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리즈 유나이티드가 ‘리즈 시절’을 재현할 수 있을까

2020.09.22주현욱

한때 유럽 상위권 클럽이었던 리즈 유나이티드가 돌아왔다. 리즈는 확고한 축구 철학과,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프리미어리그의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 팀이다.

국내에서 ‘리즈 시절’은 황금기, 좋은 시절 등의 이미 지나간 과거의 영광을 뜻할 때 쓰인다. 유래를 찾아 거슬러올라가면 15년도 훌쩍 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대중들에게 친숙해진 용어다.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은 ‘리즈 시절’을 외모, 인기, 실력 따위가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 ‘리즈 시절’을 탄생시킨 리즈 유나이티드가 다시 또 최근 상승세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마크 비두카, 해리 키웰, 리오 퍼디낸드, 로비 킨, 그리고 앨런 스미스 등으로 구성된 막강한 스쿼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는 물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 AC밀란과 한 조가 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4강에 진출하며 유럽 무대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00/01시즌부터 주축 선수들을 순위 경쟁팀에 헐값에 보내는 등 잘못된 구단 운영으로 본격적인 내리막길 행보를 걷는다. 그리고 2003/04시즌, 한때 우승 경쟁팀이었던 아스널이 무패 우승이라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유례없는 업적을 달성한 반면, 리즈 유나이티드는 19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2부 리그인 챔피언십으로 강등을 당하게 된다. 이후 재정난으로 인한 승점 삭감, 홈구장인 엘런드 로드와 훈련장을 리즈시에 매각하는 등 하향곡선을 그리다 2007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3부 리그까지 강등되는 암흑기를 겪게 된다.

그러던 리즈 유나이티드가 마침내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다. 이는 강등된 지 16년 만이다. 앞서 2018/19시즌을 앞두고 선임된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리즈를 극도로 공격 지향적인 팀으로 만들어 승격을 이끌어냈다. 비엘사 감독은 주로 4-1-4-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3-3-1-3으로 전환하면서 공격 축구를 구사한다. 쓰리백 전환 시 점유율보단 직선적이고 정확한 패스 연결로 상대 박스까지 최대한 빠르게 도달해 골을 노리는 전술을 사용한다. 또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개념을 팀에 적용해 강한 압박으로 공격을 퍼붓는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16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룬 리즈 유나이티드의 첫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이었다. 리즈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9월 13일 오전 1시 30분,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20/21시즌 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화끈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아쉽게 승점 획득은 실패했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을 상대로 물러서기보단 맞대응하는 전술을 택해 90분 내내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의 의하면 리즈는 90분 동안 유효 슈팅 3개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리버풀이 총 6차례 유효 슈팅이 나온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셈이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엄청난 경기였고, 엄청난 상대였다”라며 돌아온 리즈 유나이티드에 찬사를 보냈다. 비엘사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졌는데 기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라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오랜 기다림을 통해 돌아온 리즈 유나이티드가 ‘Marching On Together(함께 행진하자)’라는 응원 구호처럼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리즈 유나이티드는 과거 자신들의 ‘리즈 시절’을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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