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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에디터가 고른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겁게 만드는 물건들

2020.06.22GQ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빛나고 즐거울 수 있도록, <지큐> 에디터들이 마음대로 정한 10가지 리스트.

집에서 가장 유용하고 무용한 물건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없다고 당장 큰일이 생기진 않지만 단순한 기쁨을 주는 물건들에 점점 더 애착이 간다. 현관, 부엌, 거실, 침실에서 10가지 물건을 고민 없이 골랐다. 어젯밤 물을 따라 마셨던 컵, 마른 잎사귀가 꽂혀 있던 화병, 초를 꽂아본 적 없는 촛대, 잡동사니를 올려두었던 그릇 등 무언가가 담겨 있거나 장식품으로 고고하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쓰임새와 모양, 출신은 모두 다르지만 지리한 일상에 소소한 기쁨을 주는 기특한 물건들이다. 이연주

1 미니멀 럭스 촛대 유려한 곡선과 황동 재질이 조합된 이 촛대에는 초를 꽂아본 적이 없다. 초가 놓일 자리에 꽃대가 가늘고 꽃망울이 작은 꽃을 꽂아두었다. 2 제스퍼 모리슨 연필꽂이 디자이너의 ‘슈퍼노멀’한 철학이 담긴 실용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플라스틱 소재와 코발트 블루 컬러의 조합도 마음에 든다. 3 &K 암스테르담 화병 아크릴로 만든 아치형 화병은 빛이 투과됐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 비비드한 컬러의 꽃과 가장 잘 어울린다. 4 체리 장식 컵 요즘 가장 자주 사용하는 컵. 물, 우유, 와인 등 매번 다른 액체로 채워져 있다. 5리에서 구입한 핸드메이드 트레이 울퉁불퉁한 나무에 메탈릭한 소재가 결합됐다. 사과나 바나나처럼 물기가 없는 과일을 올려둔다. 6 이름 모를 화병 구와 원통이 결합된 독특한 디자인의 화병. 화병이라 하기엔 사이즈가 작아서 사이드 테이블 위에 조형물처럼 올려두었다. 7 뉴욕에서 온 인센스 홀더 초롱꽃을 엎어둔 것 같은 모양의 인센스 홀더. 뉴욕에 사는 지인이 선물했다. 인센스 대신 작은 나뭇가지를 담아두기도 한다. 8 헤이 접시 접시지만 음식이 놓인 적은 없다. 음식 대신 자주 착용하는 목걸이나 팔찌 같은 액세서리를 올려둔다. 9 카토 코게이 빈티지 접시 일본 디자이너 카토 코게이가 80년대에 만든 빈티지 접시. 인스턴트 음식과 하찮은 데커레이션도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10 모로코에서 구입한 받침대 모로코 출장길에 구입한 작은 받침대. 초나 인센스 홀더를 올려두고 이국적인 나라로의 여행을 상상한다.

휑한 벽을 채워줄 네모난 물건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 안 곳곳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띈다. 가구나 조명으로 채우면 좋겠지만 예쁜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 쉽게 들이긴 힘들다. 대신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방법이 있다. 미술관에서 기념으로 산 엽서부터 전시 포스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아티스트 작품 등. 벽에 붙일 수 있는 물건말이다. 하나둘 붙이다 보면 휑했던 집 한구석이 어느새 아름다워질 것. 김유진

