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용지가 좋아하는 것들 | 지큐 코리아 (GQ Korea)

배우 김용지가 좋아하는 것들

2020-10-05T11:41:03+00:00 |interview|

김용지가 노래를 골랐다. 적당히 빠른 템포, 낮게 울리는 베이스 기타 소리, 그 위로 흐르는 선명한 가사. ‘She is coming slowly, No hesitation’

레더 터틀넥 톱, 피터 도 by 네타포르테. 레더 글러브, 앤아더스토리즈.

그레이 롱 코트, 미우미우. 그린 오간자 프릴 원피스, H&M Studio. 이너 톱, 스포트막스. 데님 와이드 팬츠, 구찌. 초커 네크리스, 디올.

글리터 수트 재킷, 팬츠, 모두 우영미. 오간자 블라우스, 레지나 표. 스니커즈, 루드.

그린 오간자 프릴 원피스, H&M Studio. 이너 톱, 스포트막스. 데님 와이드 팬츠, 구찌. 초커 네크리스, 디올.

모직 페도라, 헬렌카민스키. 탱크톱, 카디건, 모두 디온리 by 네타포르테. 데님 팬츠, 골든구스. 레더 벨트, 렉토. 스니커즈, 루드.

밤 11시가 다 됐어요. 평소라면 이 시간에 뭐 해요? 코로나 전에요, 후에요?

전과 후가 많이 다른가 봐요. 후에는 무조건 집. 전에는 강아지들과 더 자주 산책 다녀오거나 테니스 마치고 한잔하러 갔죠.

테니스가 다이어트용은 아닌가 보군요. 절대.

지금도 친구와 같이 살아요?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친한 친구와 함께 산다는 이야기를 해서요. 지금은 혼자 살아요. 강아지 루, 라이랑. 그땐 친구가 독립하기 전에 잠깐 같이 산 거였어요.

본가는 안산이죠? 네, 스물다섯 살에 독립했어요. 모델 일을 처음 시작할 때였는데 제가 운전해서 출퇴근했어요. 어느 날 밤 늦게 끝나고 집에 가는데 너무 피곤해서 졸음운전을 할 뻔한 거예요. 그때 너무 무서워서 안 되겠다, “엄마, 아빠 나 나갈래요. 서울에서 살래요” 그랬죠.

스물다섯 살에 독립한 거면 꽤 오래 안산이란 도시에 살았네요. 와동이라는 동네에서 오래 살았어요. 고등학생 때 캐나다에 가서 여백은 좀 있는데 대학교도 안산에서 다녔거든요. 서울예대. 새벽까지 작업하다 집에 가는 날이 많았는데 안산 자체가 추운 도시인데 학교가 산속에 있어서 더 추웠어요. 4월에도 패딩 입고 다녀야 했어요. 그런데 고요함이 있었어요. 차갑고 무거운 그런 느낌. 그 깜깜하고 고요한 느낌이 좋았어요.

예대 연극과 시절이 배우 김용지에게 남긴 게 있다면요? 그냥 많은 걸 배우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시기를 경험한 것 같아요. 학교가 좋았던 게 제가 연극과여도 시각디자인과 수업, 무용과 수업, 여러 과 수업을 다 들을 수 있었거든요.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모든 것에 입문하기가 쉬웠어요.

예를 들면요? 제일 특이한 건, 광고창작과의 전파광고라는 수업을 들었어요. 학생용이긴 하지만 광고를 진짜 만들어보는 수업이에요. 수강생 중 타과생이 저밖에 없었어요. 전공 필수 수업이라 전공자들만 들었거든요. 저는 뭣도 모르고 재밌겠다 싶어서 가서 들은 건데 재밌긴 재밌었어요. 그때 3명이 한 조였는데 그 친구들과 아직도 친해요.

그 수업 성적은 잘 받았어요? A! 그러고 보니 생각나요. 학교 성적이 다 좋진 않았는데 그래도 이 수업은 잘 받았던 것 같아요. A 받았어요.

고등학교는 캐나다에서 나왔다고요. 몇 년 살았어요? 교포 말투라고 해야 하나, 어투에 아직 영어 발음 느낌이 묻어나요. 맞아요. 아직 그게 있어요. 저 열일곱 살부터 3년 살았거든요. 다시 한국에 와 10년은 더 살았는데 왜 이러는거야, 나. 저도 당황스러워요. 저도 이해가 안 돼요.

그 3년이 강렬했나 봐요. 정말로요. 원래 저는 프랑스로 유학 가고 싶었어요. 언니가 프랑스에 있어서. 그런데 엄마가 “둘 다 불어 할 필요 있겠니, 한 명은 영어 해야지” 해서 캐나다로 갔어요. 캐나다에서 지냈던 곳이 워낙 시골이라서 차 타고 가다 보면 오로라가 그냥 막 보였어요. 자연이 너무 좋았어요. 제가 다닌 학교는 주립 학교라고 할 수 있는데 과가 되게 많았어요. 주얼리, 공예, 요리, 헤어 스타일링, 메이크업, 드라마, 비행기 조종, 차 고치는 과…. 엄청 다양했어요

어머니가 교육열이 강한 편이었나요? 언니한테만. 저한테는 그냥 “너 하고 싶은 것 다 해라”라고.

하고 싶은 것, 뭘 배웠어요? 요리 전공했어요.

