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 그들은 제비처럼 왔다 | 지큐 코리아 (GQ Korea)

EDITOR’S LETTER – 그들은 제비처럼 왔다

2020-04-23T11:14:31+00:00 |book|

뭔가를 써야 할 때, 혹은 뭐라도 쓰고 싶을 때 <작가라서>(도서출판 다른)라는 책은 늘 트리거 역할을 했다. <파리 리뷰>의 인터뷰를 요약한 이 책은 무려 303명의 작가에게 34가지 카테고리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 919개를 가감 없이 실었다. 현명한 거장들의 조언과 논평, 견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솔직하고 평범해서 잭 케루악마저 귀엽게 느껴진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윌리엄 포크너의 대답에 있다. “우리는 모두가 꿈꾸는 완벽함에 부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가능한 일을 하려다 멋지게 실패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재능은 중요하지 않아요. 재능이 있지만 무너진 사람을 많이 압니다. 재능을 뛰어넘는 온갖 평범한 단어들이 있습니다. 훈련, 애정, 행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내입니다. 제임스 볼드윈

W.H. 오든은 글쓰기의 제1막이 주목이라고 여겼습니다. 어떤 광경이 있다는 뜻이죠. 우리가 할 일은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목격’하는 것입니다. 존 어빙

성경의 시편이나 폴 로런스 던바, 제임스 웰던 존슨이 쓴 시 등등을 다시 읽습니다. 그런 다음 언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유연한지, 얼마나 유용한지를 떠올립니다. 언어를 끌어당기면 언어가 “알았어”라고 말하지요. 마야 안젤루

얼마 동안 보스턴에서 뉴욕을 오가는 밤 배를 탔죠. 물결의 리듬이 문장 구조에 조금은 도움을 주었을 겁니다. 어스킨 콜드웰

담배와 커피를 가까이 둔 채 침대에 눕거나 소파에서 몸을 뻗지 않으면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뻐금거리고 홀짝거려야 해요. 오후가 지나가면서 커피에서 민트차, 셰리주, 마티니로 바꿉니다. 트루먼 카포티

마감일을 어기고, 거리를 배회하고, 영화를 보러 가고, 불경스러운 말을 내뱉고, 거리의 부랑아를 축복하고, 공무원을 협박하고, 이런 일을 모두 한 다음 당신이 보고 들은 것들에 마음이 들썩인다면 그때 글을 쓰러 가세요. 릭 무디

창밖으로 흥미로운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작고 지저분한 방을 선호합니다. 주석 지붕이 내다보이는 창문 옆에서 <그들은 제비처럼 왔다>의 마지막 두 부분을 썼습니다. 완벽했지요. 지붕을 보는 게 몹시도 따분해서 곧장 타자기로 다시 이끌려 갔으니까요. 윌리엄 맥스웰

작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할 방법을 부단히 강구하고, 그 뒤에는 그 고독을 허비할 방법을 끝없이 찾아냅니다. 돈 드릴로

부끄럽거나 재미없게 느껴지면 어쩌나, 가치 없는 글을 쓰면 어쩌나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은 글로 쓸 가치가 있습니다. 반드시 고수할 가치가 없는 생각일지언정, 글로 쓸 가치는 있습니다. 에마뉘엘 카레르

언젠가는 온 힘을 실어 주먹 한 방을 날릴 거라는 예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한 방이 온전히 무르익도록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합니다. 제자리에 착상하기도 전, 흐물흐물한 초기 단계에 붙잡아 조산아가 되도록 망쳐서는 안 됩니다. 로런스 더럴

예술가는 말하자면 낚아채는 재능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은 이미 존재하며 우리는 그저 공중에 있는 것을 이용하는 중개자일 뿐입니다. 헨리 밀러

글을 쓰고 있을 때면 늘 구체적인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이 친구는 이걸 좋아할 거야. 저 친구는 이 문단이나 장을 좋아할 거야’, 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든 책은 친구들을 위해 쓰는 것입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제게 최고의 독자는 제 소설 하나를 다 읽은 다음, 아마도 뉴욕의 어느 고층 아파트에서 그 책을 창밖으로 던졌다가 땅에 닿을 무렵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되찾아오는 사람일 거예요. 해리 매슈스

그저 어떤 효과를 내려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단어를 고칩니다. 그저 문장을 위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문장을 고치지요. 자, 아름다운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삭제합니다. 그런 다음, 삭제하고, 삭제하고, 삭제합니다. 조르주 심농

매일 밤 제가 역사상 가장 놀라운 구절을 썼다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틑날이 되면 순전히 허튼 소리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때로는 여섯 달이 지나서야 그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지요. 톰 울프

아무 계획 없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죠. 어떤 종류의 이야기가 될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해두지 않습니다. 그저 기다립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곧 배열입니다. 하나씩 나열하는 거지요. 누가 거짓말을 할 때, 그들은 뭔가를 숨기기도 하고, 내용을 빠뜨리기도 하고, 사건의 순서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소설입니다. 아일린 마일스

유머를 다룰 때는 덫을 조심해야 합니다. 작가는 처음 쓴 내용을 보고 아주 기분이 좋아서 이 정도면 괜찮아, 아주 재미있어, 라고 생각할 겁니다. 계속 고쳐야 하는 이유 하나는 작가가 스스로 그 글을 아주 재미있게 여긴다는 인상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제임스 서버

소설은 거의 유혹이나 다름없습니다. 유혹이 아니라면 적어도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입니다. 마누엘 푸이그

글을 쓸 때는 가장 똑똑한 친구에게 지금까지 쓴 것 중 가장 훌륭한 편지를 쓰는 셈 치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면 바보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을 것입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는 내용을 설명하지 않을 것입니다. 독자는 똑똑하며 상대방이 생색내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프리 유제니디스

글쓰기는 연애와 비슷합니다. 첫 부분이 가장 멋지지요. 메이비스 갤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