1 빅슬립 빈티지 엽서 온갖 물건 속에서 어렵게 찾은 보물 같은 엽서는 시간과 공을 들인 만큼 나만의 물건으로 남는다. 앤티크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좋은 소품이 될 것. 2 커먼 플랏 아트 포스트 카드 클래스를 통해 직접 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커먼 플랏 스튜디오 아트웍. 다양한 아티스트 프린트 굿즈를 만날 수 있다. 3 와일드 덕 스테드릭 뮤지엄 장 팅겔리 포스터 해외 뮤지엄이나 갤러리의 멋진 전시 포스터를 프레이밍하면 그 자체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요즘처럼 해외에 직접 갈 수 없을 때는 높은 안목으로 엄선한 포스터 숍을 찾자. 4 nemonan 작가 ‘Matches’ 패브릭 포스터 패브릭 포스터는 창문이나 현관처럼 못을 달지 못하는 곳에 걸어놓기 좋다. 노상호 작가의 작품은 패브릭 포스터 형식으로 만날 수 있어 추천한다. 5 비트라 뮤지엄 찰스 & 레임스 포스트 카드 갤러리나 뮤지엄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수베니어 숍 엽서. 1만원도 채 안 되는 가격으로 벽을 꾸밀 수 있는 가성비 1등 아이템. 6 밍글러스 스튜디오 ‘OH! Logic does not work’ 판화 에디션 Kimhozzii 작가의 유머러스한 실크 스크린 에디션이다. 판화는 회화 작품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에디션 넘버를 고르는 재미도 있고. 7 쿠나 장롱 로얄 아카데미 Summer Exhibition 에드 루샤 포스터 포스터 하나로 집 안에 계절을 담을 수도 있다. 여름을 주제로 한 로얄 아카데미 전시 포스터엔 다양한 여름 풍경이 담겨 있다. 8 앙봉 꼴렉터 사키 작가 ‘Yongmeori Coast 시리즈 03’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이 부담스러울 땐 프린팅 작품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티스트 사키의 컬러풀한 작품은 어디에 놓아도 포인트가 된다. 9 Ofr 서울 ‘마티스 재즈 연작’ 오리지널 시리즈 프린팅 조금 더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에 도전해보자. 전 세계 5백 장 한정인 마티스의 작품이 우리 집에! 가격은 34만원, 선택은 각자의 몫. 10 페이지 메일 리처드 파커 아트 프린트 작은 사이즈의 아트 프린트는 어디든 장식하기 좋다. 얼룩이 생긴 벽에 색이 예쁜 마스킹 테이프로 무심하게 붙여보자. 분명 자꾸만 바라보고 싶을 것이다.

이불 속에서 정주행하고 싶은 만화책
현실의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또 다른 세계를 들춰보는 것도 방법이다. 만화는 새로운 시선의 창이자 간편한 도피처다. 요즘은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웹툰 천지지만, 과연 종이 책장을 한 장 한 장씩 소중히 넘기며 읽는 만화책만 할까 싶다. 한두 권 사 모으다 보면 어느새 책장이 점령당할지 모르는 만화책들을 장르 불문하고 마음 가는대로 꼽았다. 이야기에 몰입하는 순간과 그 즐거운 기억을 더 깊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이지훈

1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이 동명 작품에 착안한 원작. 열차 안의 낯설고도 익숙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절로 팝콘을 찾게 된다. 2 명탐정 코난 눈 감고 아무 권이나 골라도 앞뒤 설명이 필요 없는 명작. 흥미진진한 내용과 추억의 그림체만으로 충분하다. 3 철콘 근크리트 첫 장부터 별안간 거리를 종횡무진하는 고아 소년의 성장 스토리. 얼핏 <괴짜가족> 같은 그림체만큼이나 독창적이고 박진감 넘친다. 4 총몽 라스트 오더 SF 장르 만화 중 단연 최고. <공각기동대>나 <알리타: 배틀 엔젤>을 흥미롭게 감상했다면 꼭 챙겨보자. 5 무슨 만화 ‘병맛’ 만화계의 군계일학. 픽셀로 그린 네 컷 만화집으로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읽으면 된다. 6 네코노히 뚱뚱하고 시무룩한 고양이의 일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묘하게 재미있다. 글자도 몇 없는 데다가 따져보면 죄다 의성어 뿐. 머리가 복잡할 때 읽기 좋다. 7 고독한 미식가 고품격으로 침샘을 자극하는 웰메이드 ‘먹방’ 만화. 온갖 산해진미가 펼쳐지는 미식 산책을 따라가다 보면 왜 나는 지금 방구석인지 애석할 정도. 8 신세기 에반게리온 메카닉 만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심오한 작품. 아직까지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9 아키라 무수한 창작물에서 제각기 그려온 ‘네오 도쿄’ 콘셉트의 정수. 붕괴 직전의 아슬하고 암울한 무대 속 화려한 세기말 액션을 감상해보자. 10 좋아하면 울리는 천재가 틀림없는 천계영 작가의 최신작. 스마트폰에 잠겨 사는 요즘 시대를 정조준한 작품으로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서머 하우스를 만드는 고고하고 소소한 물건
그해 여름 휴가지에서 다음 해 여름휴가를 계획한다. 1년 전부터 호텔을 예약하고, 1년 만기 적금을 든다. 나에게 여름휴가는 가장 큰 포상이자 환상이고 행사다. 하지만 올해는 가뿐히 포기했다. 확신이 없는 불편한 여행이 될 게 뻔했다. 대신 조금 일찍, 집을 여름으로 바꿨다. 부자들의 세계는 언제나 여름뿐이라는데, 몇 가지 물건이면 부자가 되는 건 어렵지 않다. 박나나

