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블루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을 싫어해요"

2020.08.21GQ

밤이 새벽으로 가듯 블루의 색깔은 찬찬히 짙어간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오버사이즈 재킷, 니트 집업, 후디, 모두 보테가 베네타. 실버 체인 네크리스, 프라다. 블랙 아세테이트 선글라스, 젠틀 몬스터 젠틀 홈 컬렉션.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 지방시. 스트링 와이드 팬츠, 더그레이티스트. 화이트 스니커즈, 크레이그 그린.

스트라이프 오버사이즈 맥시 코트, 블라인드니스. 블랙 더비 슈즈, 프라다.

오블리크 셔츠, 로고 반팔 셔츠, 버뮤다 팬츠, 모두 디올 맨. 블랙 더비 슈즈, 프라다.

버튼 디테일 재킷, 막시 제이. 화이트 셔츠, 더그레이티스트.

오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영상에 ‘#쇼미더머니9지원’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사실인가? 그럴 리가. 누가 봐도 장난임을 눈치챌 거라 생각했다. 근데 다들 헷갈려 하더라.

‘쇼미더머니’에 지원할 생각은 아예 없는 건가? 나와는 상관없는 프로그램이다. 본 적도 거의 없다. 경쟁을 싫어하는 성격이고 평가받고 싶지도 않다. 피처링 정도라면 나갈 수 있겠지.

승부욕을 자극하는 건 뭔가? 음,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항상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있다고 여긴다.

자기 자랑을 해보자. 3년 전 발표한 ‘Downtown Baby’가 역주행을 하더니 마침내 음원 차트 1위를 찍었다. 기분이 어땠나? 솔직하게 말하면 잘 모르겠다. 음원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아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와 닿지 않았다. 음악방송 1위 후보에 올랐을 때는 어이가 없기도 했다. 나중에 음원 정산이나 공연을 해야 1위의 힘을 느끼거나 실감이 날 것 같다. 힙합 공연이 아닌 다른 무대에서도 떼창이 나올지 궁금하다.

그래도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겠지? 아무래도 섭외 문의가 많아졌다. 그럴수록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차근차근 올라가서 1위를 한 게 아니라 자고 일어났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게 맞는 건가? 덜컥 겁이 나고 불안했다. 그래서 섭외를 거의 다 거절했다. 할까 말까 고민이 되면 에라, 하지 말자는 스타일이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누려도 되지 않을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건 내 방식이 아니다. 뭔가를 바라고 음악을 하지 않는다. 좋으면 듣겠지, 이런 마인드다.

언젠가 인정받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건가? 없지 않았다. 덜 유명해서 모를 뿐이지 사람들이 내 곡을 듣는다면 좋아해줄 거라 여겼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더 믿게 됐다. 전에는 작업 방식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렇게 방에서 혼자 마이크로 녹음하는 게 맞나? 더 비싼 프로덕션이 뒷받침되면 음악이 더 좋아질까? 돈을 들여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만족도는 낮았다. 내 방식대로 만든 ‘Downtown Baby’가 성공하면서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다음 행보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졌을 거다. 의식이 되긴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요즘 곡을 쓰면 나도 모르게 히트를 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하던 대로 해야겠지. 며칠 뒤에 ‘내가 담배 태울 때’와 ‘Let It Go’라는 신곡들을 발표하는데 일부러 예전에 써둔 것들을 냈다. ‘Let It Go’의 가사가 지금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다. 내가 갈 길은 정해졌고, 쓸데없는 걱정 없이 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Downtown Baby’의 어떤 점이 사람들에게 어필했는지 궁리하기도 했나? 물론이다. 하지만 여전히 물음표다. 음악에는 답이 없다. 막연히 드는 생각은 사람들이 진심을 알아준 것 같다. 내 노래는 일기장이라 할 수 있다. 그날의 기분이나 생각에 꽂혀서 가사를 쓰곤 한다. 그냥 나인 거다. ‘내가 담배 태울 때’는 곡 작업이 잘 안 풀려서 담배를 피우다 갑자기 떠오른 내용을 썼다. 내 이야기가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써진다.

어느 정도로 솔직하게 가사를 쓴다고 생각하나? 곡마다 다르겠지만 ‘Downtown Baby’의 가사는 굉장히 솔직하다. 핑크 머리색, 피어싱은 세 개, 손발이 차고 술은 한 잔도 못 했다는 등 헤어진 누군가에 대해 자세히 썼다. 처음에는 이 곡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제목의 의미가 모호하고 이렇게까지 써도 괜찮겠냐고. 개의치 않았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내 일이다.

블루의 음악 세계를 더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곡은 뭔가? ‘Downtown Baby’를 통해 나를 알게 됐다면 ‘I`m the one’, ‘Drive Thru’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다. 장르는 다르지만 톤과 무드가 비슷하다. 완전히 다른 색깔이라면 ‘싸가지’와 ‘Hennessy’.

