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틱톡에 제동을 걸었을까 | 지큐 코리아 (GQ Korea)

트럼프는 왜 틱톡에 제동을 걸었을까

2020-10-25T23:15:44+00:00 |culture|

11월 12일. 트럼프가 엄포한 미국 내 틱톡 사용 전면 금지 조치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은 왜 1억 명 가까운 미국인이 애용하는 틱톡에 제동을 걸었을까?

싸운다. 계속 싸운다. 왜 싸울까.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시진핑 얘기다.

시비를 건 쪽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이었다. 최근에는 ‘틱톡’까지 건드렸다. 지난 9월 중순, 트럼프 정부는 중국 기업이 개발한 동영상 공유 앱 틱톡에 선전포고를 한다. “9월 27일부터 애플·구글 등의 미국 내 앱 스토어에서 틱톡 다운로드를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11월 12일까지 미국 기업에 소유권을 넘기는 매각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국 내 틱톡 사용 자체를 완전히 금지하겠다”라고 협박했다. 미국에서는 무려 1억 명 가까운 이용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국가 안보였다. 즉, 미국 이용자로부터 수집한 정보가 중국 공산당 정부로 넘어가기 때문에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틱톡을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즉각적이고 중대한 위협”이라고도 표현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위협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다름 아닌 미국 기업들이 나섰다. 아마존, 구글 등 미국 온라인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 넷초이스는 미국 인구의 25퍼센트가량이 이용하는 미디어 플랫폼 접근을 완전히 금지한 전례가 없다며, 트럼프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미 정부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외국 정부가 이번 사례를 역으로 이용해 향후 페이스북, 구글 같은 미국 기업의 자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9월 27일. 틱톡 다운로드 금지 조치 발효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트럼프 정부를 제지하는 결정을 내린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 댄스가 청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결과다.(앞서 예고한 11월 12일부터 ‘협상 불발 시 사용 전면 금지’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유지된다. 다운로드 금지 조치에만 일단 제동을 걸었다.) 외신에 따르면, 법원은 판결문에서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됐지만, 틱톡 때문에 위협을 받는다는 구체성이 떨어지고 해당 위협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이 틱톡 사용 금지라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같은 조치를 취했던 중국 기업 소유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대해서도 미 샌프란시스코 법원 역시 비슷한 취지로 판단하면서, 트럼프 정부는 연달아 망신을 당한 상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틱톡 스토리’는 미·중 양국이 벌여온 다양한 전투 중 그저 하나의 사례다.

트럼프 정부 초기부터 진행된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제한, 위챗·틱톡 금지, 중국 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SMIC와의 거래 제한 등 11월 3일에 열릴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도 미국의 중국 때리기 시리즈는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왜 이토록 중국 기업을 미워하는 것일까?

본질은 두 공룡의 생존 경쟁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시작되고 트럼프 정부에서 달아오른 양국 갈등은 지난 2008년 미국 재정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G2로 본격 부상한 중국 공산당과 자본주의 지존인 미국 사이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양국 간의 갈등은 경제 분야부터 안보, 외교, 심지어 이데올로기 영역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싸움의 본질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와 기존 질서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자의 치열한 경쟁이다. 즉,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 약화와 새로운 강대국의 부상 사이 마찰인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지구의 질서는 미국이 주도하고 만들어왔다. 특히 탈냉전 이후 패권국이 된 미국에는 그야말로 적수가 없었다. 과거 어느 제국도 누려보지 못한 경제 성장(그리고 ‘갑질’)과 어떤 국가도 하지 못했던 원조(군사부터 식량까지)까지 모든 면에서 최고의 국가였다. ‘최고’는 질서와 규범을 만든다. 미국은 하드파워에서 소프트파워까지 모두가 선망하는 국가로 그려졌다. 미국 역시 -자신감과 자만심 사이에서- 자신들이 구축해놓은 경제·안보 질서를 흔들 세력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잠자고 있던 거대한 나라, 즉 중국을 그 틀 안으로 유도한다면 일종의 ‘자본주의의 완성’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1979년 미·중 수교, 2001년 WTO 중국 가입 등 일련의 과정은 중국을 포섭하기 위한 주요한 흐름이었다. 공산당 독재 국가인 중국도 성장을 거듭하다 보면, 쉽게 말해 돈맛을 알게 되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민주주의를 수용하며,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가진 실탄(자본)과 그들만의 매력(문화, 삶의 방식 등) 등 모든 것이 충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9·11 테러와 2003년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3조 달러를 퍼붓고도 실패한 전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미국의 위상은 크게 실추됐고, 그 공백을 조금씩 차지하고 부상한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일례로 금융위기 당시 정신을 못 차리는 미국을 대신해 국제사회에서 소방수 역할을 해낸 것은 중국이었다. 2010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국내 총생산(GDP) 세계 2위 국가가 됐다. 2000년대 초반 10여 년간 미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목격한 중국이었다.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스트롱맨’ 시진핑의 등장. 2013년 주석에 오른 시진핑은 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시진핑은 2013년 공산당 간부들을 앞에 두고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사망하고 사회주의가 필연적으로 승리한다는 역사 유물주의 관점도 시대에 뒤떨어진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21세기에 마르크스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2013년 6월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대놓고 ‘신형 대국 관계’를 촉구한다. 한마디로 중국이 이미 대국이 됐으니 G2로서 대우하라는 의미였다.

이쯤 되니 미국은 자각하기 시작했다. 현실을 깨닫게 된다. 중국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끔찍한)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중국이 미국을 배신했다고 보고 있다. ‘언제 약속이라도 했나?’ 싶지만, 아무튼. 트럼프는 중국을 가차 없이 때리기 시작했고, 2020년 현재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조차 중국에 대해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지구 질서에 중국을 편입시키면 당연히 순응할 것이라고 착각했다. 중국은 이를 비웃듯 여전히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오히려 그 ‘질서’ 안에서 부자 나라가 됐다. 나라를 강하게 만들었으니,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인민들에게 오히려 할 말이 생겼다. 공산당 독재 체제가 나름의 정당성을 갖게 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가장 아파하는 게 바로 이 대목이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두 공룡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간단히 말하면 사면초가다. 미국은 70년간 외교 안보 동맹이다. 동시에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대략 25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한다. 경제적 의존도가 매우 높아 중국과 사이가 멀어지면 골치 아프다는 얘기다. 2016년 사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미·중 관계가 더욱 노골적으로 악화되면서 한국은 지속적으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양국의 갈등은 이제 체면도 상실한 채 노골화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특히 미국 곁에 영혼도 팔 것 같은 일본이 있으니 한국이라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쓸 것이다. 두 공룡 사이에 선 우리는 준비가 잘돼 있는 것일까? 글쎄….
글 / 이승원(정치 외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