1 아르테미스 실링 팬 선풍기가 있어도 실링 팬은 필요하다. 여름이면 둘의 용도는 같아도 효과는 다르다. 2 하와이 혹한도 한여름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름, 하와이. 하와이의 기억이 있는 거라면 끈 떨어진 플립플롭도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3 롤라 제임스 하퍼 ‘Baby’ 액자 비현실적인 하늘과 팜트리로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시간을 되살리며 벽에 걸어둔다. 4 비벌리의 ‘더 블루 스웰’ LP LP는 액자보다 가볍고 엽서보다 크고 가끔은 책보다 더 세련된 사진으로 되어 있다. 5 Josef Albers 바우하우스 러그 요세프 알버스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블루, 그레이, 화이트’. 벽이 아닌 거실에 펼쳐놓으니 데이비드 호크니의 풀장이 부럽지 않다. 6 세스티타 바테리아 포터블 테이블 램프 사이드 테이블 램프로 샀지만, 충전이 가능해 여름 밤 옥상에서 더 자주 쓰인다. 7 슬로우 타이드 LWA 비치 타월 다음 생애에는 타월 속 저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는 상상을 하며 치킨 다리를 뜯고 맥주를 들이킨다. 8 카시나 지오 폰티 699 슈퍼레게라 의자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가볍고 간결한 라탄 의자. 9 로에베 부채 부채를 어딘가에 두는 것만으로 한여름의 귀한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10 루이 비통 기 보댕의 패션 아이 ‘MIAMI’ 일부러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꺼내두고, 난 왜 70년대 마이애미의 여름을 경험해보지 못했나 탄식한다.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 2백 퍼센트 스낵 리스트
‘초딩’ 입맛과 ‘아재’ 입맛을 두루 섭렵한 나. 강제 ‘집순이’ 생활은 평소 별 관심 없던 과자의 세계로 인도했다. 덕분에 한 번 열면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먹게 되는 스낵 리스트가 생겼다. 날마다 새롭게 쏟아지는 신상 과자들 속에서 고르고 고른 희귀템부터 몇백 봉지는 뜯어 먹었을 스테디 아이템까지. 과자는 고로 맥주와 함께 먹을 ‘짠맛’과 당 떨어질 때 입에 털어넣을 ‘단맛’의 조화가 중요한 법. 1위부터 10위까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골랐다. 신혜지

