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밴드 이날치는 누구인가

2020.10.28주현욱

이날치는 전통 음악과 대중음악의 줄을 절묘하게 타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다.

이날치 1집 [수궁가]

밴드 이날치가 데뷔 1년 만에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반하게 하고 있다. 먼저 ‘이날치’라는 팀명은 조선 후기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 이날치(1820~1892)에서 따왔다. 실제 본명은 이경숙으로, 날치는 줄타기를 하던 시절, 날치처럼 날쌔게 잘 탄다고 해서 얻은 예명이다. 밴드 이날치는 영화 [타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전우치], [곡성], [부산행]의 음악 감독이자 그룹 어어부 프로젝트와 씽씽의 프로듀서 장영규를 주축으로 씽씽의 드럼 이철희, 장기하와 얼굴들의 베이스 정중엽과 소리꾼 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신유진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건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월부터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홍보 영상이다.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협업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는 서울부터 부산, 전주, 안동, 목포, 강릉 편으로 이어지는데, 페이스북과 틱톡 등 다른 플랫폼의 조회 수를 모두 합치면 무려 3억 뷰에 다다른다. 해당 영상에는 매력적인 밴드 사운드와 독특한 춤사위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겼고, 감각적인 영상미로 세계에 ‘조선의 힙’이 무엇인지 널리 알렸다. 때문에 이날치를 두고 ‘조선의 힙스터’, ‘조선의 DNA’, ‘K흥 열풍’, ‘1일 1범’ 등 일종의 거대한 ‘밈’이 형성되기도 했다. 또 정부기관인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을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만큼 ‘나랏돈 제대로 썼네’, ‘내가 본 최고의 관광 캠페인’ 등 긍정적인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한편, 이날치는 소리꾼 넷, 베이스 둘, 드럼 하나로 밴드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기타와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판소리 자체가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판소리처럼 멜로디를 내는 악기 없이 리듬을 만드는 악기로만 구성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정규 1집 [수궁가]를 집중해서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타이틀곡 ‘범 내려온다’를 포함한 11번 트랙 모두 베이스, 드럼, 보컬로만 채웠다. 또한 이날치 음악의 모든 가사는 작사 미상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전통 판소리 속 서사 구조에 기반을 뒀다. 그 탓에 ‘수궁가’의 가사를 기본으로 하긴 하지만 소리를 가르쳐 준 스승님이 다 달라서 같은 ‘수궁가’ 임에도 다양한 ‘수궁가’를 합쳐져 만들어진 것도 흥미롭다. 이날치는 전통음악에 익숙지 않던 전 세대를 대상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판소리 가락을 현대적 감각으로 유쾌하게 해석했다. 우리의 전통음악을 우리 곁에 데려다 놓는데 틀림없이 기여하고 있다.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이날치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