요리요? 캐나다에서 제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작물들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관심을 갖게 됐거든요. 자연스레 작물을 재료로 요리하는 일에 관심이 컸어요.

아까 오늘 감자 요리했는데 맛이 썼다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하하하. 그게 감자가 싹이 좀 나 있었는데 괜찮을 줄 알았더니 쓴맛이 나더라고요. 뭔가 잘못 삶았나 봐. 피시 수프, 디저트 바나나 튀김, 그리고 라구 파스타 잘해요, 저. 대학교 갈 때 요리 전공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건도 채웠었어요.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번에는 요리가 아닌 연극을 전공했네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얘기는 좀 슬픈데, 그 얘긴 쓰지 말아주세요. 어쨌든 돌아와서 요리를 계속하려고 했는데 아빠 반대가 심했어요. 아빠가 그러시더라고요. “너 어릴 때 연극 연출하고 싶어 했잖아. 그거 공부해봐.” 그래서 저도 ‘어, 그럴까? 그래, 요리도 배울 만큼 배웠고’ 하고 서울예대 들어가서 ‘재밌네’ 이렇게 된 거죠.

부모님 말씀을 무척 잘 듣는군요. 엄마, 아빠가 “너 이거 하고 싶지 않았어?”라고 상기시켜주는 정도지 절대 강요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제가 듣지도 않고요. 이건 어때? 좋아. 저건 어때? 싫어. 왜? 이래서 별로야. 그래. 이런 대화를 서로 하는 거죠.

배우라는 일은 왜 하고 싶었어요? 모델 일을 하다 보니 조금 더 깊이 있는, 호흡이 긴 인물을 연기해보는 건 어떨까 궁금해졌어요.

처음 본 오디션이 <미스터 션샤인>이었죠. 운이 좋았죠.

<미스터 션샤인>에서 처음 김용지라는 배우를 봤을 때 말 한마디 안 해도 존재감이 상당했어요. 그런 피드백 많이 받았죠? 듣긴 했는데 제 피부에 와 닿진 않았어요. 그때 저는 ‘으, 나 나온다’ 이러면서 제가 나오는 장면도 제대로 못 봤어요. 그냥 눈 가리고 넘겼던 것 같아요. 저 자신을 객관적인 눈으로 보질 못했죠. 뭔가 객관화해서 봐야 했는데.

<더 킹> 때는 어땠어요? <미스터 션샤인>에 비해 대사도 많고 극중 비중도 컸는데 배우 김용지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는 아쉬움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대사를 통해 어떤 내용과 의미, 감정을 전달하면서 그 신 안에서 제가 더 살아 있고 존재하는 느낌이었어요. 작품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이 낮다는 얘기가 있었단 것도 알아요. 숫자 면에서는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쳤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하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어요.

용지 씨 동력에는 늘 안 해본 일, 새로운 일이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일단 해보면 되는 거니까.

해봐서 안 된 일은요? 음… 아직은. 어쩌면 외면해버리는 거죠. 안 된 일이 있었어도 그게 저를 괴롭히지는 않아요. 저는 고민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고민이 있어도 막 ‘하…’ 이렇게 하지 않고 바로 그냥 고민을 해결해버리는 스타일이에요. 일단 움직여서 고민을 빨리 끝내는 거죠.

최근에 끝내버린 고민은 뭐예요? 테니스를 다시 해보자고 결정한 것. 코로나 때문 말고도 그 전에 좀 쉬었거든요. 몸에 근육이 너무 많이 붙고 한쪽 팔만 굵어져서 한동안 쉬었는데 탈출구를 막아놓는 것 같아서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요. 그냥 나의 어떤 외적인 모습을 위해 잠깐 멈춘다는 게, 근육이 빠지며 외면적으로는 원하는 대로 됐을지 몰라도, 정신이나 내면적으로는 건강한 길로 가는 게 아닌 것 같아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죠.

테니스 실력은 어느 정도인데요? ‘테린이’까진 아니고 ‘테른이’ 정도.

많은 운동 중에 왜 테니스예요? 집 근처에 테니스장이 보여서 ‘해볼까?’ 하고. 하하하.

새 드라마 <구미호뎐>에서는 아직 동물적 감각이 남아 있는 새내기 구미호 역이죠. 용지 씨가 가장 예민한 감각은 뭐예요? 후각 아니면 청각인데, 청각으로 할게요. 선명한 소리, 음질이 좋은 것, 그런 소리를 좋아해요. 특히 여러 악기가 섞여 있는 음악이 좋아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음악을 트는 편이에요.

음악을 좋아하는군요. 그렇지 않아도 용지 씨가 SNS에 올린 드라이브 영상을 보는데 차 안에 흐르는 노래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왜 어깨를 들썩여요? 좋아서요. 그게 제 나름대로 음악을 추천하는 방식인 건데, 이걸 누가 좋아할까 생각하면서 올리거든요. 전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한테도 좋지 않을까 하고 올리는 건데 좋았다고 하시니까.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무슨 노래 들을 거예요? 한국 가수인데 마라케시 Marrakech의 ‘Saint’라는 노래 듣고 싶어요. ‘둥 두둥’하는 베이스 기타 소리가 되게 좋아요. 두세 달 내내 주야장천 듣고 있는 곡이에요. 지금 들어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