1 슈퍼링 치즈 맛 체다 치즈의 짭조름한 맛과 고소함이 적절하게 섞였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자꾸 손이 간다. 2 바나나킥 오랜 시간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안 먹어본 사람들은 없을 테니 굳이 맛은 설명하지 않겠다. 3 아몬드 빼빼로 뭐든 오리지널이 최고라지만 빼빼로 만큼은 예외다. 빼빼로는 아몬드 맛이 최고다. 4 클래식 감자칩 감자칩의 원조 레이즈도 빼놓을 수 없겠다. 사워크림, 솔트 앤 비네거, 체다 치즈, 바비큐 맛 등 여러 가지 버전 중 오리지널이 단연 베스트. 5 메가 촉 초콜릿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나 아는 그 맛. 진한 초콜릿 크림은 입 안이 얼얼해질 정도로 달다. 6 나이트 크롤러 젤리 블루베리 향에 신맛까지 더했다. 스트레스 받을 때 가끔씩 찾게 된다. 7 쉬림프 피넛 볼 맥주 안주로 쟁여두고 먹고 싶은 맛. 오징어 땅콩이랑 비슷한데 새우 맛이 입 안에 은은하게 감돈다. 8 나초 앤 딥 살사 늘어난 넷플릭스 리스트엔 나초가 좋은 친구가 된다. 극강의 짠맛으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게 된다. 9 너즈 캔디 또래 친구들은 모두가 공감할 ‘짝궁’의 외제 버전. 딸기 맛 포도 맛 번갈아가며 입 안에 털어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10 생강 맛 비스킷 쌉싸래한 생강 맛과 달콤한 비스킷이 어우러져 커피랑 함께하면 맛이 배가 된다.

방구석 척척박사 제조기 명작 다큐멘터리
고백하자면, 다큐는 ‘치트키’ 같은 존재였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역학 원리에 절망할 때마다 과학 다큐는 족집게 과외 선생 같은 설명으로 해법을 건넸다. 하드에 저장된 다큐를 다시 뒤적였다.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게 많다는 속삭임과 어떻게든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다큐의 자극은 고난을 견디는 동기가 되기도 했으니까. 머지않아 재회할 당신과 감상평을 나누고 싶은 열 편의 A급 다큐멘터리. 이재현

1 길 위의 셰프들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발전한 아시아의 스트리트 푸드를 식욕 돋우는 화면과 소리로 다룬다. 러닝 타임을 마칠 즈음이면 꽉 막힌 항로가 원망스럽다. 2 디터 람스 브라운의 디자이너로 활동한 디터 람스의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창작물을 통해 태도로서의 디자인을 이야기한다. 3 명작의 사생활 서양 미술사에 선명한 족적을 남긴 미술품을 선정해 작가와 시대 상황, 그리고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뒷이야기를 풀어낸다. 분량이 방대해 관심 가는 작품만 골라서 시청해도 무방하다. 4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인생에서 굵직했던 사건을 중심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생애와 그가 남긴 사회적 유산을 말하는 영화. 5 코스모스 칼 세이건의 저서 <코스모스>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자연 과학의 이해와 이로 인해 어떤 변혁을 맞이했는지 인문학적 통찰로 접근한다. 6 Future Is Wild 진화학자, 지질학자, 기상학자 등이 공동 연구를 통해 5백만, 1억, 2억 년 뒤 지구에 남을 생물을 추측한다. 7 F1: 본능의 질주 전 세계에 20명만 존재하는 F1 드라이버와 레이싱에 관한 넷플릭스의 다큐. 목숨을 담보로 시속 300킬로미터를 넘나들어야 하는 질주와 결과에 따라 냉정하게 움직이는 자본 및 여론의 흐름을 추적한다. 8 Hubble’s Cosmic Journey 우주에 쏘아 올린 지 올해로 30년째인 허블 우주 망원경이 지구로 전송한 사진을 천문학적 지식과 결부해 설명한다. 9 Human Planet 극한의 자연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리포트. 획기적인 촬영 기법으로 지구 반대편의 풍광이 생동하게 펼쳐진다. 10 World War II In Colour 2차 대전 당시 촬영한 흑백 영상을 컬러로 복원했다. 전쟁의 발발과 확전, 두 진영의 머리싸움을 논리적인 편집으로 전개한다.

