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전소정의 전시 [새로운 상점]

2020.05.27GQ

전소정의 <새로운 상점>은 이상적인 생각들로 가득하다.

‘절망하고 탄생하라’ 설치 전경.

Organ_눈, 2020.

그러니까 생각과 의미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전소정의 전시 <새로운 상점>은 시인이자 건축가였던 이상의 초기 시를 끌어들여 치밀하게 사유하고 탐구한 존재들을 제시한다. ‘박제된 천재’로 기억되는 이상의 시는 전위적이고 불친절하고 해석의 여지가 넓다. 진보의 흐름에 떠밀린 사람들에 주목해온 전소정은 1932년 발표된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표제작 ‘새로운 상점’에 시선이 갔다. 경성에 문을 연 미쓰코시 백화점을 모티프로 한 시에서 모조품에 지나지 않는 자본주의에 의해 아방가르드의 꿈이 분열되는 지점을 발견했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설명하자면 전시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영상 ‘절망하고 탄생하라’는 서울, 파리, 도쿄를 오가며 기록한 이미지와 다큐멘터리의 클립이 뒤얽히며 시공간과 주체의 간극을 서술한다. 페트병과 지구본, 폐플라스틱 등을 녹여 제작한 ‘Organ’ 시리즈에는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 모든 것이 끓어 융해되는 도시를 상상했던 시인의 정신이 비쳐든다. 한 세기의 시차를 두고 시대와 시대, 사유와 사유가 열쇠구멍과 열쇠처럼 들어맞는 맥락을 곱씹게 된다. 다 옮겨 적기 어렵지만, 전시장 안의 모든 존재가 서로를 위한 단서로 작동하며 맞물리는 것도 생각을 확장시킨다. 이를테면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철골 구조물이 눈에 띈다. 반복적인 직사각형의 골조는 이상의 시에서 포착되는 주된 이미지를 은유하고, 백화점에 산재한 진열장과도 연결되며, 전소정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영상 프레임을 닮기도 했 다. 사유의 여정처럼 생각을 쉽게 멈출 수 없는 전시.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7월 5일까지 이어진다.

    피쳐 에디터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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