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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가장 진보한 드론, DS30

2020.03.14GQ

A급 감시자가 날아올랐다. 오늘날 가장 진보한 드론, DS30.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사격 훈련용 기체에서 기원했다는 설이다. 1930년대, 영국군은 무선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를 제작해 대공포 사격 훈련의 표적으로 사용했다. 착륙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산산 조각나 떨어지는 모습 때문에 수벌을 뜻하는 드론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왕벌과의 짝짓기 직후 즉사해 땅으로 추락하는 수벌의 최후와 닮아서다. 군사용 고정익 무인기를 의미했던 드론은 현대에 접어 들며 형태와 용도의 범위를 넓혔다. 헬리콥터처럼 공중에서 멈추는 호버링 Hovering이 가능한 멀티콥터가 개발됐다. 항공 촬영이나 물자 수송에도 동원되는 등 민간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드론 개발의 최대 난제는 체공 시간이었다. 무게와 기체 구조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길어야 20분 가량 비행한 후 지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CES 2020에 기존의 한계를 초월하는 드론이 불쑥 나타났다. 120분 동안 공중을 누비고, 최대 5킬로그램의 화물을 싣고 떠오를 수 있는 옥토콥터다. 두산 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에서 개발한 이 비행체는 파워팩 DP30과 드론 보디 DS30으로 구성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연료 전지 드론이다.

전기를 직접 충전해 싣고 다녀야 하는 기존 리튬이온 전지는 배터리 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결정된다. 배터리를 다량 탑재하면 해결될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기체 중량도 상승해 전력 소모량이 많아진다. 중력을 이겨내며 이륙해야 하는 드론엔 치명적인 조건이다. 반면 ‘3차 전지’라고도 부르는 수소연료 전지는 원리가 전혀 다르다. 파워팩 안에 들어 있는 용기에 수소 기체를 채워두면 연료 전지 내에서 산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발전기와 배터리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전력 생산 효율과 더불어 가벼운 무게도 비행 시간을 훌쩍 늘리는 데 일조했다. 드론 보디와 파워팩을 비롯해 제품 전체가 탄소섬유로 제작됐다. 폭이 2.6미터나 되는 대형 드론임에도 21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는다.

긴 체공 시간은 드론의 활용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벌써 국내에선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송전탑과 풍력 발전기 주변을 비행하며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 중이다. 카메라와 온도 측정기를 달아 균열과 발열 여부를 지상에서 살핀다. 해외에선 훨씬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송유관과 산불 감시는 물론, 영토가 넓은 나라의 경우 국경과 해안 감시용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기존 드론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임무다.

DMI의 드론은 CES의 드론 · 로보틱스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들어올리며 국제적인 신스틸러가 됐다. 드론과 분리되는 수소연료 전지 파워팩만으로도 별도의 상을 거머쥐었다. 허약한 체력 때문에 발전이 고착된 드론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철두철미한 설계와 수없이 반복한 내구성 실험을 통해 확보된 안전성도 주요한 수상 배경이었다. 날아오르자마자 추락할 운명이었던 기원을 비웃기라도 하듯, 드론의 극적인 진화가 지금 이 순간에도 한창이다.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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