견뎌야 하는 시간을 무디게 만드는 시리즈물
무책임하지만 시간을 그냥 보내야 하는 때가 가끔 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거나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그런 날. 숨만 쉬어도 시간은 술술 흘러가지만 혼자라도 깔깔 즐겁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텅 빈 시간을 이 영화들로 채운다. 숱하게 봤으면서도 매번 홀딱 빠져들게 되는 시리즈물. 카테고리는 오락적, 대중적. 얄팍하고 편리한 취향 같지만 요즘 같은 날에는 누가 뭐래도 최고다. 고독하게 전진하는 쇄빙선이 된 것마냥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기대에 기대 시간을 견디는 이들에게 요긴한 리스트. 김영재

1 리썰 웨폰 다혈질 백인 형사와 보수적인 흑인 형사의 버디 무비. 티격태격하는 멜 깁슨과 대니 글러버의 차진 수다가 치명적인 무기다. 2 미션 임파서블 톰 크루즈의 액션 유니버스. 지구상 최고의 스턴트 쇼를 있는 대로 뽑아낸다. 액션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 다 따져봐도 이만한 시리즈가 없다. 3 ‘오션스’ 시리즈 퍼즐을 맞추듯 난관과 돌발 상황을 풀고 끝내 한탕을 해내는 일당을 응원하며 유쾌한 카타르시스를 나눠 갖는다. 4 빽 투 더 퓨쳐 여전히 차원이 다른 시리즈. 현재의 관점으로 봐도 놀라운 상상력이 빗발치고, 이를 현실화시킨 재주는 더 놀랍다. 5 에이리언 ‘괴생명체와 여전사의 사투’에 대한 리들리 스콧, 제임스 카메론, 데이비드 핀처, 장-피에르 주네의 네 가지 변주. 6 반지의 제왕 확장판 3편의 러닝 타임은 총 726분. 중간계를 다녀오기 위해 이 정도 투자가 필요하지만 마다할 사람은 없다. 7 인디아나 존스 모험, 추리, 액션, 로맨스를 볶고 버무린 작품 자체도 출중하지만 액션 스타 해리슨 포드를 보는 재미도 크다. 그에겐 광선총보단 채찍이다. 8 존 윅 키아누 리브스는 별종처럼 보인다. 절뚝거리는 그의 발걸음마저 감탄과 경외의 대상이 되곤 한다. 넋을 놓고 존 윅을 바라보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9 007 시리즈 이걸 뺄 수는 없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다. 그가 14년간 우쭐대지 않고 재정립한 이야기를 정주행해야 제대로 된 007 시리즈를 봤다고 자부할 수 있다. 10 행오버 만취해 필름이 끊긴 사내들의 요란하고 질펀한 소동극. 번득이는 전개는 시리즈를 반복할수록 김이 빠지지만 킬링 타임용으로 손색이 없다.

오롯이 혼자 보내는 기록의 시간에 필요한 것들
누군가에게는 아이폰 메모 어플이면 충분할 테지만, 혼자 방에 놓여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 같은 때에는 괜히 복잡하고 아름답고 귀여운 것들을 책상 위에 두고 싶어진다. 모나미 볼펜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리스트를 넘겨주시길. 우열을 가리고자 고른 10가지라기보다는 각 군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고르고 고른 ‘최애템’들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책상 위를 말끔히 정리하고, 귀여운 물건들의 자리를 찾아주고, 미뤄뒀던 문장 한두 줄만 적어도 새로운 내가 된 기분이 든다. 이진수

