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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다루는 드라마가 늘어나는 이유

2020.06.24박희아

이승과 저승 사이를 오가는 캐릭터와 서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tvN <호텔 델루나>는 사람이 죽은 뒤에 이승에 49일 동안 머문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사를 풀어나갔다. 49일 동안 영혼은 델루나라는 호텔에 머물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섬뜩하게도 이 드라마는 49일이 끝나고 저승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현실을 일깨운다. 생전에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선한 마음으로 살았던 사람은 저승길에 편안한 리무진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선하지 못했던 사람은 낡은 버스를 타고 불편한 몸으로 이동해야 한다.

<호텔 델루나>의 저승길 장면은 죽음 그 자체를 다룬다기보다 지금 내가 좋은 인간으로 살고 있는지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쌍갑포차>도 마찬가지다. <쌍갑포차>의 주인공인 월주(황정음)는 <호텔 델루나>의 사장인 장만월(아이유)처럼 달 월(月)이 들어간 이름으로 오묘하고 기이한 운명에 얽힌 마녀 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월주는 장만월과는 달리 인간들의 한을 풀어줘야만 자신이 귀신의 운명을 벗어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월주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설파하는 인물이 된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그승에서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며 월주를 통해 사람들은 지금 하는 잘못이 내세에서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는다. 상사에 의해 성폭력에 시달리던 부하 직원은 그에게 복수를 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게 되지만, 부하 직원을 협박했던 상사를 비롯해 부정한 짓을 저지른 이들은 “그렇게 살면 지옥 간다”는 충고를 듣는 식이다.

반대로 앞선 두 개의 드라마와는 달리,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이승에서 겪을 수 있는 죽음의 공포를 묘사한다. 나비의 날개를 모두 뜯고, 자신을 좋아하는 소년에게 “이래도 내가 좋아?”라고 묻는 소녀는 이미 현실에서 자신을 외면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외로움이라는 개념을 체화한 사람이다. 이 소녀는 공주보다 마녀를 아름답게 그리는 동화작가로 자라고, 결국 잔혹한 짓을 저지르거나 남에게 상처를 주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나쁜 사람이면 좀 어때?’라고 묻는 듯한 이 여성은 판타지와 현실을 기묘하게 뒤섞은 듯한 이 드라마에서 외로움이 빚어낸 공포가 타인이나 생명의 죽음에 무감각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승에서의 공포든 이승에서의 공포든, 이 공포는 모두 인간은 유한한 생명을 갖고 태어난다는 생사의 공식 안에서 비롯된다. 생사의 공식을 완벽한 판타지 장르 안에서 구현하는지 아니면 현실을 동화처럼 비튼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안에서 구현하는지에 따라 메시지는 그 모양새만 달리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실에서 여전히 “죽어 마땅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들이 존재하고,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이런 착한 사람을 왜 이렇게 빨리 데려가나”라는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다. 결국 우리가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굴레가 지금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의 삶을 통제할 수 없는 가능성이 커질수록 이런 드라마들이 더 많이 등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에디터
    글/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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