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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에선 만난 캐딜락 XT6

2020.04.07GQ

출중한 SUV로 특별한 길을 달렸다. 캐딜락 XT6에 몸을 맡긴 채 맞딱뜨린 오지에서의 시간.

크기 L5050 × W1965 × H1750mm
휠베이스 2863mm
무게 2165kg
엔진형식 V6 가솔린, 터보
배기량 3649cc
변속기 9단 자동
서스펜션 (앞)맥퍼슨 스트럿, (뒤)멀티링크
타이어 모두 235/55 R 20
구동방식 AWD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kg·m
복합연비 8.3km/l

애써 존재하지도 않는 지명을 찾는 대신 지도 위에 목적지를 설정했다. 내비게이션이 꼬불꼬불한 경로를 내보였다. 산으로 켜켜이 둘러싸인 무명의 골짜기로 향하는 첫 단계였다. 막연하게 훌쩍 떠나고 싶은 심경은 그럴싸한 캠핑지를 찾을 수 있느냐에 실현 여부가 달려 있다. 근사한 캠핑지는 대부분 <인디애나 존스>에나 나올 법한 비밀의 사원처럼 꼭꼭 숨겨져 있다. 험지를 헤쳐 나가는 수고를 감내하면서까지 확보하고 싶은 자발적인 고립의 시간. 일상적이지 않은 여정을 유일하게 함께할 존재는 자동차뿐이다.

2열과 3열 시트를 접어 확장시킨 캐딜락 XT6의 트렁크에 2박 3일 동안 필요한 짐이 사치스럽게 담겨 있었다. 7인승 SUV의 건장한 체격에서 비롯되는 넓은 내부 공간의 가치가 패밀리카의 영역에만 한정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어떤 짐을 덜어낼지보단 무슨 물건을 더 챙겨 풍족한 시간을 만들지가 문제였다. 텐트와 캠핑 의자, 테이블과 바비큐 도구, 영화를 볼 심산으로 챙겨 넣은 캠핑용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 그리고 그간 쟁여놓은 책 더미가 테트리스처럼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서울을 떠난 후 고속도로를 빠져나갈 즈음, 주위는 벌써 어스름했다. 아스팔트로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출발 전부터 가장 걱정한 구간이 고속도로 이후 펼쳐질 오프로드였다. 헤드램프와 감각에만 의존한 채 물길과 돌밭을 가로지르다가 눈에 띌 때마다 마음 시린 흉터를 차체에 남기곤 했으니까. 몇 해 전엔 야생 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와 무고한 희생을 치를 뻔한 적도 있다. 등골이 축축해질 정도로 아찔한 순간을 모면하고 나서야 야간 험로 주행에 얼마나 변수가 많은지 실감했다.

하지만 XT6에 탑재된 주행 보조 기능은 어둠 속에서 무력해지는 시각을 영리하게 보완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비춘 전방 상황을 계기판에 띄우고, 생명체와의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제동하는 나이트 비전 시스템이 탑재된다. 원래 보행자 충돌을 막기 위해 개발했지만, 인적 없는 외딴 장소에서도 예상치 못한 가치를 내보였다. 보다 편리한 주차를 위해 자체 구석구석에 배치한 카메라 역시 위험을 감지하는 눈이 된다. 조향각에 따라 전조등이 비추는 전방의 각도를 넓히더니 빛에 밝혀진 주변 상황을 디스플레이에 중계했다. 높게 쌓인 돌무더기를 비켜가고, 구렁텅을 회피하며 조금씩 전진했다. 차에서 내려 지면 상황을 알려줄 동승자가 그립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목표 지점에 근접하자 땅은 더 험상궂었다. 지형의 고저 차가 점점 심해졌다. 수분과 이끼에 둘러싸인 돌, 짓무른 낙엽이 사방에 포진했다. SUV로 분류되는 차라면 모두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상황 같아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도심형’이라는 콘셉트가 SUV에 접목되면서 투박했던 외형은 개선됐지만, 대부분이 험로 주파라는 원래 기능을 잃거나 기백 없이 온순해졌다. SUV라는 이름을 믿고 무턱대고 험악한 길에 진입했다가 끝내 돌파하지 못하고 야영지를 변경한 기억도 많다. 이와 달리 XT6는 사륜구동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각 바퀴에 전달되는 힘과 제동력을 스스로 조절하며 의연하게 비탈을 거슬러 올랐다. 다양한 주행 모드 중 하나인 ‘오프로드’는 캐딜락이 구상한 XT6의 개발 방향을 대변한다. 두툼한 출력으로 호탕하게 내달리다가도 질퍽하고 우둘투둘한 지대 역시 주저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호기로운 성미. 맥이 풀린 요즘 SUV 중에서 드물게 귀한 재능이라 더 반가운 성격이다.

3시간을 들여 도착한 목적지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정적으로 환영 인사를 건냈다.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커다란 차체를 울림통 삼은 보스 스피커가 활짝 열린 선루프 밖으로 차분히 음악을 흘려보냈다. 지금껏 밟아본 적 없는 땅을 개척한 체험은 좋은 자동차의 의미를 확장해보는 생각으로 연결됐다. 도구가 아닌 동행자, 탐험의 기억을 공유하는 미더운 동료. 잔뜩 챙겨온 짐을 마저 꺼내던 중 XT6의 트렁크에 걸터앉아 한참 동안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심야의 오지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향이 코끝을 기분 좋게 건드렸다.

XT6는 에스컬레이드와 XT5의 중간에 위치하는 캐딜락의 새로운 패밀리 SUV다. 6인승과 7인승 중 선택할 수 있으며, 2미터에 육박하는 여유로운 폭과 5미터가 넘는 전장을 바탕으로 동급 SUV 중 최대 수준의 내부 공간을 확보했다.

최상위 버전인 ‘스포츠 트림’만 들여와 단일 출시한 덕에 블랙 메시 타입 그릴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8인치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센터페시아. 한글화에 공을 들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용에 이질감이 없다.

레일 위에 설치된 2열 시트. 앞으로 위치를 조정해 3열 탑승자의 무릎 공간을 여유롭게 넓혀줄 수 있다.

버튼 하나로 등받이를 접고 펼 수 있는 뒷좌석. 2열과 3열을 폴딩하면 트렁크 용량이 2229리터로 확장된다.

    피쳐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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