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섀도우 아레나’의 액션

2020.05.23GQ

‘섀도우 아레나’는 액션이라는 단어의 한가운데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미사일과 중화기가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칼과 창, 도끼가 로망을 자극한다. 몇 발의 총알로 순식간에 끝나는 전투가 아닌 칼과 칼이 소리를 내고, 도끼와 방패가 맞붙어 불꽃이 튀는 결투. 날것의 원초적인 상상은 유전자 깊이 각인된 무언가를 들끓게 만든다. 지난 5월 21일부터 얼리 엑세스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 중인 ‘섀도우 아레나’는 이 같은 로망을 생생하게 실현한다. PC MMORPG ‘검은사막’으로 잘 알려진 펄어비스의 신작 PC 게임이다. MMORPG니, 배틀 로얄이니, 잘 모르겠다는 얘기는 접어두자. 목적은 단 하나. 칼과 활,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 전장에서 적들을 제압하고 살아남으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섀도우 아레나’는 10종의 캐릭터를 통해 무기와 콘셉트의 다양성을 마련했다. 공수 밸런스가 뛰어나며 검과 방패로 무장한 전사, 온몸에 갑주를 두르고 어마어마한 대검을 휘두르는 기사, 막강한 힘과 양손의 도끼를 겸비한 광전사, 원거리에서 오차 없이 상대를 저격하는 궁수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캐릭터. 여기에 마법사, 사제, 격투가, 암살자 그리고 공격을 예상하고 받아치는 무사 등을 더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였다. 캐릭터는 앞으로 계속 추가할 예정이라고 하니, 자신의 선호도와 취향에 들어맞는 캐릭터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게임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르는 총탄에 비명횡사하는 짜증나는 경험이 없다. 수풀이나 벽 뒤에서 슬며시 다가오는 적에게 선공격을 내주더라도, 전투의 승자를 가르는 건 결국 플레이어의 실력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는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스킬과 이를 시전하는 발동 속도다. 10종의 캐릭터들은 거의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4개의 고유 스킬과 2개의 공통 스킬을 지녔다. 이는 전투에 전략성을 부여한다.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대략 10초. 긴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짧지도 않다. 반격기를 가진 상대를 도발해 스킬을 사용하게 한 후 허점을 노릴 수 있다. 스킬을 공격과 방어에 쓸지, 미끼로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판단이다. 이로써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고 반응하는 치열한 수싸움의 묘미가 극대화된다. 심리전이야말로 ‘섀도우 아레나’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셈이다.

어쩌면 난이도가 다소 높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섀도우 아레나’의 스킬은 보통의 대전 게임처럼 복잡한 커맨드를 입력하는 대신 숫자키 하나로 시연할 수 있다. 정제된 조작법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게임 적응을 돕는다. 초보자를 위한 AI 연습 모드도 갖췄다. AI와의 전투를 통해 조작법을 자유롭게 연습하고 연마할 수 있다. 티어 시스템도 추가되어 자신의 실력에 맞는 상대와 겨루는 것도 가능하다. 팀전 모드는 전략적 선택지를 한층 다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호흡이 척척 맞는 동료가 있다면 외롭지 않게 전장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

‘섀도우 아레나’가 증명하는 것은 하나다. 원거리전에 특화된 총과 수류탄 대신 얼굴이 닿을 거리에서 칼과 도끼, 두 주먹을 주고받는다. ‘진짜’ 액션이란 이런 게 아닐까? 원하는 장비를 얻지 못해서 패했다거나, 운이 나빴다는 핑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생존을 결정짓는 것은 오직 플레이어의 실력이다. ‘섀도우 아레나’는 액션이라는 단어의 한가운데를 꿰뚫는 가장 짜릿한 전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런 게임이 새삼 반갑다.
김강욱(게임 칼럼니스트)

    피쳐 에디터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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