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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장면이 인상깊은 영화 추천 6

2020.08.12주현욱

장마가 지긋지긋할수록 그 비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다. 장마의 마지막을 붙잡고, 집에서 보기 좋은 넷플릭스 콘텐츠와 왓챠 콘텐츠를 골랐다. 비오는 장면이 특히 멋있다.

영화 <세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세븐>
영화 <세븐>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점입가경 범죄 스릴러 영화다. 영화는 단테의 <신곡> 중 식탐, 탐욕, 나태, 교만, 욕정, 그리고 시기와 분노로 이루어진 7대 죄악에 따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담고 있다. 영화 도입부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사건 현장과 이를 수사하는 두 주인공 곁에는 늘 축축한 비가 함께 한다. 소머셋 형사 역의 모건 프리먼과 밀스 형사 역의 브래드 피트,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의 존 역할은 케빈 스페이시가 맡았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영화 <조디악>을 만들기 위한 시작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본다면 엔딩의 여운은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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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시계태엽 오렌지>는 스탠리 큐브릭 작품 중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힌다. 극중 앳된 얼굴의 말콤 맥도웰이 맡은 알렉스 드 라지는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 이유 없이 노숙자를 폭행하고 집단 싸움과 차량 절도, 주택 침입을 하며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른다. 이후 살인을 저질러 14년형에 처해지지만, 정부의 ‘루도비코’ 정책의 일환으로 약물과 충격요법 실험을 통해 교화가 됐다는 판단으로 사회에 다시 나오게 된다. 영화의 후반부에 온순(?)해진 알렉스는 비가 쏟아지는 밤, 과거에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던 주택에 가게 되면서 아찔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쏟아지는 비와 함께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자꾸만 곱씹게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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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
‘아메리칸 뷰티’라고 쓰고 ‘미국 사회의 치부’라고 읽는다. 당시 미국 사회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섹스, 마약, 동성애, 원조교제, 총기, 중산층의 몰락 등을 통렬하게 보여준다. 샘 멘데스 감독은 케빈 스페이시를 원톱 주연으로 내세워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및 각종 아카데미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비가 쏟아지는 밤, 달빛에 비친 어두컴컴한 거실에 홀로 서있는 딸의 친구에게 성적 환상을 느껴 ‘선’ 넘는 장면에서 막장을 오고 가기도 하지만, 단언컨대 10점 만점에 11점짜리 영화다. 포스터만 보고 포르노 영화인 줄로 오해하고 아직 보지 않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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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메리칸 뷰티>

영화 <아메리칸 뷰티>

영화 <아메리칸 뷰티>

영화 <아메리칸 뷰티>

왓챠에서 볼 수 있는 영화

<단지 세상의 끝>
칸이 사랑하는 천재 감독 자비에 놀란의 <단지 세상의 끝>은 12년간의 부재, 3시간의 서글픈 만남으로 요약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유명 작가 루이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12년 만에 집을 찾는다. 그러나 반가운 재회도 잠시, 루이의 고백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족들은 서로에게 쌓인 불만과 오해를 원망과 분노로 표출하기 바쁘다. 영화 속 주 배경은 모두 ‘집 안’이다. 집 밖의 상황은 유리창 너머로 알 수 있듯 가끔 햇살이 들거나 흐려지면서 비가 오는 등 가족들의 감정 상태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자비에 돌란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과 배우들의 세세한 감정 표현 연기가 몰입감을 더해준다. 가족들이 서로를 오해해 가슴에 묻어두었던 말들을 쏟아내는 장면에선 언제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건지 보는 사람도 길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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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故 장국영의 대표작 중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이란 주제로 앙케이트를 실시했을 때 <아비정전>은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친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냉소적이고 자유로운 바람둥이를 연기한 아비는 매일 오후 3시에 수리진 역의 장만옥을 찾아가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또 <아비정전>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장국영이 속옷 차림으로 추는 ‘맘보춤’과 더불어 비 내리는 밤거리를 나란히 걸으며 감정을 공유하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Los Indios Tabajaras의 ‘María Elena’와 ‘Always in My Heart’는 비 오는 여름날 듣기에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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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작품이다.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품으로 생활하는 지극히 가난한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중 가족들이 모두 외출하고 비가 대차게 내리던 날, 단둘이 남은 오사무와 노부요는 국수를 먹다 눈이 맞아 땀에 젖은 섹스를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수가 그렇게 먹고 싶어진다. 이후 뜻밖에 사건으로 가족들이 모두 흩어지게 되면서 각자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면서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가족 영화의 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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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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