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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엑스맨] 찰리 히튼의 기다림

2020.04.20GQ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의 뮤턴트를 연기하는 찰리 히튼. 이제 스물여섯 살이 된 영국 출신의 이 배우는 또다시 자신을 두렵게 만들 무언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재킷, 팬츠, 모두 헬무트 랭. 스웨터, 셔츠, 모두 스톡 빈티지. 슈즈, 스페리. 양말, 팔케.

재킷, 팬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셔츠, 시드 매시번. 타이, 드레익스.

재킷, 스톡 빈티지. 터틀넥, 볼리올리. 티셔츠, 드레익스. 시계, 모바도.

재킷, 폴로 랄프 로렌. 셔츠, 브루넬로 쿠치넬리. 티셔츠, 벨바 신. 팬츠, 스톡 빈티지. 시계, 예거 르쿨트르.

재킷, 구찌. 셔츠, 로윙 블레이저. 팬츠, 까날리. 타이, 제이 프레스. 운동화, 컨버스.

스웨터, 타이, 모두 제이 프레스. 셔츠, 폴로 랄프 로렌. 팬츠, 구찌. 벨트, 스톡 빈티지. 운동화, 반스.

“찰리 히튼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연기를 해요. 그 가슴의 크기는 하나의 행성만큼이나 거대하죠.” ― 위노나 라이더 ―

찰리 히튼은 여전히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이 상황이 충격적이라고 느낀다. 설령 충격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가 마음 한구석으로는 자신이 언젠가 유명해지리란 걸 알고 있었다고 치더라도, 어쨌든 이렇게나 빨리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다. 히튼은 이렇게 말했다. “말도 안 되는 궤도였죠. 2015년 초만 해도 LA의 한 호스텔에서 살고 있었는데 2015년 말에는 <기묘한 이야기>를 촬영하고 있었으니까요.”

다들 예상하겠지만 히튼은 더 이상 호스텔에서 살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그가 한동안 꽤 오랜 시간을 머물러야 했던 공간은 기이하고 스산한 어느 건물들이었다. 미국 곳곳에서 폐쇄된 의료 시설들이 골칫거리가 되자 주 의회에서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제안했다. “우리는 보스턴 외곽에 있는 낡고 버려진 정신 병원에서 촬영했어요.” 지금 히튼은 뉴욕에서 아침을 먹으며 날카롭게 딱딱 끊기는 영국식 발음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2017년에 이미 촬영을 마쳤으나 오랫동안 개봉이 미뤄지고 있는 <엑스맨> 시리즈의 새 후속작 <뉴 뮤턴트New Mutants>에 관해 말하다가도 몇 번이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미국에는 기괴한 정신 병원이 엄청나게 많아요.” 그는 씩 웃으며 계속 말을 잇는다. “사람들을 그냥 떠밀어 넣은 듯한 병원들 말이죠.”

이처럼 히튼이 미국의 폐쇄된 정신 병원 시스템에 정통한 건 엄청난 팬을 몰고 다니는 <기묘한 이야기>와 <엑스맨> 시리즈에 몸담았던 덕이고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아무래도 미국의 관객들은 젊고 매력적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코믹북 시리즈류 말고는 딱히 더 보고 싶은 것도 없는 듯하다. 어딘가 그늘진 듯 매혹적인, 일부러 헝클어뜨린 듯 아름답고 풍성한 머리칼을 지닌 스물여섯 살의 이 배우는 자신의 성공이 현재 대중의 욕망에 부합한 덕이라고 믿는지도 모르겠다.

히튼이 연기한 인물들은 자신이 지닌 어두운 면을 의식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걸 어떻게든 감추고 싶어 하는 듯하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그가 연기한 조나단 바이어스는 여기 등장하는 아이들 중 한 명의 형으로, 처음엔 겁에 질려 있었지만 점차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는 인물이다. 공동 제작자 맷 더퍼는 이 역할이 젊은 배우가 표현하기에 쉽지 않은 복합성을 띤다고 설명한다. 쿨하지만 정작 자신은 잘 모르는 식이다. “여러 면에서 히튼은 조나단과 매우 닮았어요. 실제로 쿨하면서도 불안감이 느껴지고 예민한 사람입니다.” 또한 히튼은 상처 입고 주저하는 인물의 내면에 깊이 빠져들어 연기한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조나단의 엄마를 연기했던 위노나 라이더는 이메일을 통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찰리 히튼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연기를 해요. 그 가슴의 크기는 하나의 행성만큼이나 거대하죠.”

