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art

전체가 만들어내는 책의 가치

2020.04.14GQ

한 권으로도 빼어나다면, 전체가 만들어내는 가치와 자태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네 곳의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컴플리트 컬렉션.

라이프 <라이프>의 시작은 글자 그대로 ‘라이프’였다. 1936년 11월 23일, 사진 중심의 시사 잡지로 태어난 <라이프>의 창간호를 몇 장 넘기면 세상에 막 태어난 신생아의 사진이 튀어나온다. 제목은 ‘LIFE BEGINS’. 신생아가 일생의 첫 숨과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을 세밀하게 묘사한 스토리도 함께 실렸다. 바로 옆 장에는 <라이프>의 존재 선언과 같은 글이 있는데, 다음의 문장이 눈에 띈다. “<라이프>의 첫 호는 잡지가 아닙니다. 탄생입니다”. 그 선언은 현실이 됐다. 이는 포토 저널리즘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했다. <라이프>는 역사적인 순간과 동시대의 주요 인물을 사진이라는 강력한 예술의 언어에 담아 전 세계에 알렸다. 마가렛 버크화이트, 로버트 카파, 유진 스미스 등 당대 최고의 사진가들이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시대를 기록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긴박함, 2차 세계 대전의 종전을 상징하는 ‘수병의 키스’,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디딘 장면…. 사람들은 <라이프>를 통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먼 곳에서 일어난 사건과 동시대의 현실을 눈앞에서 펼쳐지듯 선명하게 목격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사진의 힘을 각인시킨 <라이프>전권을 소장하고 있다. 한 세기의 역사뿐만 아니라 사진 예술사의 주요한 흔적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점에서 들여다볼 가치가 크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는 ‘지구의 일기장’이라 불리는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권이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130여 년간 지구의 경이로움과 문명의 다양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시작은 ‘인류의 지리 지식 확장을 위하여’라는 기치 아래 설립된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의 학회지였다. 회색 표지의 지리 백과사전에 가까운 창간호가 이를 설명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품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무한 확장됐다. 자연, 문화, 고고학, 환경, 생태, 우주에 이르기까지 지구 안팎의 모든 현상에 탐험 의지를 발휘했다. 다큐멘터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심도 깊은 사진과 글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상징하는 노란색의 사각 테두리에 깊은 신뢰를 입혔다. 때로는 가차 없는 현실 이면의 진실을 끄집어내 세상이 촉을 세우게 만들기도 했다. 1984년 사진가 스티브 매커리가 파키스탄 난민촌에서 촬영한 소녀의 사진이 대표적이다. 이듬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해 난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초록눈의 소녀’라 불리는 기념비적인 표지와 더불어 홀로그램으로 제작된 발행 100주년 기념호도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탐험하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제임스 비어드 파운데이션 북 어워즈 1만 2천여 권의 요리 관련 서적으로 채워진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의 자랑거리라면 ‘제임스 비어드 파운데이션 북 어워즈’와 ‘IACP 쿡북 어워즈’의 수상작 전권이다. 이들 모두 미국을 대표하는 쿠킹책 시상식이다. IACP는 줄리아 차일드, 자크 피핀 등 유명 셰프와 요리학교를 주축으로 1978년 설립됐다. 제임스 비어드는 저명한 요리 연구가로 그의 사망 후 1991년부터 레스토랑, 셰프, 미디어, 쿠킹책 분야에서 최고를 선정하고 있다. 사진의 <모더니스트 퀴진>은 2012년 제임스 비어드 어워즈의 수상작이다. 요리과학자 네이선 미어볼드가 조리 기술과 식재료를 정밀 분석한 새로운 개념의 요리책으로 ‘혁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요리하는 일과 먹고 마시는 행위에 본능 이상의 미감을 느낀다면 이곳을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롤링스톤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1967년 11월 등장과 함께 존 레논의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리처드 레스터 감독의 를 촬영하는 존 레논의 모습을 찍은 것이었다. 영화는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실험성 짙은 블랙 코미디였다. 이를 계기로 존 레논은 평화주의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의 명성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지만, 대체 어떤 의미로 그가 한 명의 군인처럼 보이는 사진을 창간호 표지에 썼는지 사뭇 궁금하다. 음악 평론가 랄프 글라슨과 <롤링스톤>을 만든 잰 워너는 이때 이렇게 밝혔다. “<롤링스톤>은 음악에 관한 것이 아닌, 음악을 아우르는 모든 사물과 태도에 관한 것이다”. 훗날 그는 <롤링 스톤>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지로 창간호를 꼽기도 했다. 보통의 음악 전문지와는 다르게 <롤링 스톤>은 음악을 중심으로 촉발된 사회, 문화, 정치의 움직임을 조명하며 대중문화의 역사를 대변하는 매체로 지위를 공고히 했다. 지금까지 발행된 <롤링스톤>을 빠짐없이 구비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이를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음악적 유산으로서의 위상도 남다르다. 두 번째 호의 얼굴은 ‘로큰롤의 여왕’ 티나 터너. 출판물 역사상 최초로 프런트 우먼이 등장한 사건이었다. 지미 핸드릭스의 사망 이슈를 대대적으로 다룬 1970년 10월호는 세월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회자된다. 1960~1970년대 음악 신의 전설적인 사진가 짐 마샬이 지미 핸드릭스를 촬영한 표지 사진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비져네어 햇빛이 닿으면 무지개보다 화려한 색을 드러내는 흑백 사진, 향의 단상을 시각화한 사진집과 21개의 향수 샘플, 물을 주고 볕을 쬐어주면 야생화가 자라는 아트북. 종이 매체에 얽매이지 않는 <비져네어>는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형태의 패션 아트 출판물이다. 모델, 메이크업 아티스트, 사진가 출신의 세 친구가 1991년 창간해 1년에 3~4번, 한정 수량으로 발매한다. 그동안 낸 골딘, 마크 제이콥스, 칼 라거펠트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새롭고 재미난 창조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번뜩이는 창작 집단이기도 하다.
위의 사진은 봄을 주제로 한 창간호다. 화제가 된 시리즈들에 비해 사소할 수 있지만 패기와 치기의 농도는 짙다. 루이 비통 모노그램 가죽 파우치에 담긴 잡지를 포함해 <비져네어>의 모든 컬렉션이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머물고 있다.

도무스 “건축에서 가장 영속성 있는 재료는 시멘트도, 나무도 아니다. 바로 예술이다.” 건축의 본질을 다시금 숙고하게 만드는 이 말의 주인은 이탈리아 건축 디자인의 선구자인 지오 폰티다. 1928년 그의 자유로운 창의성이 빚은 건축 잡지 <도무스>는 지금까지도 매년 11권씩 발행하며 명망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현대 미술 등 전방위로 뻗어나간 <도무스>의 큰 흐름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훑어볼 수 있다.

    피쳐 에디터
    김영재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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