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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꾸미기 전에 봐둬야 할 영화 4

2020.06.05GQ

이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공간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나 자신을 가꾸는 일에만 몰두한 건 옛날 얘기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다면 새로운 소비를 하기 전에 이 영화부터 봐두자.

비거 스플래쉬
FOR 차분한 무채색 계열의 인테리어에 질린 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아이엠 러브>와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본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인테리어에 애정을 쏟는지 알 수 있다. <비거 스플래쉬>도 예외는 아니다. 평소 다채로운 색감과 패턴을 선호한다면 영화 속 인테리어에 환호할 것이다. 정돈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멋으로 가득 채워진 이탈리아 남부 시실리의 주택 안을 실컷 구경할 수 있기 때문. 대담한 세로 스트라이프 패턴 천 소파, 클래식 이탈리안 스타일의 타일을 깔아놓은 바닥을 보면 패턴 위에 패턴을 얹는 인테리어가 생각보다 꽤 조화롭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거다. 부엌의 체커보드 타일만 봐도 아이보리와 와인색의 경쾌한 대조로 단숨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토니 타키타니
FOR 절제된 미니멀리즘을 선호하는 이

단순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토니 타키타니>가 제격이다. 미국의 모더니즘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 일본의 작은 집에 어울리게 재해석한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간결하다. 주인공 토니 타키타니의 집은 프레임 없는 커다란 창을 집의 가장 큰 인테리어 요소로 둔다. 새하얀 벽에 큰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 자체로 인테리어가 되는 이 집에는 가구도 몇 없다. 심지어 부엌엔 상부장도 없을 정도지만 거실의 스탠드 조명과 같은 1960년대 디자인 가구가 눈에 띈다. 미국의 가구 디자이너 노만 처너가 만든 곡선의 처너 체어도 있다. 질 좋은 물건 몇 가지를 오래 쓰는 미니멀리즘의 철학으로 이루어진 집.

 

오후의 사랑
FOR 메탈 소재 위주의 인테리어는 이제 그만, 고전적이고 담백한 프랑스식 인테리어가 궁금한 이

우드톤을 좋아한다면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오후의 사랑>을 빼놓지 말자. 목가적이고 수수한 우드톤 내부에 테이블 조명이나 소파의 커버 등으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가 인상적. 최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1인 목공 가구들에 관심이 간다면 이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도 좋을 거다. 주인공이 친구들과 모여 함께 저녁을 먹는 다이닝 룸의 테이블, 목재 소재로 이뤄진 부엌 가구 등 묵직하고 단단해 보이는 나무 소재의 가구들을 한데 모아볼 수 있다.

 

시계태엽 오렌지
FOR 뻔하고 지루한 건 질색, 1960년대 감성에 열광하는 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는 1960년대 팝 컬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주인공 알렉스의 집은 작은 방들로 나누어진 아파트다. 부엌은 다이아몬드 패턴의 오렌지색 벽, 거실은 강렬한 파란색과 붉은색의 벽으로 채워져 있다. 에로 사리넨의 튤립 암체어, 네덜란드 팝 아티스트 헤르만 마킨크의 ‘춤추는 예수’와 ‘흔들리는 기계’가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또 다른 팝 아티스트 알렌 존스의 가구와 빅토리안 스타일의 가구 등 경이로운 시각적 즐거움이 차고 넘친다. 카페트의 색감이나 벽지의 색, 거울의 크기나 위치, 다양한 조소 장식품들이 어우러진 한 편의 인테리어 교과서.

 

    에디터
    이상희(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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