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 처한 산호초 생태계 복원의 노력들 | 지큐 코리아 (GQ Korea)

멸종 위기에 처한 산호초 생태계 복원의 노력들

2020-10-05T11:09:26+00:00 |culture|

산호초의 멸종 위기는 해양 생태계의 끝장을 암시한다. 파국을 막기 위한 물밑 작업이 시작됐다.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의 섬인 보네르는 그 이름만으로도 동경과 이상향을 품게 만드는 황홀한 관광지다. 전율처럼 강렬한 충동에 이끌려온 외지인들로 왁자한 이곳의 전체 해안선은 해양 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이후 카리브해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수온 상승, 질병, 남획, 해안 개발에 산호초 군락이 잠식되고 있다. ‘바다의 열대 우림‘이라 불리는 산호초의 멸종 위기는 해양 생태계의 끝장을 암시한다. 해양 생물의 25퍼센트가 산호초에 의지하거나 공생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다행히 재난 영화의 주인공처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행동에 나선 무리들이 있다. 과학자와 자원봉사 다이버들이 팀을 꾸려 쇠락의 운명에 처한 산호초 군락의 복원에 힘을 쏟고 있다. 카리브해 지역에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라며 그들은 수평선에 맞닿은 하늘보다 더 푸른빛 바다로 힘껏 뛰어든다.

섬의 뭍에는 사막과 다름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선인장과 낮은 관목이 띄엄띄엄 자라는 이 지대는 침전물과 폐기물을 가둬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조성했다. 그런데 최근 심각한 골칫거리가 생겼다. 과거 스페인 정착민들이 데려온 염소와 당나귀의 후손들이 얼마 안 되는 초목을 먹어 치우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목의 수가 줄어드는 와중에 강풍에 휩쓸려 육지에 쌓인 침전물이 바다로 흘러나가 수질을 오염시킨다. 보네르는 허리케인의 동선 밖에 위치한다. 지리적 이점 때문에 카리브해에서 이 섬은 선박을 마음 놓고 계류할 수 있는 안전지대로 통한다.

하지만 계류 중인 선박은 산호초의 천적이 되기도 한다. “해안 마을에 정박하는 선박의 수가 급증하면서 산호초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어요. 배들이 폐수를 그대로 바다에 방출하기 때문이에요. 산호초의 서식지 위에서 말이죠.” 해양 생물학자이자 보네르 산호초 재생 재단의 공동 기획자인 프란체스카 비르디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폐수는 해조류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질소와 인을 포함하고 있는 데다 얕은 수심에 서식한 산호에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병원균을 퍼뜨린다. 해조류와 산호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햇빛이 필요하다. 수중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적인 변수로 인해 바다 밑바닥에서는 생존을 건 자리 싸움이 벌어진다. 보네르 산호초 재생 재단은 7년 전부터 수중에 설치한 종묘장에서 산호를 배양하기 시작했다. ‘나무’라 불리는 섬유 유리로 만든 구조물에는 어린 산호들이 매달려 자란다. 적절한 크기가 되면 자연 재해나 인간의 반환경적 활동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산호초 서식지에 옮겨 심을 목적이다. 여덟 곳의 종묘장에는 인공 나무가 1백20그루 이상 조성됐다. 각 나무에는 1백 개에서 1백50개의 산호가 달려 있다. 즉, 모두 합쳐 1만5천 개의 산호가 배양된다. 비르디스는 “산호의 멸종 위기를 막는 것뿐 아니라
산호초에 깃들여 살던 어류의 개체수도 회복시켜 수중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인공 나무는 닻으로 해저면에 고정되어 있다. 꼭대기에는 부낭이 부착됐다. 어린 산호는 산호 폴립이 주식인 바다달팽이, 게, 불가사리가 구조물을 타고 접근할 수 없도록 낚싯줄에 매단다. 6~8개월 동안 자란 산호는 복원 현장으로 옮겨진다. 그곳은 보네르에서 배를 타고 서쪽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무클라인 보네르에 자리하고 있다. 다이버들은 성장한 산호 조각을 한 번에 3백 개씩 수확해 새로운 서식지로 운반한다. 산호가 산란기에 접어든다는 것은 건강한 상태로 자랐음을 의미한다. 산란할 수 있는 기회는 일 년에 단 한 번이다. 보름달이 뜨고 2~3일이 지난 밤에 30분 동안 산호초 군란에서 정자와 알을 품은 포자낭이 몽환적으로 피어오른다. 포자낭은 수면을 떠다니며 안개처럼 나긋하게 퍼져나간다. 보네르 산호초 재생 재단의 과학자들은 이를 채집해서 섞은 뒤 다시 바다로 내보낸다. 산호의 수정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종묘장에서 자라는 사슴뿔 산호와 엘크혼 산호는 과거 보네르 연안에서 번성했던 주요 종이다. 사슴뿔 산호는 가지가 나뉘어 뻗어 자라며 수명이 수백 년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합한 환경에서는 10~20센티미터씩 자라 어류에게 인기다. 지름이 수미터에 달하는 빽빽한 덤불을 형성해 최고의 서식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엘크혼 산호는 ‘엘크’라 불리는 말코손바닥사슴의 뿔을 닮은 굵직하고 튼튼한 가지가 특징이다. 이 두 종은 작은 조각으로 분열해 무성생식한다. 산호초에서 떨어져 나간 산호 가지가 바위에 붙어 새로운 군락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적이고 순리적인 번식 과정이다. 보네르 산호초 재생 재단의 군락지 복원 방법은 이것과 다르다. 자리를 잡도록 사슴뿔 산호의 가지를 대나무 틀에 고정시킨다. 몇 년이 지나면 틀은 녹아 없어지고 산호만 남아 뿌리를 내려 군락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매년 7천 개의 산호가 바다에 이식되고 있지만 비르디스와 동료들은 앞으로 5년 안에 10만 마리의 증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호초 군락의 장기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보네르 산호초 재생 재단은 사슴뿔 산호와 엘크혼 산호에서 파생된 50여 종의 유전자 변형 산호를 보유하고 있다. 각 종은 태생적으로 저마다의 강점을 지녔다. 질병에 강하거나, 열에 내성을 갖고 있다거나, 성장 속도가 빠르거나. 종묘장에서는 나무마다 한 가지 종의 산호만 배양한다. 다양성은 산호초 군락 생태계의 건강성과 복원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나무 구조물에는 산호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매일 해조류가 호시탐탐 자리를 노린다. 이를 방치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해조류가 자라면서 어린 산호를 질식시켜 죽이는 것이다. 해조류 제거는 종묘장 관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작업이다. 보네르 산호초 재생 재단은 매주 청소와 모니터링을 돕는 자원봉사 다이버들을 훈련시킨다. 산호 조각의 손상과 질병 여부를 확인하거나 수질 샘플을 채취하는 등의 방법도 교육한다. 이토록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산호초 생태계 복원은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전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반환경적인 활동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문제를 만들고 한편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