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7의 하루 | 지큐 코리아 (GQ Korea)

아우디 A7의 하루

2020-04-29T10:57:13+00:00 |car|

아우디 A7으로 하루를 꼬박 달렸다. 수려한 디자인에 가려진 속내가 서서히 드러났다.

크기 L4975 × W1910 × H1425mm
휠베이스 2926mm
공차중량 1945kg
엔진형식 V6 가솔린, 터보
배기량 2995cc
변속기 7단 자동(DCT)
서스펜션 (모두)멀티링크
타이어 (모두)255/40 R 20
구동방식 AWD 0 → 100km/h 5.3초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1.0kg·m
복합연비 9.5km/l
가격 9천3백62만원부터

누군가 각 브랜드를 상징하는 모델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폭스바겐 골프, BMW M3, 벤츠 S 클래스, 지프 랭글러. 역사가 깊고,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는 차가 주로 떠올랐다. 아우디는 A7 아니겠냐고 하자 상대는 잠시 눈동자를 치켜올리더니 말했다. “너무 요즘 차 아녜요?”

A7은 2010년에 처음 등장했다. 기원점을 찾아 멀게는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야 하는 다른 브랜드의 아이콘과 비교하면 헐렁한 이력이다. 명확한 구별점은 하나 더 있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세단이나 후다닥 만들어내도 팔린다는 SUV가 아니라 루프 라인이 후면까지 미끈하게 흘러내리는 패스트백이다. 뒷좌석 머리 공간이 상대적으로 비좁아질 수밖에 없다.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 이상적인 구조는 아니다. 비주류인 동시에 특별판의 개념에 가깝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예쁜 게 전부다.

하지만 A7은 같은 브랜드의 TT처럼 ‘니치 카’로 취급받다 조용히 사라지리라는 오만한 예측을 걷어찼다. 많이, 그리고 꾸준히 판매됐다. 비슷한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다른 매력적인 차를 염불 외듯 읊을 자신이 있었지만, A7은 조롱이라도 하듯 승승장구했다. 한 획에 그려낸 듯한 시원한 실루엣 아래 오밀조밀하게 조각한 파츠로 채워진 차. 지극히 탐미적인 디자인으로 실용성에 대한 일말의 근심마저 망각시킨 A7의 성공은 그래서 각별하다.

2세대 A7으로 긴 여정을 떠날 생각은 없었다. 동력 성능보다 외부 디자인에 궁금한 점이 집중되어 있으니까. A급 투수의 포크볼처럼 아찔하게 떨어지는 선은 여전한지, 차체 전후좌우의 비율은 어떻게 시각을 자극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1킬로미터도 달리지 않아 관심사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 세대와 비교해 현저히 온순해진 성미에 이끌렸다. 1세대 모델도 전체적으로 무던한 편이었는데 신형 A7은 한결 더 너그러워졌다. 디자인은 더 예리해졌고, 성격은 그 반대로 향했다. A7은 다시 한번 교만한 예측을 짓뭉갰다.

계획을 변경하자마자 약 500킬로미터에 이르는 루트를 그렸다. 고속도로를 거쳐 국도로 빠져 나가 광야와 험산 준령을 가로지르는 여정. 톨게이트를 지나 정속 주행이 시작되자 A7의 설계 지향점이 더욱 선명해졌다. 시속 100킬로미터 기준으로 같은 배기량의 다른 차종과 비교해 소음이 극도로 절제됐다. 계기판을 살피자 엔진 회전수를 나타내는 바늘은 겨우 1200rpm 언저리에 머물렀다.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하는 등 꼼꼼하게 방음 대책을 마련한 동시에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까지 줄어 청각이 과로에 내몰리지 않았다.

가파른 경사와 급격한 코너가 반복되는 태백산맥의 심술 궂은 도로에선 유연하면서도 지능적으로 움직였다. 촉각을 곤두세우길 강요하지 않았다. 주행 상황에 따라 댐퍼의 강약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전자식 댐핑 컨트롤이 탑재되어 요란스러운 바닥에서 전해지는 진동을 흡수했다. 동시에 완성도가 절정에 달한 아우디의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가 전륜과 후륜, 왼쪽과 오른쪽에 전달되는 동력을 즉각적이면서도 이상적으로 배분한다. 두 시스템의 유기적인 조합으로 A7은 빙상 위를 미끄러져 나가는 피겨 선수처럼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산을 횡단했다.

아우디는 이미 10년 전 A7을 통해 소수파를 주류로 올려 보낼 수 있는 묘책을 발견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대중적인 주행 성능의 결합, 특출한 운전 기술이 없더라도 어떤 도로에서도 온화하게 바퀴를 굴릴 숨겨진 기능. 1세대가 시도였다면, 2세대는 확신에 찬 결단의 산물인 듯했다. 아우디를 대표하는 모델로 A7을 꼽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프론트 범퍼의 양측 하단에 마련한 덕트. 차체 옆면으로 공기를 흘려보내 저항을 감소시킨다.

선을 따라 배열된 LED 주간주행등. 방향 지시등을 켜면 노란색으로 바뀌며 순차적으로 점등한다.

주간주행등처럼 선형으로 장식한 테일램프. 야간 주행 시 외부 광원의 강도를 감지해 밝기를 조절한다.

주행 보조 기능을 위한 센서가 엠블럼 양측에 부착되어야 하지만, 국내형에는 한쪽에만 탑재했다.

차량 제어와 공조 장치 조작부로 나눈 디스플레이. 물리 버튼과 터치 방식의 중간형으로 힘주어 눌러야 한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울 수 있는 계기판. 아우디는 이를 ‘버추얼 콕핏 플러스’라고 부른다.

패스트백은 쿠페의 하위 개념이다. 루프 라인이 차체 맨 끝까지 연결되어 트렁크를 여닫는 문의 경계가 모호한 형태를 일컫는다. A7이 결코 최초는 아니지만, 최근 패스트백 스타일로 나오는 수많은 신차가 아우디 A7의 영향 아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