히튼은 현재 여자친구이자 <기묘한 이야기>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나탈리아 다이어와 뉴욕에 머무르고 있다. 얼마 전 마드리드에서 TV 시리즈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참이다. 영국 출신의 히튼은 해안이 가까운 어느 동네에서 비디오테이프로 <폴터가이스트 2>를 보면서 자랐다. 그러다 드럼을 연주하게 된 그는 노이즈팝 밴드 ‘코마네치’의 멤버로 몇 차례의 투어를 돌기도 했다. 나중에 밴드가 해체된 뒤로는 광고 모델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불쑥, 엄청나게 중요한 기회가 눈앞에 주어진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유력한 스튜디오가 아니었던 넷플릭스에서 소규모 SF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이다. “말도 안 되게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내고 2016년에 <기묘한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어요. 그리고 별안간에 ‘이렇게’ 되었죠.” 히튼이 말하는 ‘이렇게’는 소리 지르는 팬들, 파파라치, 끝나지 않을 듯한 여정을 뜻한다. 수많은 젊은 배우가 그러하듯 히튼 역시 성장통을 겪는다. 특히 2017년에는 LA 공항에 도착한 그의 수하물에서 소량의 코카인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기도 했다. 당시 히튼은 체포당하거나 기소되는 일은 면했지만 미국 입국을 거부당하면서 결국 <기묘한 이야기> 시즌 2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행히 히튼이 이런저런 잡음을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속 그의 엄마 위노나 라이더 덕이었이다. “그토록 엄청난 아이콘을 만났는데 그냥 ‘안녕 Hi’ 하고 인사한 느낌이랄까요. 그냥 날 안아주었어요. 지극히 평범했죠. 그러니까 그건 ‘그래, 우리 다 여기 모여서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 돼’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전 힘을 얻었죠. 정말 엄마 같은 존재였어요.”

라이더 역시 똑같이 느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촬영 며칠 만에 찰리가 정말 내 아이처럼 느껴졌고, 그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았죠. 누군가에게 감정을 숨김 없이 드러낸다는 건 너무나도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찰리와 함께라면 그저 순수한 믿음만이 우리 안에 있었어요. 우리는 필요할 때마다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줬던 것 같아요. 내 입장에서는 자주 그랬죠.”

히튼과 다이어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두 사람은 자세한 이야기를 좀처럼 털어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히튼은 비겁하게 굴려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작업에 함께 참여하는 젊은 동료였던 두 사람은 아무것도 망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맷 더퍼는 두 사람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첫 오디션 자리에서 우리는 찰리와 나탈리아가 얼마나 합이 좋은지 보려고 대본을 읽게 했어요. 그랬더니 불꽃이 막 튀더군요.”

혹시 커리어를 따르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히튼은 여느 젊은 배우가 내놓을 법한 대답을 내놓는다. “꼭 ‘전 로버트 패틴슨이 되고 싶어요’라는 식으로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패틴슨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뒤에 굉장히 흥미로운 길을 택했어요. <라이트하우스 The Lighthouse>, <굿타임 Good Time> 같은 작품들 말이죠. 그리고 이제는 배트맨을 맡을 게 거의 확실해졌고요. 아마도 패틴슨은 흥미로운 감독들과 일하는 길을 쭉 택했던 것 같아요.”

2018년에 <기묘한 이야기> 시즌 3까지 마무리한 히튼은 언젠가 패틴슨 못잖은 배우가 되기 위해 역량을 모으는 중이다. 텍사스에서 4주간 캐서린 키너와 함께 약물중독에 관한 영화를 촬영했으며, 뒤이어 <더 수베니어: 파트 2 The Souvenir: Part Ⅱ>의 세트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신랄한 감정을 담아낸 조안나 호그의 2019년 작 <더 수베니어> 후속편이다. 호그 감독의 방식은 독특하다. 이를테면 디너 파티 신을 찍을 때면 카메라를 고정해둔 채 배우들에게 뭐든 즉흥적으로 해보라고 요청한다. 인물에 관한 묘사 몇 줄만 주면서 말이다. 정식으로 연기를 배운 경험이 없었던 히튼으로서는 이러한 도전이라면 간절히 원하던 바였다. 그와 동시에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극도로 겁에 질려 있어요. 그러다 촬영이 끝나고 나면 잔뜩 들뜬 기분으로 집에 가요. ‘와, 정말 살아 있는 기분이었어. 내가 그걸 해내다니 믿을 수가 없어.’ 그리고 다시 아침이 되면 또 두려움에 떨며 촬영장으로 향하죠.”

폐쇄된 정신 병원에서 벌어지는 촬영만 두려운 게 아니다. 지금도 그는 두렵다. 그러나 지금껏 그랬듯, 히튼은 두려운 일을 해내고 나면 썩 괜찮은 결과를 얻는 사람이다.

    Sam Sch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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