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혁 "좋은 기운을 준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남주혁 "좋은 기운을 준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2020-11-08T21:18:04+00:00 |미분류|

막막함에 시달리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좌절에 대해 말하면서도 눈빛은 의연하다. 남주혁은 고개를 들어 바다같이 푸르른 날을 들여다본다.

오프화이트 캐시미어 케이블 터틀넥, 디올 맨.

네이비 블루 캐시미어 케이블 터틀넥, 크리스찬 디올 스트라이프 실크 드레스 팬츠, 레더 로고 벨트, 모두 디올 맨.

퍼플 울 크루넥 니트, 디올 오블리크 체크 실크 셔츠, 자카드 버뮤다 쇼츠, 자카드 버킷 햇, 터키 블루 펜던트 목걸이, 자카드 코튼 양말, 스웨이드 러버 솔 더비, 모두 디올 맨.

소가죽 사파리 재킷, 오프화이트 캐시미어 케이블 터틀넥, 블루 드레스 팬츠, 모두 디올 맨.

오프화이트 캐시미어 케이블 터틀넥, 디올 오블리크 트윌 버뮤다 쇼츠, 자카드 코튼 양말, 모두 디올 맨.

CD 아가일 화이트 울 크루넥 니트, 디올 오블리크 실크 스카프, 모두 디올 맨.

디올 오블리크 포플린 셔츠와 버뮤다 팬츠, 자카드 버킷 햇, 자카드 코튼 양말, 소가죽 CD 로퍼, 모두 디올 맨.

디올 오블리크 자카드 집업 셔츠, CD 아가일 블루 실크 셔츠, 크리스찬 디올 트윌 팬츠, CD 아이돈 브레이슬릿, 모두 디올 맨.

소가죽 사파리 재킷, 오프화이트 캐시미어 케이블 터틀넥, 블루 드레스 팬츠, 디올 오블리크 자카드 코튼 양말과 캐시미어 블랭킷, 소가죽 CD 로퍼, 모두 디올 맨.

퍼플 울 크루넥 니트, 디올 오블리크 체크 실크 셔츠와 자카드 버킷 햇, 터키 블루 펜던트 목걸이,모두 디올 맨.

네이비 캐시미어 사파리 재킷, CD 아가일 울 크루넥 니트, 크리스찬 디올 스트라이프 실크 드레스 팬츠, 모두 디올 맨.

멀티 포켓 블랙 캐시미어 피코트, 네이비 캐시미어 터틀넥, CD 아가일 자카드 팬츠, 디올 오블리크 자카드 블랙 파우치 스트랩 백과 자카드 코튼 양말, 소가죽 CD 로퍼, 모두 디올 맨.

어느새 공기가 차네요. 계절이 확 바뀌었어요. 파란 하늘을 볼 때마다 가을이구나, 생각해요.

하늘을 자주 올려다봐요? 예쁜 하늘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좋은 기운이 들어요.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 별 거 아니지만 저한테 행운의 징조 같은 거죠. 요새 촬영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서는데 해 뜨는 순간의 하늘이 진짜 예뻐요.

남주혁과 하늘은 왠지 어울리는 조합이네요.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쳐다보던 시절도 있었어요. 무심코 하늘을 보더라도 감흥이 없었죠. 오히려 원망스러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기분 좋은 일이 잦아졌고 그때마다 하늘이 예쁜 거예요. 그 기분을 다시 느끼려고 하늘을 자주 보기 시작했어요.

아까 촬영하면서 문득문득 느낀 건데, 자주 듣는 소년미라는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스무 살 때 활동을 시작해서 학교가 배경인 작품과 예능에 연이어 출연했어요. 그 모습을 기억하는 팬 분들이 소년미라는 얘기를 해주는 것 같아요. 5~6년밖에 안 됐지만 그땐 제가 봐도 앳되어 보이긴 해요. 지금은 소년미하곤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수수하고 무던한 모습이 익숙한 편이라서.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연기한 한문 교사 ‘홍인표’처럼 말이죠? 네. 화면으로 홍인표를 처음 봤을 때 제 평상시 모습 같았어요.

바로 며칠 전 넷플릭스에 <보건교사 안은영>이 공개됐을 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봤어요?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보기 시작했고 집에 도착한 뒤 큰 화면의 TV로 쭉 봤어요. 굉장히 새롭더라고요. 대본부터 참신했거든요. 상상하며 연기했던 것을 완성된 영상으로 보니까 되게 신기했어요.

홍인표는 선한 기운의 보호막으로 둘러싸인 인물이죠. 자신에게도 조금은 특별하거나 남다른 부분 같은 게 있나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좋은 기운을 준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가까운 사람들, 친구들 말고도 처음 만난 사람한테 그런 얘기를 듣기도 해요. 알면 알수록 제가 좋은 사람 같다는. <보건교사 안은영>을 촬영하는 동안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를 잔뜩 얻었거든요. 특히 유미 누나. 남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어요. 아, 누나는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정유미가 연기한 안은영과 홍인표의 관계를 휴대 전화와 충전기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남주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는 무엇인가요? 가족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버틴 것도, 열심히 사는 이유도 다 가족 때문이에요. 거창한 칭찬이 아니어도 돼요. “고생했다”라는 부모님의 이 말 한 마디가 앞으로 내딛게 만드는 원동력이에요.

