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여자축구팀 ‘팀 퍼스트 우먼즈’가 축구를 대하는 자세

2020.08.25주현욱

스타일리스트 이동연, 메이크업 아티스트 백은영, 프로듀서 박문치, DJ 디디한, 래퍼 키썸, 비주얼디렉터 메이킴 등 여자들이 모여 ‘팀 퍼스트 우먼즈(Team First FC Womens, TFFC W)’를 만들었다. 남성스포츠란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자리한 축구라는 종목에 여성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팀 퍼스트 우먼즈’의 주축 멤버 10인에게 축구를 대하는 마음에 대해 물었다.

왼쪽 상단부터) 이동연, 이지나, 메이킴, 키썸, 디디한, 지젤, 백은영, 임은빈, 전예림, 박문치

이동연(스타일리스트)
여자 축구는? 나에게 축구는 ‘단지’ 축구다. 사람들이 여자 축구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평소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 성격이다. 축구는 그라운드 위에서 팀으로 협동하고 같이 땀 흘리면서 끈끈한 우정이 생긴다. 더할 나위 없는 내 인생의 비타민. 즐거웠던 순간은? 축구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팀 스포츠다. 함께 뛸 수 있는 나의 동료들이 생겼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있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메이슨 그린우드와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좋아한다. 내가 사랑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암흑기 탈출을 도와 ‘황유(황제 맨유를 일컫는 말)’의 부활을 이끈 두 주역이다. 그리고 WK리그(여자실업축구) 인천현대제철의 장슬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선수들의 플레이를 많이 보는데, 특히 나랑 나이도 체격도 비슷해서 더 주의 깊게 본다. 장슬기는 정말 축구를 잘한다. 또한 배려심 넘치는 이타적인 플레이까지 갖췄다. 나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가장 많이 불태워 주는 내 ‘최애’ 올라운드 플레이어면서 가장 내가 닮고 싶고 존경하는 선수다. 나에게 ‘팀 퍼스트 우먼즈’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팀. 더 나아가 국내 WK리그를 중계해 주는 곳이 공식 유튜브 채널 한 곳 밖에 없는데 ‘팀 퍼스트 우먼즈’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여자축구의 부흥을 지켜보고 싶다.

이지나(아이즈매거진 패션 에디터)
여자 축구는? 남자 축구와 비교해 위태로이 버티고 있는 스포츠 종목.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여자 축구가 그렇다. 그러나 경기에 임하는 여자 축구 선수들의 빛나는 역동성과 잠재력을 가까이에서 확인한다면 남자축구 못지 않은 감동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축구=모두의 스포츠’라는 공식 재정립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기 위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등과 기회가 중요한 키워드니까. 즐거웠던 순간은?  뛰는 폼도, 기술도 많이 부족하지만, 경기장 위를 달릴 땐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게 가장 즐겁다. 일상의 묵은 때를 땀으로 벗기는 순간이 즐겁다.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있다면? 업무 중 스포츠 뉴스를 많이 접하다 보니 현재 손흥민이 속해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가장 친근하게 다가온다. 작년 챔피언스리그 결승 당시 ‘언더독’으로 평가받았던 선수 라인업으로 토트넘은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비상하는 모습은 언제나 짜릿할 수밖에 없다. 선수는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메건 라피노. 여자 축구 강국인 미국에서 훌륭한 경기 성적으로 종목을 부흥시킨 것은 물론, 사회 이슈에 대해 일말의 주저함 없이 목소리를 낸다. 자신의 영향력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선수다. 나에게 ‘팀 퍼스트 우먼즈’란? 항상 열려 있는 곳. 스케줄이 허락되지 않아 자주 보지 못해도 늘 환영으로 가득 찬 곳이다. 누구든 ‘팀 퍼스트 우먼즈’에 오면 그렇게 느낄 거다.

