60일, 지정생존자>로 조연급 자리를 꿰차며 마침내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부여받아 돌담병원의 새 원장 박민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이른다. 하지만 김주헌은 2019년 11월까지도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로 대학로를 지키며 팬들로부터 “무대와 미디어 연기 비중을 비슷하게 유지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앞으로 미디어 시장에서 그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더라도 꾸준히 무대 연기를 계속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다림을 계속하는 팬들이 적지 않은 이유.

 


SBS <낭만닥터 김사부 2> 고상호
영화 <하루>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낭만닥터 김사부 2>

고상호 역시 김주헌만큼이나 오래된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다. 2008년부터 대학로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해왔으며, 비중이 적은 역할부터 시작해 뮤지컬 <명동로망스>, <아랑가>, <트레이스 유>를 비롯해 <비스티>, <미드나잇>, <사의 찬미>, <베어 더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작품들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특히 <미드나잇>에서 독재정권 수하의 비밀경찰이 되어 다른 캐릭터들의 극단적인 면을 끌어냈던 시기의 고상호는 이후 <사의 찬미>에서는 예민하고 유약해 보이는 지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쾌활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눈빛이 한순간에 능청스럽거나 악랄해지기까지 하는 흥미로운 연기의 스팩트럼을 오가는 그의 모습이 얼마 전까지 방영된 <낭만닥터 김사부 2>의 양호준을 더 얄밉고 눈을 흘기고 싶은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신인이 저렇게까지 연기를 잘 하냐”는 반응을 보이던 이들이 있다면, 고상호의 지난 이력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고로, 드라마 속 그의 연기가 어떻게 완성됐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 공연 중인 <미드나잇 : 앤틀러스>의 공연장을 찾으면 된다.

 


tvN <사랑의 불시착> 홍우진
영화 영화 <더 파이브>, <출국>
드라마 <녹두꽃>, <사랑의 불시착>, <반의반(예정)>

무려 2001년,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연극과 뮤지컬 배우로 일해온 홍우진은 최근에 막을 내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내 불법 사업의 실무자를 맡아 감쪽같은 북한 사투리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능숙한 사투리는 이미 그가 뮤지컬 <로기수>, <공동경비구역 JSA>,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을 거치며 완성형에 가까워져 있던 것을 카매라 앞으로 옮긴 것뿐이다. 특히 2017년에 이어 2019년~2020년 공연에도 함께한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홍우진은 권위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하지만 사실상 원치 않게 투입된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창섭의 사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강한 카리스마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도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하나의 무대에서 모두 보여주는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배우 중 한 명으로, 결국 2017년 공연 이후 2019년 공연에도 그를 꼭 합류시켜 달라는 팬들의 적극적인 요청이 쏟아졌다. 이외에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시라노> 등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동화적인 서사의 인물들까지도 그려내던 그는 오히려 <사랑의 불시착> 속의 평이한 캐릭터와 적은 비중 때문에 후속작 <반의반>에서의 모습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배우 본인이 지닌 역량을 다 보여줄 수 없는 역할이란, 이토록 아쉬울 수밖에 없다.

 


JTBC <검사내전> 전성우
영화 <더 테이블>, <하늘피리>
드라마 <드라마 스테이지 – 물비늘>, <열혈사제>, <60일, 지정생존자>, <뷰티풀 마인드>

철이 없어서 주변 사람들이 더 힘들겠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는 신입 검사 김정우를 맡았던 전성우는 한동안 유망주에 속하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로 등장했던 <화랑>이라는 뮤지컬로 2010년에 데뷔했다. 1987년생이라는 어린 나이 덕분에 미래가 밝은 연극, 뮤지컬 배우로 이르게 주목받았으며, 대학로에서는 성공하는 배우들이 필수적으로 거쳐 간다는 작품인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쓰릴미> 등에서 실력을 키웠다. 이외에도 <블랙메리포핀스>, <엘리펀트 송>처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또렷한 작품들에 힘을 쏟았고, 에서는 이미 높은 연차를 자랑하는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오페라 나비 부인의 여주인공 ‘송 릴링’ 역을 맡은 남성이 되어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의 아슬함을 표현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아슬아슬하고 여린 인상은 <베어 더 뮤지컬>에서 킹카 역인 제이슨으로 한 차례 뒤집혔고, 그 뒤로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전성우에 대한 믿음으로 티켓을 예매하는 관객들의 숫자가 늘었다. 그런 그의 가장 최근 무대작이 2019년 2월에 막을 내린 <어쩌면 해피엔딩 2018>이라는 점은 작지 않게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와 영화로는 보기 힘든 현장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거꾸로 관객에게 돌려주는 배우들의 미디어 진출은 이렇게 반가우면서도, 무대 위의 모습을 그립게 만드는 법이다. “지금도 전성우 본인이 무대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크다”는 공연계 관계자의 말을 들으니, 다시 그가 카메라 바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리라는 기대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