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황당한 죽음을 맞이한 이에게 주는 ‘다윈상’ 수상자의 면면

2020.09.28주현욱

다윈상은 황당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다윈상은 미국의 기자 웬디 노스컷이 인간의 어리석음과 멍청함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2020년 수상자에는 전문 장비 없이 무리하게 후지산을 오르며 생중계를 하다 숨진 남성 외 호주의 케이브 가든 싱크홀에서 안전 펜스를 잡고 물구나무를 서다가 추락사한 남성, 책 <포레스트 펜>을 읽고 보물을 찾아 로키산맥으로 떠났다가 조난사한 남성이 현재까지 이름을 올렸다. 다윈상은 이들을 조롱하려고 만든 목적보다 안전과 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려고 만든 상이다. 2010년대 다윈상 수장자를 하나씩 되짚어봤다.

2019
남아프리카의 한 국립공원에서 코뿔소의 뿔을 자르려던 밀렵꾼이 지나가던 코끼리에게 밟혀 사망했다. 함께 있던 밀렵꾼들은 시신을 아침에 발견하기 위해 길가로 옮겼으나, 다시 왔을 때는 이미 사자 무리에게 뜯어 먹힌 후였다.

2018
미국인 선교사는 인도의 노스 센티널 섬에 개신교를 알리기 위해 축구공을 가져갔다 화살 세례를 맞고 사망했다. 이 섬은 석기시대 생활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으며, 외부인에게 극도로 적대적 제스처를 취한다. 오죽했으면 인도 정부에서도 이 섬에 접근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 선교사의 허망한 죽음이다.

2017
멕시코의 작은 활주로 옆 경마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두 사람은 경기를 보던 도중 셀카를 찍으려 활주로까지 나왔다가 소형 비행기 날개에 치여 봉변을 당했다. 특별한 순간에 셀카를 남기는 건 좋지만 위험천만할 필요까지는 없다.

2016
대학 졸업여행에서 23살의 콜린 나타니엘 스콧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관광코스를 벗어나 온천에 접근했다. 모퉁이에서 발이 미끄러져 풍덩. 이 온천은 섭씨 90도가 넘는 고온의 황산성 간헐천이었고, 악천후로 인해 구조가 지연되는 동안 시신은 물속에서 녹아 사라져 버린 뒤였다.

2015
크로아티아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이 남성은 벽면이 고무로 된 독방에서 질식사했다. 남성은 탈출하기 위해 숨겨둔 라이터로 문에 불을 붙이려고 했는데, 애먼 고무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해 숨졌다.

2014
지나친 음주는 생명을 앗아간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역에서 두 남성은 선로 위 담력 대결을 한다. 한 사람은 선로 위에 납작 엎드렸고, 또 한 사람은 선로 바로 옆에 위치했다. 그러나 130km/h로 달리는 열차는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낮고 넓었다. 무모함이 부른 참변이다.

2013
2013년은 다윈상 수상자 선정이 더뎠다. 한 해가 무탈하게 넘어가나 싶었지만, 아니다. 브라질 상 파울루에 한 정비공은 가스가 들어있는 가스탱크를 용접하다 폭사했다. 저장된 가스탱크 용접 시 내부 잔여물을 비우고 작업을 해야 했으나, 이 정비공은 개의치 않았다. 시신은 작업한 곳에서 무려 40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되었다고.

2012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발생한 황당한 죽음이다. 43세 남성은 친구 집에서 병에 담긴 정체불명의 액체를 술이라고 생각하고 마셨는데 알고 보니 가솔린이었다. 곧바로 알아차리고 마신 액체를 모두 뱉어 냈으나, 이후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켰다가 불에 타 사망했다. 몸속에 남은 휘발유 증기가 불과 만나 발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2011
미국 뉴욕 주에서 오토바이 헬멧 규제에 항의하는 운전을 하다 머리부터 넘어져 뇌진탕으로 죽은 사례다. 당시 의사와 검시관들에 따르면 이 남성이 헬멧을 착용했더라면 경미한 부상으로 끝날 수 있었다고 확신했다. 그러니까 오토바이 탈 때는 헬멧을 꼭 써야 한다.

2010
한국에서도 다윈상을 수상한 사람이 있다. 게다가 ‘세기의 다윈상 수장자’라고 선정돼 왠지 모르게 씁쓸하기도 하다. 남성은 대전광역시 서대전네거리역에서 간발의 차이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자 화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전동 휠체어로 엘리베이터를 들이받았다. 앞뒤로 오고 가며 총 3차례 반복해 들이받다 문이 버티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져 그대로 낙사했다.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DARWIN AWARDS,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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