1 PENCO Stainless scissors 문구 덕후들이라면 펜코에서 만든 펜슬 하나는 다 갖고 있을 거다. 갖고 다니기 좋고, 바라만 봐도 좋은 펜코의 가위. 2 HAFOD GRANGE 영국 웨일스 지역의 숲에서 채취한 식물들이 담겨 있는 문진. 3 TRAVELER’S COMPANY pen holder 트래블 러스 컴퍼니의 펜 홀더. 연필 한 자루만 주머니에 챙기고 싶을 때 쓰기 좋다. Pentel pen (연필 꽂이에 꽂힌)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가 이 펜을 쓴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색깔 별로 사 모으고 있다. 4 Field Note 모양과 크기와 두께가 각기 다른 노트를 사도 결국에는 가장 가볍고 가장 귀여운 이 노트를 챙길 수밖에. 5 mt, Piknic × Kim sujin, KBP Masking Tape by Misaki Kawai 마스킹 테이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마스킹 테이프계의 클래식 아이템 mt 그리고 김수진, 미사키 카와이 두 작가의 일러스트가 담긴 마스킹 테이프 두 가지를 골랐다. 6 MILAN 나처럼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 디자인하지 않았을까 싶은 귀여운 지우개+연필깎이 세트. 7 Kim garden Calander Ruler 무적의 자. 이 세트 만 있으면 무지 노트에도 손쉽게 그래픽을 넣을 수 있다. 8 ICO 헝가리에서 온 이 귀여운 홀더는 컬러 뿐만 아니라 높이 별로 꽂을 수 있는 게 장점. 9 LEONE DELLERA color pin 이탈리아의 6대째 내려오는 금속 제조 브랜드에서 만든 귀여운 컬러 핀. 10 Chroma Label 일기에 포인트를 주거나, 선물 포장에 귀여움을 더하고 싶을 때 요긴하게 쓰는 스티커.

집에서 조립 삼매경 레고 리스트
레고의 진정한 재미는 형식을 허무는 것. 상상력을 더해 자동차에 날개를 달고, 저택에 더 크고 멋진 문을 만들고, 서로 다른 시리즈의 레고를 조합해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지금 가장 핫하면서도, 흥미로운 조합이 될 모델들로 골랐다. 올드 트래퍼드 구장 위로 블랙 위도우와 헬리콥터가 날아 다니고, 부가티 시론과 머스탱과 배트 모빌이 나란히 레이싱을 펼치며 스톰트루퍼 헬멧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증기선 윌리도 가능하다. 레고를 조립하다 보면 차원의 문을 통과한 듯 일주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거다. 이재위

1 부가티 시론 호날두의 슈퍼카로 더 유명해진 부가티 시론.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비싼 자동차를 집에 들여놓자. 2 블랙 위도우 헬리콥터 추격전 블랙 위도우가 태스크마스터를 상대로 싸우는 장면을 담아냈다. 3 올드 트래퍼드 꿈의 구장이라 불리는 올드 트래퍼드. 선수 출입용 터널과 퍼거슨 동상 등 축구팬만 알고 있는 구장의 디테일을 정교하게 옮겨놓았다. 4 증기선 윌리 1928년 개봉한 흑백 단편 만화 <증기선 윌리>에서 데뷔한 미키 마우스의 90주년을 기념해 탄생했다. 5 포드 머스탱 높은 차축, 공격적인 에어 스쿱, 스포크가 5개 달린 바퀴 등 1960년대 포드 머스탱을 재현했다. 6 프렌즈 센트럴 퍼크 프렌즈를 정주행하면서 만들면 더 재미있을 거다. 7 스톰트루퍼 헬멧 다 만들고 나면 인스타그램에 <스타워즈> 찐팬 인증도 가능하다. 8 포르쉐 911 RSR 지금 당장 달려 나갈 듯 정교한 레이싱 카. 피스톤이 실제로 움직이는 6기통 박서 엔진도 장착했다. 9 할리 데이비슨 팻보이 팻보이 특유의 두툼한 타이어와 눈물방울 연료 탱크를 그대로 표현했다. 보고만 있어도 교외의 한적한 도로를 내달리고 있는 기분. 10 배트맨 배트 모빌 V1989 역사상 배트 모빌만큼 인상적이고 멋진 슈퍼카가 있을까?

