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네일을 하는 시대 | 지큐 코리아 (GQ Korea)

남자도 네일을 하는 시대

2020-09-07T12:35:04+00:00 |GROOMING|

네일 폴리시 한 병으로 시작한다. 새롭고 용감한 그루밍 트렌드.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은 남성들이 스스로 새로운 퍼스널 그루밍을 찾고 도전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마련했다. 자가격리 기간이 이어지며 인스타그램에는 손톱에 무언가를 바르고 붙이는 남성 네일 아트 게시물이 유행처럼 끊임없이 쏟아졌다. 지난 몇 해 동안 탈색 헤어나 핸드 포크 타투에 열광하던 이들에게 2020년이 제안하는 새로운 해답이기도 했다.

나는 올해 3월 처음으로 손톱을 칠했다. 그날은 뉴욕이 락다운으로 조용해지기 전 마지막 금요일 밤이라 아직도 생생하다. 왠지 당분간 외출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기 스타더스트가 애정하던 ‘에씨’ 사의 다크 블루 컬러 네일 폴리시를 친구에게 빌렸다.

요즘처럼 네일 숍이나 타투 숍, 바버 숍처럼 밀접하게 접촉하는 공간에 가기 어려울 때, 간단하게 DIY 할 수 있는 네일 케어는 가장 안전하고 쉬운 자기 표현이다. 기본적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일단 한 코트를 손톱에 듬뿍 바른 뒤, 한 코트를 더 바르거나 톱코트로 마무리하면 끝. 전문가들도 주로 접근성이 쉬운 제품들을 애용하는데 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해리 스타일스가 가장 애용하는 제품으로 알려진 ‘에씨’ 사의 민트 캔디 애플은 드러그 스토어에서 9달러에 살 수 있고, 컬러도 꽤 다양하다.)

물론 기본 스타일에서 나아가 좀 더 특별한 방법들도 있다. 하이패션에서 시작해 개성 있는 셀러브리티들이 시도하면서 대중화된 스타일이 좋은 예. 2017년 초,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 뎀나 즈바살리아는 2017 F/W 컬렉션에서 네일 아티스트 메이 카와지리와 함께 작업했고, 이 당시 스타일은 하우스에 전설적으로 남았다. 카와지리는 인스타그램에서 수많은 팬덤을 거느린 유명 네일 아티스트다. 화려하고 섬세한 아상블라주부터 정교한 초상화까지 작디작은 손톱에 작품처럼 그려낸다. 그녀는 당시 발렌시아가와 케어링의 로고를 모델들의 손과 발 곳곳에 그렸다. “언제나 맨즈 컬렉션에서 화려한 네일 아트를 선보이는 꿈을 꾸어왔죠. 이제 네일 아트는 타투나 피어싱처럼 자신을 보다 쿨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에요”라고 전한다. 컬렉션 5개월 후, 카와지리는 당시 핫플레이스였던 파리의 패션 부티크 콜레트에서 팝업 네일 살롱을 열기도 했다. 이때 당시 손님의 80퍼센트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남성들’이라는 사실도 꽤 놀랍다.

그녀는 곧이어 커스텀 네일 장르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뎀나 즈바살리아의 소개로 트래비스 스콧, 에이셉 퍼그, 마크 제이콥스 등 화려한 스타들이 그녀의 고객 리스트에 올랐다.(마크 제이콥스는 그의 전자 담배 디자인과 맞춘 화려한 오팔 아플리케를 촘촘히 새긴 후 비비드한 레드 컬러로 마무리한 네일을, 뎀나는 심슨 캐릭터부터 패스트푸드 로고까지 귀여운 스타일들을 주로 시도했다.)

셀러브리티들은 자신의 아이콘과 연결하는 수단으로 네일 아트를 미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포스트 말론은 너바나 트리뷰트 콘서트에서 헤드라인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커트 코베인이 자주 하던 블랙 폴리시를 손톱에 칠했고, 에이셉 퍼그는 데니스 로드먼을 오마주하며 엄지손톱에 그의 초상화를 새겨달라고 카와지리에게 의뢰하기도 했다. 스케이터이자 서퍼 겸 모델인 에반 모크 또한 하와이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그의 우상인 슈프림 소속 스케이터 딜런 리더를 따라 손톱을 까맣게 칠하기도 했다. (블랙 네일은 2015년 딜런 리더의 쇼 스폰서였던 허프가 리미티드 에디션 네일 폴리시를 출시했을 만큼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다.)

잘나가는 셀러브리티들이 단체로 네일 아트를 유행시키는 추세라면 꽤 잘된 일이지 싶다. 사실 Z세대는 이미 그들을 앞서 나가기도 했고. 지난 몇 년간 뉴욕 델란시 거리에서 다 까진 파스텔컬러 네일을 한 20대 청년들을 마주치지 않고선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이는 패션과 뷰티 신에서 젠더 규범이 허물어졌음을 보여주고, 융통성 없는 이분법적 태도에 대해 이제는 낡고 뒤처졌으며 형편없다고 여기는 우리들의 문화적 동요를 보여준다.

모크는 말했다. “최근 점점 과감한 컬러의 네일 아트가 눈에 띈다. 요즘은 상대방의 스타일에 이래라 저래라 평가하는 게 이상한 세상이니까. 남자는 네일 아트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 또한 그는 네일 아트에서 로고나 초상화를 정교하게 그려 넣는 것도 꽤 재미있지만, 완성도가 핵심은 아니라고 전한다. “나는 평소 일 때문이 아니라면 절대 네일 리무버로 손톱을 지우진 않는다. 네일 폴리시가 알아서 지워질 때까지 자연스럽게 놔두는 편이다. 깨지고 떨어지면서 나는 펑크적인 느낌이 훨씬 더 좋다.”

재택근무를 하며 공허함 속에서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던 순간, 지난 금요일 밤 다크 블루 색으로 칠한 나의 손톱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기괴하거나 과하지 않고 오히려 묘한 자신감을 얻은 느낌마저 들었다. 살짝 벗겨진 손톱은 답답한 이 시기에 쿨하고 멋진 것들을 파괴해버리는 알 수 없는 장애물들에 대항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는 일상에 작은 위안이 되었다.(사실 작은 위안이라고 하기엔 효과가 생각보다 꽤 오래 갔지만.) 딥 블루 컬러 손톱이 시야에 들어올 때 마다 줄곧 생각했다. “도대체 왜 이걸 이제야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