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을 위한 tvN? | 지큐 코리아 (GQ Korea)

나영석을 위한 tvN?

2020-09-04T16:02:39+00:00 |culture|

나영석 PD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십오야’는 개인의 것인가, tvN의 것인가?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는 마치 TV에서 방영되는 tvN 채널의 온갖 스핀오프 시리즈를 모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큰 인기를 끌고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관련 콘텐츠들을 비롯해 tvN의 식당 시리즈를 잇는 ‘나홀로 이식당’, tvN ‘삼시세끼’를 따라한 ‘삼시네세끼’, tvN의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보이그룹 위너 송민호와 블락비 피오의 ‘마포멋쟁이’ 등이 업로드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채널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tvN의 공식 채널이 아니다. 대신에 ‘채널 십오야’의 프로필 사진에 들어간 그림에는 동그란 캐릭터가 ‘NA’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있다.

‘채널 십오야’의 전신은 ‘채널 나나나(NANANA)’다. ‘나나나’는 tvN의 유명 프로듀서 나영석 PD의 성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프로필에 들어간 그림 속 깃발에 쓰인 NA는 곧 나영석 PD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약 21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채널 십오야’의 메인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것이 PD 개인의 채널이 맞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주인공들이 결성했던 밴드 ‘미도와 파라솔’의 비하인드 영상, ‘슬요일을 채워줄 감독판 부가영상’이라는 부제로 올라오는 여러 출연 배우들의 미팅 영상을 비롯해 ‘육봉선생 강호동의 라면순례길’이라는 부제가 달린 ‘라끼남’ 등 tvN 예능 프로그램의 공식 유튜브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tvN의 공식 유튜브 채널 ‘tvN’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은 소위 ‘나영석 사단’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들 뿐이다.

방송사가 채널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방송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PD가 채널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 KBS에서 tvN으로 적을 옮긴 이후 나영석 PD는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었고, 방송사에서는 그 공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를 자체 브랜드로 이용한다. 종종 기자나 PD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처럼 자사를 대표하는 콘텐츠들을 모두 ‘NA’라는 깃발 하나로 정체성을 통일시킨 경우는 없다. MBC 김태호 PD의 개인 채널처럼 보였던 ‘놀면 뭐하니?’ 채널조차도 TV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프로그램의 히트와 함께 PD 개인의 이름 대신 프로그램명이 홍보를 위해 더 중요한 노출 포인트가 되었다. 그러나 ‘나나나’에서 ‘십오야’로 바뀌는 동안 수많은 프로그램이 히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채널은 깃발을 휘날리며 나영석이라는 이름 하나에 의존한 tvN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물론 PD 혼자서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배우 전미도, 정문성을 포함해 유연석, 정경호 등 인기 배우들의 미팅 영상을 온라인 콘텐츠로 재가공해 회사가 아닌 개인 유튜브 채널로 게재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은 나영석이라는 브랜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영석 PD의 채널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은 커다란 모순을 안고 있다. 과거 나영석 PD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 출신 PD들이 케이블 채널로 옮겨가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소재 범위 및 연출이) 자유로워졌다”고 말했지만, 방송사가 PD에게 부여한 자유 덕분에 지금의 ‘채널 십오야’는 결국 ‘나영석 사단’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한 영토로 봉쇄되어 버렸다. 한정된 연예인 집단이 이 채널 안에서 자유롭게 뛰놀지만, 그들 외에는 거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없다.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의 미팅 영상도 오로지 나영석 PD의 시선에서 재구성된다.

‘채널 십오야’의 프로필 사진 속 ‘NA’가 취하고 있는 포즈와 그림의 배경은 마치 인류 최초로 달에 깃발을 꽂은 닐 암스트롱을 연상시킨다. 나영석 PD가 그동안 해온 일들은 예능 시장에 새 깃발을 몇 개나 꽂을 만큼 흥미로웠지만, 그의 이름 하나로 대표되는 tvN 안에는 여전히 방송을 만들고 있는 수많은 이름들이 있다. 나영석이라는 브랜드를 제대로 활용한 tvN의 전략은 영민했지만, 이로써 많은 PD와 작가들은 ‘채널 십오야’ 바깥의 부수적인 사람들로 인식된다.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운명이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일이지만, tvN이 아닌 나영석에게 쏠리는 기회가 방송사에게 얼마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영석 PD의 현재 역량이 10년 뒤 방송사의 미래를 약속해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