챙겨 먹기 귀찮다면, 편의점 다이어트 식단
돌아보면 늘 그랬다. 다이어트만 선언하면 그때마다 그럴싸한 핑곗거리가 퐁퐁 기적처럼 생겨났다. 참을 인이 곧 사람 인, 이번에도 참지 못하면 사람도 아니라며 스스로를 거칠게 몰아붙여도 봤지만, 핑곗거리 역시 ‘한번 들어나 보라’며 매번 타당한 이유를 잘도 들고 나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다니던 피트니스 센터가 문을 닫았다. 이보다 완벽한 핑계, 아니 이유는 없을 테지만, (원하는 바가 있어)적어도 식단만은 챙겨야 했다. 문제는 집에만 있으면 활동성이 제로에 가까워지는 탓에 최대한 쉽고 간편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묘책. 편의점에서 다이어트 식단을 채집해 보기로 했다. 신기호

1 훈제란 가격, 간편함, 거기에 영양 균형까지. 늘 달걀이 최고라며 주장해왔다. 단, 그중에서 ‘좀 더 맛있는’ 달걀은 빼고. 나트륨 함량이 꽤 높으니까. 2 육포 고단백 저칼로리 간식으로 육포만 한 게 없다. 나트륨이 조금 걱정인데, 근량 운동에는 적정량의 나트륨도 꼭 필요하니까. 3 비슷한 제품으로 고구마가 있다. 하지만 고구마는 건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함축된 용량이 상당하다. 칼로리 역시 밤보다 높고. 비슷한 가격이면, 역시 양은 많고 칼로리가 적은 제품이 나으니까. 4 닭 가슴살 캔 무엇보다 상할 염려가 없어서 좋다. 5 두부 편의점에서 파는 두부 대부분은 한 팩당 80칼로리가 채 되지 않는다. 2~3팩을 먹어도 식사 대용으로 이보다 가벼울 순 없다. 6 게살 어묵 결국 다이어트 식단은 칼로리에서 나뉘고, 같은 칼로리라면 양이 더 많은 쪽이 낫다. 그런 이유에서 고른 제품! 무려 손바닥만큼 커다란 게(향이 나는)살을 다 먹어도 120칼로리밖에 안 된다! 7 탄산수 & 제로 콜라 닭 가슴살, 달걀처럼 퍽퍽한 식단에는 청량감 있는 탄산음료만큼 절실한 게 또 없다. 게다가 칼로리마저 제로라면 마다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8 닭 가슴살 대표 다이어트 식품을 굳이 첨언하자면, 퍽퍽한 식감과 특유의 비릿한 향은 옛말이다. 스모키 향을 입은 촉촉한 식감이 꽤 맛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릭요거트와 함께 먹는 걸 추천! 9 견과류 체다 저탄수 고지방 식단이 유행했을 때, 하루에 아몬드 80알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식단이라면 이렇게 하루 섭취량으로 낱개 포장된 걸 꾸준히 먹는 편이 좋겠지? 10 치즈 단백질과 칼슘 함량은 높고 칼로리는 낮다. 지방과 나트륨도 포함하고 있지만 소량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해서는 필요한 양이므로 개의치 않기로! 한여름에도 조리 과정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 샐러드나 셰이크로 활용해도 좋고.

몸과 마음을 릴렉스 시켜주는 아이템
고단한 하루의 끝, 지친 몸과 마음을 유연하게 풀어줄 아이템을 야금야금 모은다. 하루 종일 바짝 긴장 상태를 유지했던 몸을 마사지 도구로 풀어내고, 목가적인 아로마로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때로는 책에서 발견한 어느 구절이, 서랍에 숨겨둔 위스키의 달콤한 향이 심신을 부드럽게 이완시킨다.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아이템을 의식의 흐름대로 순위를 매겨봤다. 가장 경건하고 평화로운 심야의 릴렉스 타임. 김아름

