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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기 아쉬운 아이돌 앨범의 ‘수록곡’

2020.06.11박희아

아이돌 컴백 대전으로 아쉽게 묻힌 보석같은 수록곡을 캐올렸다. 활동곡만큼이나 빛나는 다섯 곡.

1. 몬스타엑스 ‘ZONE’
2. 공원소녀 ‘공중곡예사’
3. NCT127 ‘서곡 (序曲; Prelude)’
4. 데이식스 ‘때려쳐’
5. 오마이걸 ‘NE♡N’

1. 몬스타엑스 ‘ZONE’
‘폭우’와 ‘난기류’ 등 몬스타엑스의 강렬한 EDM 기반 댄스 트랙을 잇는 ‘ZONE’은 재생하는 순간부터 당장 뛰어나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 쏟아봐봐 더 퍼부어봐(폭우)’가 ‘더 세게 불어와 ya ya ya 더 세게 와 ya ya ya(난기류)’로, 그리고 마침내 가장 격정적인 비트로 ‘우린 막 가 / 사방팔방 방바닥을 흔들 우린 맛 가’의 ‘ZONE>으로 이어질 때의 쾌감은 공연장 한가운데에서 땀 흘리며 열광하는 기분을 간접체험하게 해준다. 몬스타엑스의 장점인 강하고 단단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곡이면서, 그룹 이미지의 연속성까지 신경을 쓴 재미있는 연결고리.

2. 공원소녀 ‘공중곡예사’
예상치 못했던 재지한 편곡이 갑작스럽게 귀를 사로잡을 때, 공원소녀라는 걸그룹이 ‘공원’이라는 곳에서 어떤 기이한 일들을 펼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폴 오스터의 소설 ‘공중곡예사’의 소재를 빌려온 이 곡은 신기한 재주를 지닌 원더보이의 삶이 무너지는 과정은 쏙 빼고, 원더보이가 공중곡예사로 이름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멋진 삶으로 묘사했다. 소설의 내용을 알고 감상하면 조금 슬프지만, 밝은 미래를 말하는 가사 대신 뒤이을 씁쓸함을 멜로디로 구현한 곡의 만듦새만으로도 들을 가치가 충분한 수록곡이다.

3. NCT127 ‘서곡 (序曲; Prelude)’
NCT 127이 3월에 발매했던 앨범의 리패키지에 실린 곡. [영웅 (英雄; Kick It)]의 인트로에 해당하는 곡으로, 가사가 없는 트랙이다. 제목 그대로 서곡에 해당하며, 두 곡을 연결해서 들으면 에너지가 상당한 수준으로 극대화된다. 그러나 ‘서곡’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이미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늘 독창적인 곡들로 ‘NEO CITY’의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NCT 127의 ‘서곡’은 바로 앞에서 쌍절곤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생생한 사물의 소리로 현실과 ‘NEO CITY’ 간에 생기는 공간의 벽을 허문다. NCT 127이 지닌 특별한 세계관과 SM 엔터테인먼트의 사운드 디자인 능력이 빛나는 부분.

4. 데이식스 ‘때려쳐’
올드한 로커의 연주를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기타 리프로 시작되고, 드럼이 들어오는 순간 헤드뱅잉을 해야할 것만 같다. 그러나 이 곡의 반전은 언제나처럼 미성을 지닌 데이식스 멤버들의 보컬이다. ‘너네 얘기는 이제 지긋지긋해 / 둘 다 나빴어’라는 공격적인 가사를 부르는 미성의 목소리들이 곡에 불어넣는 매력은 ‘때려쳐’라는 과격한 한 마디로 끝을 맺으며 곡의 서사를 완성한다. 착한 친구의 포효처럼 들리는 이 곡의 재미는 보컬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멜로딕한 구성으로 돼있다는 점이다. 미성의 보컬들이 3분 내내 신경질적으로 다음과 같이 외친다. 진짜 더이상은 착한 나도 못 참아주겠으니 둘이 헤어져!

5. 오마이걸 ‘NE♡N’
오마이걸의 [NONSTOP] 앨범 속 ‘Dolphin’과 ‘NE♡N’은 이 팀의 정체성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수록곡이다. 이중에 서브곡 활동으로 인기를 얻은 ‘Dolphin’을 제외하고, ‘NE♡N’은 종종 격렬한 비트를 사용해 새로운 느낌을 주었던 ‘컬러링북’, ‘불꽃놀이’의 연장선에서 오마이걸의 다양한 색깔 중 하나를 대변한다. 그동안의 디스코그라피 중에서도 유난히 오마이걸의 모든 콘셉트를 축약한 분위기로 제작된 [NONSTOP]에서 자기 색깔을 빛내는 이 트랙은 기존의 곡들보다도 좀 더 터프한 느낌으로 변화를 꾀한 몇몇 멤버들의 보컬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사랑스러움을 강조한 제목과 대비되게 묵직한 소리를 내는 유아의 보컬이 대표적.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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