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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무기는 해맑은 얼굴

2020.11.10박희아

김선호가 맑디 맑은 얼굴을 하고 순하디 순한 역할을 연기할 때, 시청자의 마음은 크게 움직인다.

배우 김선호가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 [옥탑방 고양이]를 공연하고 있을 때, 일찌감치 그를 알아본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타깝지만 여기(대학로)를 뜰 상이야.” 공연 관계자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을 붙여야 할 일이었지만, 결국 그 말은 현실이 됐고 김선호는 지금 데뷔 이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과 tvN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한창 주가를 높여가고 있는 그의 차기작도 결정됐다. 바로 연극 [얼음]이다. 금의환향이 맞다.

김선호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계기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이다. 이 프로그램은 몇 차례 재정비를 거치며 다소 엉뚱한 캐스팅처럼 보이는 김선호를 영입했고, 그가 기존에 합류했던 배우들의 뒤를 이어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줄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어떻게? 머리에 새싹을 달아주면서. 그리고 아주 해맑은 얼굴로, 김선호는 첫 방송부터 두 번째 방송이 이어지는 내내 머리에 작은 새싹을 달고 ‘예능 새싹’이라는 별명을 부여받은 채로 어리숙한 모습을 쭉 보여주었다. 다른 멤버들이 미련하다는 식으로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핀잔을 줘도 김선호는 웃었고,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들어가는 그의 얼굴은 핀잔은 주되 화는 낼 수 없게 만들어서 장난기 가득한 멤버들의 타깃이 되고는 했다. 심지어 김선호는 이제 그 선량하고 해맑은 미소를 띠고 멤버들을 배신하고, 놀리는 데에 동참해서 거꾸로 웃음을 주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그야말로 새싹이 커서 꽃을 피우고 있는 셈이다.

이런 그의 이미지는 드라마 속에서 그가 보여줘 왔던 이미지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장난을 치되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 것 같은 순한 이미지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2017년부터 쭉 드라마에 출연했고, [1박 2일] 즈음 방송된 tvN [유령을 잡아라]는 현재를 그의 정점이라고 여기고 1막과 2막을 나누었을 때 1막의 마지막 신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능력은 있지만 숨겨진 아픔을 안고 고위직으로 가길 거부하면서 신입 형사 유령(문근영)을 파트너로 맞아 매번 그 어처구니없는 열정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마는 지하철경찰대의 사수.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여기서도 그는 유령을 쫓아다니며 울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바른 태도를 지닌 순하디 순한 남성이었다.

[스타트업] 속 김선호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에서 거대 투자 회사의 냉정하고 이성적인 팀장이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잘 깨치지 못하고 두근거림과 설렘을 꾹꾹 억누르며 도무지 쌈닭 같은 근성은 보여주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김선호가 하고 있다. [거미여인의 키스]나 [트루 웨스트]처럼 해맑은 모습과는 거리가 먼 연극 작품에도 도전했던 그이지만, [옥탑방 고양이] 때의 해맑음이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던 것도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으면서 해맑게 상대를 보며 웃는 착실한 남성. 그렇다고 유머라곤 없을 것 같은 딱딱한 인상도 아닌, 그저 정직하게 웃음이 나면 웃고 울고 싶으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모습. 심리 스릴러의 외연을 띤 연극 [얼음]은 이런 모습을 조금 지워내겠지만, 김선호의 따뜻한 느낌과 선량한 느낌으로 그가 맡은 형사는 극 안에서도 자신만의 선택을 할 것이다. 마치, 가장 뜨거울 수 있었던 순간에 자신이 시작했던 무대로 다시 돌아온 그처럼.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솔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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