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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의 정규 3집을 꼼꼼하게 리뷰했다

2020.09.09박희아

이것은 태민에 의한, 태민을 위한 영화다.

태민의 정규 3집 앨범 [Never Gonna Dance Again : Act 1]은 “특별한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얻으려고 했”다가 “이번 앨범 자체를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영화처럼 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레퍼런스를 ‘영화’로 정하고 기획”하게 된 작품이다. 앨범은 ‘해롭단 거 잘 알지’라는 타이틀곡 ‘Criminal’의 격렬한 사랑 고백으로 시작해 프롤로그 싱글이었던 ‘2KIDS’의 ‘시간을 견디며 잊혀져야 할 너와 나’라는 추억에 대한 감상으로 끝을 맺는다. 태민의 의도대로, 이 앨범의 흐름은 시네마틱하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세련된 팝의 형태로 펼쳐놓고 듣는 이의 투박한 상상력을 태민이라는 아티스트 특유의 우아한 말들로 바꿔놓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마치 사랑부터 이별까지의 장면이 눈에 그려지듯이 생생하게 곡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사운드 터치로 만들어졌다. 늘 태민이 강세를 보였던 팝, R&B 여기에 탱고의 일면까지 차용한 9개의 트랙은 음악만으로도 태민의 움직임을 상상하게 만든다. 타이틀곡 ‘Criminal’도 마찬가지다. 현재 태민이 함께 활동 중인 SuperM의 ‘100’, ‘호랑이’ 등과 달리 ‘Criminal’은 군무가 아닌 우아한 태민의 몸 그 자체를 보여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A파트에서 간결한 비트 위에 팔이 묶인 태민의 기묘한 움직임으로 섹슈얼리티가 강조된다면, B파트에서는 서서히 힘을 주며 상승하는 보컬의 에너지가 극에 달한다. 이어 코러스에 이르러 힘을 빼고 가성을 선보일 때, 오히려 비트는 더 긴장감 있게 강조되고 태민의 움직임은 변화하는 곡의 무드에 맞춰 반전을 꾀한다. 앞서 발표했던 ‘MOVE’와 ‘WANT’에서 그러했듯이 그는 어디서든 자유롭게 춤과 노래에 싣는 힘의 크기와 방향을 조절한다. 자신의 몸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을 격렬하지만 절제된 동작 안에서 여전히 능숙하게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태민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영화는 조금 더 긴 시간과 깊은 관찰, 기록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ACE’에서부터 ‘MOVE’를 거쳐 ‘Criminal’에 이르기까지, 태민은 자신의 퍼포먼스를 통해 몸을 섬세하게 분절하는 기술적인 요소에서 과감하게 리듬을 몸의 그루브로 체화하는 타고난 재능까지 선보여 왔다. 이 과정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K-POP의 시스템적인 부분에 적응하면서 만들어진 성실함을 보여준 것도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중요한 포인트다. 아티스트의 능력과 시류에 맞아떨어진 마케팅의 영역이 합치되면 그것이 곧 해당 아티스트를 주인공으로 쓴 각본이 된다. 즉, [Never Gonna Dance Again : Act 1]이라는 앨범 한 장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활동해온 태민의 모습이 전부 영화가 된다는 의미다.

[Never Gonna Dance Again : Act 1]에 담긴 어떤 곡을 들어도 태민의 퍼포먼스가 연상되고, 기대된다는 점은 그의 지난 활동들이 모두 이번 영화의 레퍼런스로 작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영화의 주인공이 감독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는 설명 한 줄로 그의 앨범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Act 2]의 개봉이 언제가 되든, 그전까지 태민이 또 하나의 레퍼런스로 연작의 필요성을 설명할 것이란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다. 태민은 지금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영화를 찍고 있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품은 아티스트다. 언제든 표를 끊고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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