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부캐' 열전 | 지큐 코리아 (GQ Korea)

스타들의 ‘부캐’ 열전

2020-03-26T10:04:31+00:00 |tv|

유재석에겐 유르페우스가, 박나래에겐 조지나가 있다. 스타들에게 메인 캐릭터가 아닌 ‘부캐(부 캐릭터)’가 주는 의미.

“그 분은 은퇴했어.”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유고스타’라는 별명으로 드럼을 쳐야만 했던 시기를 부정하며 한 말이다. 유재석은 현재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산슬, 유고스타, 유르페우스 등 여러 캐릭터를 홀로 만들어내며 김태호 PD를 향해 “뭐하는 거냐”며 투덜거리고, 그 모습에 시청자는 웃음을 터뜨린다. 페르소나를 바꾸듯이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평소 시청자들이 알던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그의 모습은 ‘원톱’이라는 수식어를 변주하는 제작진의 흥미로운 도전이다. 덕분에 유재석에게는 은퇴와 데뷔를 반복할 수 있는 기이한 상황이 주어졌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비춰지는 유재석의 모습은 특정 인물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임의로 설정해 연기하는 캐릭터, 즉 ‘부캐’라는 신조어와 맞닿아있다. ‘부캐’를 보유한 것은 홀로 예능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유재석뿐만이 아니다. 박나래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종종 ‘조지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오랫동안 출연해온 프로그램 안에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자신의 일상을 재편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코미디언으로서의 정체성은 ‘조지나’라는 이름을 가지고 기존의 박나래가 아닌 의도적으로 연출된 새로운 정체성을 대중 앞에 꺼내놓은 것이다. 앞서 김숙 또한 송은이와 함께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에레나’라는 이름으로 우아해 보이는 말투를 구사하며 해학이 가득 담긴 말과 행동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배우 남궁민이 드라마 <스토브리그> 출연 당시에 남궁민이 아닌 드림즈의 단장 ‘백승수’로 인터뷰를 하며 실제인 양 고충을 토로했고, 현재 김혜수는 <하이에나>의 주인공인 정금자의 인스타그램을 개설해 상대역인 윤희재(주지훈)의 사진을 올려놓고 #놀랐쪄?? #반짝이는윤희재 #정금자 #손안에 같은 해시태그를 단다. 이러한 예능인들과 배우들의 움직임은 수년, 길게는 십 년 넘게 그들의 모습을 봐온 시청자들이 스타 개인과 그들이 출연하는 작품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하는 터닝 포인트가 된다. 종종 ‘부캐’를 연기하다가 지쳐서 “못해먹겠다”고 나가떨어지는 이들의 모습에서 원래 알고 있던 그들의 캐릭터와 연출된 캐릭터의 간극을 아는 시청자들은 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이 ‘부캐’들이 해학과 자조, 이 두 개의 키워드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이 캐릭터들을 보며 마냥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TV 밖에는 수많은 ‘부캐’를 가지고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스타들은 ‘부캐’를 통해 의도치 않게 타인 앞에서 억지로 웃거나 울어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위치에 놓인다. ‘부캐 열전’은 결국 현실에서 우리가 벌이는 수많은 싸움을 웃음으로 풀어낸 2020년식 유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