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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가치를 되살리는 김겸의 작업

2020.10.02GQ

우연의 조합은 아닐 것이다. 사라져 가는 가치를 되살리는 남자의 곁에는 빛의 본질을 복원한 조명이 놓여 있다.

김겸미술품보존연구소 김겸 대표와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모프™ 조명

짐작은 되지만 보존 복원 전문가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나요? 손상된 작품이나 유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의사라 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곳 작업실은 병원이죠. 약 처방을 받는 환자처럼 증상이 가벼운 작품이 있는가 하면 수술을 하거나 입원시켜 계속 돌보는 작품도 있어요.

가장 오래 복원에 매달린 작품은 뭐였죠?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으로 꼬박 2년이 걸렸어요. 작가 측에서도 어렵다고 진단했지만 결국 살려냈어요. 맨 처음 의뢰받은 작품도 기억하나요? 그럼요. 말을 타고 있는 나폴레옹 청동 조각상이었어요. 작품이라기보다 기념품이었죠. 말의 앞발이 부러진 채 저를 찾아왔어요.

20년 넘게 숱한 예술 작품과 유물을 복원했는데 나름 감회가 깊은 작업을 꼽는다면 어떤 걸까요? 5년 전에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복원했어요. 의뢰를 받았을 때 큰 의미가 있고 중요한 역사적 자료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실감을 못 했어요. 그런데 이듬해 복원 과정을 그린 소설 가 출간됐고, 영화 <1987>에서 그 운동화가 다뤄졌어요. 복원을 거쳐 원래 모습과 가치를 되찾은 유물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어요.

복원 작업을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가요? 작품의 손상 부위를 복원한다 해도 이를 오리지널이라 말할 수 없어요. 찢기거나 떨어져 나간 것을 접합하면 아주 미세한 변화가 발생해요. 이런 부분이 감상에 방해가 되면 곤란하죠. 사람들이 알아챌 수 없도록 작업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색, 반사율, 텍스처 등 시각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에 예민할 수밖에 없어요.

색을 다룬다는 점에서 조명도 까다롭게 고를 것 같은데, 작업실에 데스크형의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모프™ 조명이 놓여 있더라고요. 어떤 점이 유용한가요? 슬라이드-터치로 밝기와 색온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편해요. 작업물을 각기 다른 색온도에서 곧바로 비교할 수 있어요. 특히 밝기를 조절할 때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효과가 굉장히 자연스러워요. 다른 제품들은 전압에 따라 LED가 깜빡이면서 밝기가 변해요.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이지만 저는 빛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크게 느껴져요.

복원 작업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그 관점에서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모프™ 조명을 만든 이의 마음을 추측한다면요? 조명과 밀접한 사람에게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만들었다는 게 처음부터 와 닿았어요. 앞서 말했듯이 저한테는 밝기와 색온도에 관한 기능이 중요한데 이 점만 놓고 봤을 때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모프™ 조명은 LED에서 발생하는 열을 배출시키는 기술로 60년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요. 훗날 누군가에게 이 제품을 물려준다면 어떤 사연과 함께 전할 건가요? 캄캄한 작업실에서 새벽 서너 시까지 조명과 단둘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마다 이 친구가 곁에 있어서 좋아요. 디자인이 정감이 가요. 최첨단 기술과 기하학적 외관 때문에 로봇처럼 보이면서도 어딘가 따뜻함이 느껴져요. CG가 아니라 <스타워즈>에서 사람이 안에 들어가 연기한 로봇처럼 말이죠. 이 조명을 사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란 점을 잊지 않고 디자인에 반영한 것 같아요.

가치는 작품이 만드는 게 아니라 이를 둘러싼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평소 신념과 같은 맥락일까요? 맞아요. 어떤 작품에 마음이 투영되어 나누는 이야기들이 의미를 갖게 되고 그 의미가 본인이나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면 소위 가치라는 게 생겨요. 다시 말해 작품의 가치는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거죠. 물건도 마찬가지예요. 다이슨 조명과 나눴던 마음을 이렇게 남들과 공유하고 공감을 얻으면서 이야기가 쌓이게 돼요.

지금의 조명을 쓰고 나서 스스로 느끼는 변화가 있나요? 전에는 조명을 도구로만 여겼어요. 이 제품은 좋은 도구인 건 틀림없고 마음에도 쏙 들어요. 곁에 두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자꾸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조명에 물감이 잔뜩 묻었고 긁힌 흔적도 있어요.

만약 본인의 삶을 복원할 수 있다면 어떤 순간이 떠오르나요? 돌아보면 몸 생각을 하지 않고 너무 일만 했어요. 2008년에 페인트가 덧칠된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복원한 적이 있어요. 저 말고는 야외 청동 작업을 하는 전문가가 없어서 한 달간 혼자 작업했어요. 왼손잡이인데 복원을 마친 뒤 왼손을 쓰질 못 했죠. 한동안 오른손으로 작업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왼손이 회복되자 오른손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후회가 돼요. 하지만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적당히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다른 데 정신 팔지 않고 한길만 걷도록 이끈 남다른 재능이나 특별한 면모가 있을까요? 혼자 있길 좋아하는 것 말고는 타고난 게 없어요. 색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성격이 차분하지도 않아요. 그저 이 일이 재미있어요. 복원 재료를 구글링하고 해외 작업들을 찾아보며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게 취미예요. 누구든 이 일을 한다면 저보다 잘할 수 있을 거란 얘기를 자주 해요. 하지만 정작 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안타까워요.

국내 미술품 복원 분야의 빛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을 예술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창작을 하지 않거든요. 과학자도 아니고요. 보존 복원 전문가 말고는 다른 말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발명왕’ 다이슨의 소문난 탐구심이 바람과 공기를 거쳐 빛의 본질로 이어졌다. 빛은 세상을 환하게 비출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생물학적 기능을 관장한다. 인간의 뇌는 빛의 조도와 온도에 따라 시간을 인식하고 나름의 주기에 따라 활동성, 체온, 호르몬, 수면 등을 조절한다. 만약 생체 시계와 빛의 싱크가 미묘하게 맞지 않는다면? 신체와 정신은 혼란을 겪게 된다. 무기력감, 불면증이 그 증상이다. 이를 꿰뚫은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모프™ 조명은 사용자의 위치와 시간에 맞는 최적의 빛을 구현한다. 1백만여 개의 자연광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알고리즘이 해당 지역의 자연광에 맞춰 색 온도와 밝기를 똑똑히 조정한다. 이때 지능형 광학 헤드가 적절한 빛을 균일하게 발산하고 깜빡임 현상을 극도로 최소화해 눈의 피로감을 막는다. 다이슨의 혁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명의 종잡을 수 없는 쓰임새도 탐구했다. 공간감을 극대화하는 간접 조명, 업무를 위한 태스크 조명, 드라마틱한 효과의 전시 조명, 촛불 색상의 광도를 내는 무드 조명. 다이슨 라이트사이클 모프™ 조명이 연출하는 네 가지 모드는 기본 공식처럼 어디서나 유연하게 쓰인다. 다이슨은 늘 지속해온 것처럼 조명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진보를 이뤘다. 말할 것도 없이 외형부터 판타지다.

    피쳐 에디터
    김영재
    포토그래퍼
    김래영
    스폰서
    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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