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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오정세의 역대급 캐릭터

2020.08.03박희아

오정세는 꾸준히 연기해왔다. 지금의 미담과 인기로 그를 뒤늦게 주목하는 것이 미안할만큼.

1 영화 <조작된 도시>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 오정세가 연기한 변호사 민천상은 악인의 전형이다. 지금 오정세가 보여주고 있는 역할들, 소위 그를 ‘요정세’라고 불리게 만든 작품들과는 가장 거리가 먼 서늘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잔인하고 폭력적이면서, 정경유착을 온몸으로 수호하며 살인을 저지른 그들의 자녀들 대신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게 만드는 사이코패스 범죄자. 이 범죄자의 발 밑에는 서울 시내를 비롯해 자신이 조종하고 싶어하는 이 사회의 전경이 펼쳐져 있고, 이 세계가 부서지는 순간 무너져내리는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스토리라인 속에서도 악이 패배하는 결말 속 쾌감을 극대화한다.

2 영화 <스윙키즈>

“난 28년 용띠!” [스윙키즈]에서 아내를 찾기 위해 춤을 추겠다고 달려든 남한군 포로 강병삼을 맡은 오정세는 우리가 잘 아는 깐족대는 조연의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병삼은 이념 대립으로 날이 서있는 병사들이 서로 잘 융화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고, 여기저기 끼어들면서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이것은 배우 오정세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이지만, 그만큼 익숙하다고 느껴지기에 사람들의 뇌리에 잘 박히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익숙함은 비극적인 [스윙키즈]의 결말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춤을 추면 유명해지고, 유명해지면 잃어버린 아내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는 그 순간을 목도할 때 그의 캐릭터는 이념 갈등의 참혹한 결과를 단숨에 제시하고 만다.

3 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0 <남편한테 김희선이 생겼어요>

남편에게 김희선이 생겼다니, 웬 생뚱맞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 드라마는 불안한 마음을 자극하는 제목에 비해 소박한 부부의 이야기다. 만난 지 10년이 된 부부 사이에 생긴 권태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미션을 받은 김진묵은 오정세에게 있는 권태롭고 무감한 남성의 모습을 모두 끌어낸 캐릭터다.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재미와 흥미를 잃고 기계처럼 움직일 것 같은 중년 남자의 하루가 김진묵의 무덤덤한 얼굴 안에 모두 녹아있다. 단막극이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은 이 작품이야말로 가장 현실 속 중년 남성이자 직업인에 가까운 오정세의 얼굴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부모의 이혼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린 딸(홍제이)과 실제로 등장하는 김희선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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