‘Hennessy’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종종 술을 마시면서 곡 작업을 한다는 얘기가 사실인가? 맞다. 가사를 쓸 때 필요한 게 두 가지다. 혼자 있는 시간과 술. 전에는 어떤 곡을 녹음했는지 모를 정도로 취하기도 했다. ‘Hennessy’를 들어보면 목소리가 완전히 지쳐 있다. 요새는 작업할 때 그 정도로 마시지 않는다. 위스키 한두 잔 정도로 즐긴다.

그래서 그럴까, ‘달의아이’라는 곡에 “혼자인 게 슬픈 게 아냐”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친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낸다. 외롭거나 하지 않다. 오히려 그 시간을 갖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녹음도 프로듀서, 엔지니어 없이 혼자 다 하곤 한다. 그래서 내 노래는 혼자의 감성이 지배적이고 스피커보다 이어폰으로 혼자 들어야 더 좋은 것 같다.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을 들어보면 대부분 힘을 잔뜩 들이지 않는 러프함이 느껴진다. 음악을 할 때 뭔가 꾸미려고 하지 않는다. 목소리도 최대한 덤덤하고 담백하게 내는 편이다. 깐깐하게 손을 대거나 붙들고 있으면 오히려 더 틀어질 것 같아서다.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이것조차 음악이라 생각한다. 흰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처럼 심플함도 분명히 매력이 있다.

지금 입은 스타일이 딱 그렇다. ‘Hate Me’라는 곡을 휴대 전화로 녹음한 것도 그런 맥락인가? 생각이 났을 때 까먹지 않으려고 휴대 전화에 녹음을 했는데 나중에 그 느낌을 못 살리겠더라. 어제와 오늘의 감정이 다르듯이 하나도 안 슬픈데 슬픈 척 연기하는 것 같았다. 결국 휴대 전화의 녹음 버전으로 발표했다. 들어보면 굉장히 러프하다.

언제 처음 음악이라는 걸 시작했나? LA 한인타운에서 차로 이삼십 분쯤 떨어진 한적한 동네에서 자랐다. 메킷레인 멤버인 영웨스트와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는데 마이크를 1백 달러에 판다고 하더라. 내 목소리를 녹음해보고 싶어 마이크를 샀다. 근데 노래 실력은 별로인 것 같아 랩을 처음 시작했고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었다. 장난처럼 했던 녹음이 여기까지 이어진 셈이다.

그때는 어떤 음악을 했지? 지금과는 매우 달랐다. 붐뱁 스타일의 랩을 했다.

영향을 받았거나 멋지다고 생각하는 뮤지션은 누구인가? 미국에서부터 같이 활동한 루피, 나플라 형들을 빼놓을 수 없겠지. 그리고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빈지노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자기 것을 잘하는 아티스트다. 한국 힙합 신에 훅 게임을 만든 것도, 여성들에게 힙합이라는 장르를 알리고 듣게 만든 것도 ‘쇼미더머니’가 아니라 빈지노라고 생각한다. 힙합의 틀을 완전히 깼다.

블루도 여성 팬층이 두꺼운 것으로 알고 있다. 막상 보면 남성 팬도 적지 않다. 다만 어디 가서 내 노래를 듣는다고 티를 내지 않나 보다.

사랑 노래가 압도적으로 많은 건 어떤 이유인가? 제일 쓰기 쉽다. 사랑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진폭은 굉장히 크다. 특히 만남과 이별의 감정은 극과 극이다. 친한 친구와의 다툼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쓸 수 있는 이야기가 훨씬 많다. 가사를 쓰는 사람들은 공감할 거다.

사랑이 주는 여러 감정 중에서 가장 끌리는 건 뭔가? 먹먹함이다. 색으로 말하면 새벽녘의 하늘 같은 남색. 그런 느낌을 주고 싶다. ‘Downtown Baby’의 가사는 예쁘지만 노래는 설레지 않는다. 왠지 먹먹하게 끝난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와 비슷한 정서랄까. 대부분 이별한 뒤에 곡을 써서 그런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사랑을 잘하는지 알고 있나? 전혀. 사랑이 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긴 할까. 나이가 들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고등학생 때 연애보다 이십 대 후반의 연애가 더 힘들다. 아무리 좋아도 결국 헤어지고 아프게 될 것을 아니까. 대화를 하다 조금만 부딪혀도 생각이 많아진다. 타투도 사람에 관한 건 절대로 새기지 않는다. 어떻게 될 줄 알고.

로망 같은 게 있을까?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나를 가장 잘 아는 베프 같은 친구와 결혼해서 매일 친하게 지내며 사는 거다.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실제로 그런 상대를 만나면 타투로 새길 생각이 있나? 고민해볼 것 같다. 결혼은 말로 하는 장난이 아닐 테니까. 오늘부터 1일, 이런 게 아니잖아.

    피쳐 에디터
    김영재
    패션 에디터
    신혜지
    포토그래퍼
    이준경
    헤어 & 메이크업
    이은해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