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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존스의 새 컬렉션

2020.10.19GQ

킴 존스가 상징적인 시대와 인물들을 한데 모았다. 50년대와 80년대, 오트 쿠튀르와 펑크, 그리고 크리스찬 디올과 주디 블레임.

킴 존스는 2020 F/W 컬렉션에 앞서 개인 인스타그램에 한 인물의 사진을 올리며 컬렉션의 단서를 제공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1980년대 펑크 패션의 아이콘이자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로도 이름을 떨친 주디 블레임 Judy Blame. 그의 이름을 새긴 참과 자물쇠가 동봉된 쇼 인비테이션도 2년 전 고인이 된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대한 궁금증을 한층 증폭시켰다.

원색의 조명과 스모그를 배경으로 은빛 타프타 코트를 입고 진주 귀고리를 한 모델이 하얀 벨벳 장갑을 낀 손을 태연하게 주머니에 찔러 넣고 런웨이를 걸어 나오자 궁금증은 이내 사라졌다. 모두가 숨죽여 런웨이를 지켜볼 뿐이었다. 모델이 걸을 때마다 건축적인 실루엣, 회화적인 자수 장식, 아라베스크 모티프, 페이즐리 패턴 등 하우스가 사랑하는 여러 요소가 넘실댔다. 컬렉션은 1950년대 디올의 코드가 두드러졌지만, 곧이어 1980년대 풍의 터프한 은색 장식물에 시선이 멈췄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에게 경외심을 갖고 있는 킴 존스는 카우스, 하지메 소라야마, 숀 스투시, 에어 조던 같은 아티스트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디올 맨에 신선한 기운을 주입해왔다. 그리고 이번 2020 F/W 컬렉션을 위해 킴 존스는 영국 아티스트 주디 블레임을 떠올렸다. 주디 블레임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볼드한 체인과 참, 브로치가 의상에 다양한 방식으로 매치됐고, 그의 상징과 같은 열쇠, 단추, 동전, 장미, 핀 등의 가느다란 오브제가 스카프와 키링, 헌팅캡에 주렁주렁 달렸다. 마치 행운을 가져다주는 드림 캐처처럼. 주디 블레임의 펑크 스타일은 주얼리뿐만 아니라 의상에서도 발견됐다. 지퍼 디테일이 과감하게 앞면과 뒷면을 가로지르는 ‘더블 지퍼 보머 재킷’은 지퍼를 중심으로 양 옆면의 컬러를 다르게 재단해 반전과 대비를 강조했다. 지퍼를 여닫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실루엣과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스타일이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소프트 새들백’ 이다. 여러 시즌에 걸쳐 다양한 버전으로 선보여온 새들백이 호보 백 버전의 디자인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기존 새들백의 곡선을 한층 완만하게 재단한 ‘소프트 새들백’은 뛰어난 장인 정신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디올의 시그니처인 오블리크 모티프와 75,000개가 넘는 비즈로 완성된 섬세한 자수 장식, 그리고 가죽 숄더 스트랩으로 구성됐다. 남녀 구분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중성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1950년대와 1980년대, 오트 쿠튀르와 펑크, 그리고 크리스찬 디올과 주디 블레임이 혼재된 2020 F/W 컬렉션을 통해 킴 존스는 과거의 유산을 새롭게 재창조하는데 탁월한 능력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피날레에는 밴드 플리트우드 맥이 1980년대에 발표한 ‘Big Love’ 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순간을 목도한 모두가 킴 존스가 창조한 쿠튀르 펑크에 ‘빅 러브’를 외쳤다.

    패션 에디터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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