메이킴(비주얼 디렉터)
여자 축구는? 어릴 때 미국에 살면서 축구를 했다. 방과 후 활동으로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있는데, 나에게 축구는 단순히 축구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축구를 할 때 각자의 역할이 있다. 그 역할에 충실할 때, 모든 것이 조화롭게 이어졌을 때, 최고의 플레이가 나온다. 서로 ‘으쌰으쌰’ 하는 것에서 오는 보람과 감동이 있다. 즐거웠던 순간은? 첫 골을 넣었을 때. 나는 보통 수비를 해서 골을 넣을 기회가 잘 없지만 프리킥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골을 넣었다. 그때의 희열을 잊을 수가 없다.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있다면? 어릴 때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다. 그때는 박지성이 속해 있던 팀이라 무작정 좋아했다. 지금은 리버풀의 버질 반 다이크로 바뀌었다. 팀 퍼스트에서 수비를 잘 막아낼 때마다 나에게 반 다이크라며 별명을 붙여줬기 때문에(웃음). 나에게 ‘팀 퍼스트 우먼즈’란? 퍽퍽한 인생의 활력소! 언니 동생들과 함께 뛰며 공 차고 집에 갈 때면 항상 기분이 좋다. 바쁜 스케줄에도 열심히 나와주는 멤버들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오래 같이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키썸(래퍼)
여자 축구는? 나에게 축구는 할 때마다 즐거운 것으로 그저 축구 그 자체일 뿐이다. 성별을 나누어서 스포츠를 생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초등학교 때부터 오빠와 축구를 하며 자연스럽게 축구를 좋아하게 됐다. 어떤 운동이든 직접 뛰며 하는 것에 더욱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고, 그중 축구가 가장 좋았다. 즐거웠던 순간은? 축구를 하는 매주가 즐겁다. 특히 한 주 한 주 달라지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고, 좋아하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크다.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있다면?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모든 축구 선수들. 나에게 ‘팀 퍼스트 우먼즈’란? 어떻게 형언 못할 신기한 팀. 클럽을 만들어서 직접 축구를 즐긴다는 것 자체만으로 한 주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신기한 팀이다.

디디한(DJ)
여자 축구는? 축구는 여자가 하기엔 어려울 거라는 인식이 많은데, 아무래도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이제 시작한 걸까 싶다. 편견이 없어져 여자 축구가 더 대중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평소 혼자 하는 운동을 해오다 단체로 운동하니 정신 건강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보니 배려심도 생기는 것 같다. 즐거웠던 순간은? 공 찼는데 ‘뻥뻥’ 소리가 날 때, 패스를 잘했을 때, 내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는 게 느껴질 때.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있다면? 토트넘의 손흥민이 골 넣는 장면을 보면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다. 정말 대단하다. 나에게 ‘팀 퍼스트 우먼즈’란? 나의 사랑 엔돌핀! 매주 월요일의 날씨가 좋고 스케줄이 없길 바라는 이유다.

지젤(뮤지션)
여자 축구는? 축구 경기를 보면 대부분이 남성팀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더욱 여자 축구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축구에 열광하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여성들도 정말 많으니까. 축구를 하는 이유는? 사실 나는 축구를 잘해서 팀에 합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보고, 그 순간순간 열광했던 짜릿한 기억들이 많다. 나와 같은 마음의 여자들이 모여서 즐거운 순간을 나눈다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합류하게 되었다. 즐거웠던 순간은? 우리 팀 에이스 이동연의 공격을 (아주 우연히)막은 적이 한번 있다. 성과라고 하기 아주 많이 부끄러운 건 보통 축구로 동연이를 이길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공격을 방해했을 때 당황스러운 내 표정과 그때의 동연이의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웃음).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있다면? 파리 생제르맹의 네이마르. 경기의 지배력을 보여주는 선수여서 정말 좋아한다. 공이 발에 자석처럼 붙는 것 같아서 플레이 내내 눈을 뗄 수가 없다.  나에게 ‘팀 퍼스트 우먼즈’란? 이 팀은 나에게 ‘동기’다.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팀원들이 같은 축구팀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한 주를 이끌어 갈 동기부여가 된다.