1 마사지 볼 날개 뼈 부근에 볼을 쏙 집어넣고 좌우로 몸을 움직인다. 바위로 짓누르는 것처럼 딱딱하게 굳은 등과 어깨가 조금씩 숨을 쉰다. 2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 화가 많이 나는 날엔 침대 맡에 이 책을 살포시 올려둔다. 목차만 훑어도 속이 뻥 뚫리는 한밤의 사이다. 3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불안 이야말로 불면의 근원이다. 목침처럼 두툼한 이 책을 스스로에게 처방한다. 조금씩 읽으며 마음을 다스린다. 4 내 휴식과 이완의 해 때로는 픽션의 세계에서 큰 위안을 얻는다. 주인공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일 년 동안 잠으로 도피하는 이야기. 5 글렌모렌지 테이스터 팩 그냥 잠들기 아쉬운 밤엔 뜨거운 차를 마시듯이 위스키를 조금씩 홀짝인다. 100밀리리터 작은 사이즈가 딱 좋다. 6 룰루레몬 더블 롤러 평평한 롤러보다 한 단계 진화한 굴곡이 있는 형태다. 비명을 지를 만큼 아픈 곳을 정확하게 집어내는 기특한 마사지 도구. 7 룰루레몬 요가 매트 심신이 고단한 날엔 침대 대신 요가 매트 위에 눕는다. 눈을 감고 죽은 자의 자세, ‘사바사나’ 동작을 취하면 그대로 잠이 든다. 8 요가링 오래 앉아 있어서 퉁퉁 부은 하체에 해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시원한 응급처치. 종아리에 끼우면 고통과 함께 개운함이 찾아온다. 9 유스트 31 허브 오일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거울 때 손에 덜어 비비고 바르고 들이마시면 마음이 안정된다. 없으면 불안한 만병통치약. 10 유스트 유카솔 베개나 이불에 칙칙 뿌려주면 진드기, 미세 먼지를 야무지게 잡아준다. 피톤치드 향이 은은하게 퍼져 숲에 있는 듯 평안한 기분.

집 안을 그루브로 가득 채워줄 LP 앨범
코로나로 고통받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공기는 맑아지고 날씨는 더 좋아졌다. 당장 어딘가로 여행을 가지는 못 하지만 집에서도 충분히 ‘GOOD VIBE’를 즐길 수 있다. 특별히 어느 한 곡을 집중해서 듣기보다는 첫 트랙부터 틀어놓고 자연스럽게 듣는 것이 좋다. 모든 앨범에는 트랙 순서에 따른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지큐 히든 라이브에서 봤겠지만 타이틀곡 외에도 좋은 곡은 많다. 한재필

1 데빈 모리슨 BUSSIN 1980년대와 1990년대 스타일의 알앤비를 2020년대 식으로 가장 ‘힙’하게 표현한 데빈의 1집 앨범. 2 프랭크 오션 CHANNEL ORANGE 인트로 곡인 ‘START’부터 아웃트로 곡 ‘END’까지 모든 곡에 프랭크만의 아름다운 가사와 추상적인 감성이 묻어 있다. 3 디안젤로 BROWN SUGAR 많은 말이 필요없다. 네오 솔의 대표로 꼽히는 그의 데뷔 앨범이라는 것으로 이유는 충분하다. 4 슬럼 빌리지 FAN-TAS-TIC VOL. 1 처음 들은 이후 며칠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의 편안한 랩핑 속에 그루브가 가득하다. 5 칠드런 오브 제우스 THE STORY SO FAR 조금은 생소할 수 있지만 듣는 순간 빠져들 수밖에 없다. 6 대니얼 시저 FREUDIAN 대니얼의 ‘GET YOU’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전율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운이 남는다. 7 H.E.R. 순위는 숫자일 뿐, 대니얼 시저의 ‘BEST PART’로 이름을 알린 그녀의 목소리는 지금 어느 알앤비 아티스트보다 담백하다. 8 에리카 바두 MAMA’S GUN 특유의 솔 보컬 아래 깔리는 그루브 넘치는 비트가 조화롭다. 9 퍼렐 윌리엄스 IN MY MIND 이제는 패션 신에서 더 유명한 퍼렐이지만 그의 음악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10 댐 펑크 DJ-KIKS 듣는 순간 다채롭고 세련된 그루브가 쏟아진다. 댐은 모던 펑크의 대표 주자다.

    패션 에디터
    김유진
    포토그래퍼
    김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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