가족의 뿌듯한 자랑거리가 됐다는 걸 언제 처음 느꼈어요? 연기를 하면서부터요. 부모님은 제가 TV에 나오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하셨거든요. 저를 보며 느끼는 행복을 오래도록, 길게 드리고 싶어요.

중학생 때 농구 선수로 활동했지만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뒀고 이후 모델을 꿈꿨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어요. 아까 학교 얘기를 했는데 학창 시절 하면 어떤 심정이 떠올라요? 늘 치열하게 살았던 때였어요. 운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목표란 게 생겼고 성취감과 패배감, 인생의 쓴맛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꿈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꿈을 다시 찾기 위해 발버둥도 쳤어요. 숨이 찰 정도로 힘들었죠. 학교라는 작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겪었어요.

극적이네요. 뭘로 참고 버텼어요? 운동을 하면서 배운 건데 일단 부딪혀보자는 신념이 확고했어요. 농구에서 점수를 내려면 어쨌든 과감히 슛을 날려야 해요. 무슨 일이든 그래요. 성취하기 위해서는 무모할지언정 그냥 부딪혀야 해요. 사회에 나와서도 그렇게 생각했고, 최선을 다해 부딪히며 버텼어요.

가장 커다란 난관은 무엇이었나요? 제 인생은 스무 살 전후로 나뉜다고 생각해요. 그 무렵 모델 아카데미에 다녔고, 오디션을 거쳐 활동을 시작해 패션 위크에 섰어요. 일 년도 안 된 시기에 벌어진 일들이었죠. 돌이켜보면 커다란 벽을 기어올라 기어이 극복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첫 방송을 앞둔 <스타트업>은 성공을 꿈꾸는 청춘들의 성장 드라마라고 들었어요. 자신과 또래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명확한 작품일 것 같아요. 공감되는 이야기와 대사가 많았어요. 세상에는 꿈이 아직 없거나, 꿈을 찾느라 방황하는 사람이 있고, 꿈을 좇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드라마의 인물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 점점 성장해요. 꿈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몇 발짝 앞서 있죠. 그 차이는 크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이야기에 제 감정을 투영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보건교사 안은영>, <스타트업> 그리고 영화 <조제>, <리멤버>까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어디쯤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인데, 내일도 모르겠어요. 가늠이 되지 않아요.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뤘고 또 다른 꿈이 생겼지만 더 괴롭고 힘들어요.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내일도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헤쳐나가고 있어요.

성실하게 보낸 수많은 어제가 쌓여 오늘의 남주혁이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이룬 것들을 돌아보면 만족과 뿌듯함이 커요. 하지만 일에 대해서는 늘 후회가 되는 거예요. 어제 촬영도 왜 그렇게밖에 못 했을까, 온통 그 생각뿐인 것 같아요. 어려워요.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지만 힘들게 파고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작품의 선택을 여럿 받는 것도,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도 능력일 거예요. 무슨 의미인지 알아요. 하지만 그것도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가능해요.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거창한 건 아니에요. 평상시에 좋은 작품을 찾아보고 발성 훈련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려는 편이에요.

<스타트업> 예고편에 프레젠테이션 장면이 나오잖아요. 남주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요? 배우로서 장점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고요. 사람 남주혁이라면 도전, 노력, 실패를 키워드로 삼을 수 있어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지만 늘 도달하지 못하는 것 같고, 그런 저를 돌아보고 다시 도전하는 거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느껴요.

프레젠테이션의 첫 화면에는 어떤 이미지를 넣을래요? 동산 위의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뒷모습요. 어릴 적 살았던 부산의 동네에서는 어디서든 확 트인 바다가 보였어요.

부쩍 어른이 된 남주혁의 관심사는 뭐예요? 단순해요. 잘 사는 일요. 외적인 성공 말고 개인적인 삶의 목표들이 있는데 이것도 아직 멀었어요. 그래서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떠올려요.

잘 살고 있다, 이런 생각은 언제 들어요? 자려고 누웠을 때요.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져요.

예전에 만났을 때 깨고 싶지 않을 만큼 기막힌 꿈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금빛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자신이 서 있었다는 얘기를 들려준 기억이 나요. 그사이 좋은 꿈 꾸었어요? 그러고 보니 비슷한 꿈을 꿨어요. <보건교사 안은영> 촬영 당시에 이사를 했거든요. 그날 새벽 촬영을 마치고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꾸리는 동안 새집으로 먼저 갔어요. 커튼도 설치하기 전이라 햇볕이 환하게 들고 침대 하나만 놓인 상태였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이런 꿈을 꿨어요. 눈부실 정도로 빛이 나는 집에 제가 있고 초인종이 울려 문을 열었더니 해외 유명 인사들이 저를 찾아온 거예요. 어어어, 하다가 깼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실제로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했잖아요. NBA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의 팬으로 한국에 온 그와 심지어 농구를 했어요. 누굴 또 진짜 만나고 싶어요? 오, 마이클 조던요.

진짜 만날 수 있다면 뭘 물어보고 싶은데요?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를 보면서 문득 궁금했어요. 승부욕이 대단한 사람인데 무엇을 계기로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갖게 됐는지, 언제 처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는지. 그런 마인드가 숱한 영광의 순간들로 이어졌을 거니까요.

남주혁에게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직 오지 않았어요.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