백은영(메이크업 아티스트)
여자 축구는? 흔히 여자들이 축구를 한다고 모이면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는 편견이 있다. 풋살장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남성분이 내 차림을 보고 “아들 축구하는 것 때문에 오셨나 봐요”라고 할 정도니까. 이처럼 여자 축구 동호회원으로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느끼는 것들이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같이 했던 축구의 좋은 기억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 후로 직관도 가고 축구 관련 영상을 보면서 직접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직접 뛰면서 멤버들과 발맞추고 실력이 늘어가는 과정도 뿌듯해서 매주 월요일은 운동회 하는 기분이 든다. 즐거웠던 순간은? 친했던 친구가 우리 팀에 관심 있어 해서 같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친구에게서 ‘이렇게 재미있는 운동을 같이 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메세지가 왔다.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있다면? 토트넘 홋스퍼다. 일 때문에 런던을 자주 가게 되어 토트넘 경기의 직관을 네 번이나 했었다. 제대로 즐기려고 응원가도 외우고 선수도 파악해서 응원하다 보니 자연스레 팬이 됐다. 그리고 리오넬 메시를 좋아한다.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 누에 갔던 적이 있는데, 이날 메시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그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보니 더 반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팀 퍼스트 우먼즈’란? 한 주 시작을 여는 활력소 같은 팀.

임은빈(반스 커뮤니케이션 마케터)
여자 축구는? 여자와 남자의 차별을 두고 싶진 않다. 경기에 참여하는 이나 환호하는 관중, 단편적으로 보면 단순히 사람들에게 삶의 활력과 재미 그리고 여가를 제공하는 스포츠일 뿐이니까. 해보고 싶으면 도전하면 되고 걱정이 되면 이겨내면 되는 거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축구를 할 때만큼은 스트레스로 가득한 일상에서 육체와 정신이 잠깐이나마 해방감을 느낀다. 넓은 경기장을 열심히 달릴 수 있고, 마음껏 몸을 날릴 수 있고, 공을 힘껏 찰 수 있는 소중한 취미 생활이다. 즐거웠던 순간은? 서로를 응원해 줄 때. 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포지션이고 싶지만 아직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 늘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모두가 서로를 격려해 주고 힘이 되어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자살골을 넣었을 때(웃음).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있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메이슨 그린우드. 이유는 맨유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리그 데뷔 전을 가진 선수이며, 문전 앞에서 침착함이 뛰어나다. 또 왼발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양발 슈팅 득점률이 높아서 눈여겨보고 있다. 귀엽기도 하고(웃음). 나에게 ‘팀 퍼스트 우먼즈’란? 월요일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일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쉼터.

전예림(피트니스 컨설턴트)
여자 축구는? 남자 축구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도가 낮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취미로 축구를 즐기는 여자들이 많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시대가 바뀌었고 앞으로도 축구를 하는 여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운동을 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조용한 성격인 내가 경기장 안에서는 말이 많아지고 열정적으로 바뀌는 게 신기하다. 즐거웠던 순간은? 매주 팀원들과 축구를 하는 날마다 즐겁고 행복하다. 내가 골을 넣었을 때 팀원 모두가 기뻐해 주고 축하해 줬을 때와 우리 팀의 에이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웃음).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있다면? 토트넘 홋스퍼와 손흥민. 엄청난 스피드와 돌파, 문전 앞에서의 침착함,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선수. 윙 포지션이든 톱이든 어느 위치에서 제 몫을 잘해준다. 그리고 첼시 레이디스의 지소연. 여자축구의 핵심 멤버이자 오랜 축구 생활을 통해 나오는 노련미가 있는 선수다. 센스 있는 패스와 특유의 여유 있는 플레이를 배우고 싶다. 나에게 ‘팀 퍼스트 우먼즈’란? 나를 필요로 하는 게 느껴져서 너무 고마운 팀. 다시 태어나도 이런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박문치(프로듀서)
여자 축구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과 축구를 하는 여자는 같다. 축구는 말 그대로 축구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사실 처음엔 이렇게 살다간 정말 금방 죽겠다 싶어 운동을 좀 알아보던 찰나, 우연히 주장인 이동연 스타일리스트를 만나 그의 새로운 축구팀 팀 퍼스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뛰는 순간에는 잡생각을 버릴 수 있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들이 정말 좋다. 즐거웠던 순간은? 끝까지 집중을 놓지 않고 상대방 발밑에 있던 공을 가로채 골로 연결했을 때가 가장 즐겁다. 좋아하는 클럽과 선수가 있다면? 우연히 첼시의 은골로 캉테의 영상을 보다가 이 선수에게 빠져 여러 주접 영상까지 보게 됐다. 사실 ‘축알못’이라 전문가처럼 말하진 못하지만 캉테는 날카롭고, 멋지고, 귀엽다(웃음). 나에게 ‘팀 퍼스트 우먼즈’란? 새로운 시도.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팀 퍼스트 우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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