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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용 코치가 안내하는 사이클의 신세계

2020.04.04GQ

국가대표 출신 사이클 전문가 최진용 코치를 만났다. 그가 안내하는 고차원적 사이클의 신세계.

오늘 사이클을 타고 촬영장까지 왔다고? 경기도 구리에서부터 논현동까지 타고 왔다. 45분 정도 걸린다. 평소 대중교통이나 자동차 대신 사이클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사이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통체 의식을 느끼게 해주는 스포츠다. 수업을 듣는 회원들과 라이딩을 자주 나간다. 어려운 코스를 다 같이 완주했을 때의 끈끈한 유대감이 있다. 또한 사이클은 고통을 마주하는 스포츠다.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즐기는.

무엇보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할 것 같은데, 힘들 때 도움받았던 방법이 있나? 사이클을 근사하게 잘 타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그들이 큰 동기가 되어준다.

존경하는 선수들이 있나? 알베르토 콘타도르, 야콥 풀상, 그리고 장경구 선수. 실력, 피지컬, 정신력 등 모든 측면에서 굉장히 멋있고 본받을 만한 점이 많다.

중학교 3학년 때 사이클을 시작해 국가대표를 거쳐 지금은 지도자로 몸담고 있다. 24년 동안의 커리어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극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부상을 극복한 후 다시 자전거 안장 위에 올랐던 순간. 너무 간절했기에 잊을 수 없다. 8개월 동안 재활치료만 받으며 긴긴 시간을 보낸 적 있다. 당시 장경 인대염이 일곱 번 재발하고 수술밖에 답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다. 모든 게 불확실했다. 자전거 핸들을 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병에 대해 완전히 파고들어 공부했다. 요즘처럼 가르치는 일을 할 때 이런 크고 작은 부상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된다.

부상을 최소화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스트레칭이 가장 중요하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유연하게 잘 늘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으면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평소에 다양한 운동을 통해 안 쓰던 근육을 골고루 사용해볼 필요가 있다.

스파이더에서 운영하는 ‘스파이더 엑스퍼트 코스’ 코치로도 활약하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강사진이 운영하는 전문가용 트레이닝 코스라고 들었는데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스파이더는 보다 전문적이고 진정성 있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계에 도전하는 ‘Limitless’를 모토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클래스가 전문적인 수준을 지향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팀스파이더는 국가대표 선수, 국가대표 출신 코치 등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어야 클래스에 참여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사람들이 단시간에 실력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집중도 높은 훈련을 추구한다.

첫 수업에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부상을 피할 수 있는 자세와 장비를 꼼꼼하게 점검한다. 사이클은 장비의 위치가 1~2밀리미터만 바뀌어도 근육 쓰는 느낌이 달라진다. 안장 높낮이에 따라서도 무릎이나 발목을 움직이는 각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첫 피팅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사이클 타는 자세를 제대로 교정할 수 있다.

야외 라이딩은 어떤 코스로 진행하나? 3개월간 도달 거리 737킬로미터를 목표로 야외 라이딩 훈련을 한다. 사이클에 막 입문한 사람들은 따라가기 쉽지 않은 100킬로미터 라이딩 코스로 진행한다. 프로 사이클링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과 같은 로테이션, 업힐 트레이닝 등을 통해 보다 전문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킨다. 보통은 일요일 낮, 양수역에서 출발해 가평, 양평 인근 코스를 함께 달린다. 안전을 위해 사전에 지리적인 조건을 충분히 파악해둔다. 도로의 상태, 홀 위치 등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너무 힘들거나 반대로 좋아서 기억에 남는 코스가 있나? 선수 시절 강원도 양양의 부소치재라는 언덕을 쉬지 않고 열두 번 오르는 훈련을 한 적 있다. 그때 지옥을 경험했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스페인 테네리페섬. 북대서양을 바라보며 탈 수 있는 긴 코스가 유명한데 정말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언젠가 여기서 프러포즈를 해도 좋겠다 싶을 만큼.

    피쳐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설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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