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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끝이란 게 없으면 좋겠어요"

2020.11.27GQ

헨리는 긴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음악을 통해 자신이 어디쯤 있는지를 보여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더욱 헨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코튼 폴로 셔츠, 옐로 와이드 팬츠, 플라워 모티프 링, 나파 가죽 벨트, 그린 클립 백, 더 바운스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배경음악처럼 촬영장에 웃음이 빵빵 터졌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일부러 뭘 의도해서 하진 않았어요. 무엇이든 재미있게 해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다고, 그런 생각으로 하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같이 느끼는 것 같아요.

사실 헨리에 대해 보통 그런 예상을 해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북돋우는 사람이라고. 저도 사람들에게 받는 기운이 있어요. 다른 인터뷰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가끔 지치거나 기분이 처질 때 일부러 사람이 많은 곳에 가요. 같이 사진을 찍거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웃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생겨요.

올해는 뛰어난 실력과 재능을 가진 사람, 많이 만났죠? 네.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서 평소 만나고 싶은 뮤지션들과 함께 버스킹 무대를 꾸몄어요. 이소라 누나와 듀엣도 했고요. 아티스트로서 제 자신에 대해서 더 아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곁에서 많은 걸 배웠고 큰 자극이 됐어요. 음악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었는데 준비하고 있는 앨범에 이를 담았어요.

음악 영재들을 만나 일일 클래스를 해주고 즉석에서 같이 공연을 하는 유튜브 시리즈 ‘같이 헨리’도 빼놓을 수 없어요. 꼭 챙겨 보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져요. 고마운 말이네요. 지금 같은 반응도 그렇고 ‘같이 헨리’를 보고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거나 학교에서 이걸 틀어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얼마나 잘할까 싶었는데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제가 봐도 정말 잘해요. 스스로 겸손해지고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리고 아이들과 있으면 참 좋아요. 저도 어려지는 것 같아서.

브라운 시어링 코트, 볼드 라운드 링, 화이트 미디엄 셸 백, 모두 보테가 베네타.

데님 크롭트 셔츠, 인디고 데님 팬츠, 더 바운스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모자는 에디터의 것.

그래서일까요? 어린 음악가들과 즉흥 연주를 하는 것도 멋지지만 ‘헨리 삼촌’이 아이들과 교감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게 돼요. 눈높이에 맞춰 음악을 알려주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다가 공연을 할 땐 이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넌지시 한 걸음 물러나죠. 아이들을 편하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를 친구처럼 여겼으면 해서 장난도 많이 치고 일부러 오버도 해요. 제가 원래 유치한 면이 있어서 잘 맞는 것 같아요. 외모 때문에 그런가, 아이들이 저를 별로 무서워하지도 않아요.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걸지도 몰라요. 목표, 꿈에 대해 물어보던데 그 친구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말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게 가장 안타까워요. 저도 음악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했다면 평생 후회했을 거예요.

“재밌는 게 제일 중요해”라고 강조하는 헨리 덕분에 아이들은 몰랐던 음악의 재미를 차츰 알게 되더라고요. 맨 처음 음악에 재미를 느꼈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여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싫었어요. 어머니가 시켜서 억지로 했거든요. 그런데 열한 살 때 처음 나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뿌듯하기도 했고 무대에 서는 즐거움을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음악을 즐기면서 열심히 했어요.

지금은요? 음악에서 어떤 재미를 느껴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걸 아름답게, 예술적으로 담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람들이 그걸 듣고 공감하거나 뭐라도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비긴어게인 코리아>를 하면서 음악만큼 위안이 되는 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포켓 디테일 셔츠, 울 개버딘 팬츠, 실버 펜던트 네크리스, 레드 나파 가죽 벨트, 블랙 클립 백, 더 바운스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라벤더 니트 베스트, 와이드 울 팬츠, 실버 펜던트 네크리스, 체인 모티프 실버 링, 모두 보테가 베네타.

블랙 롱 트렌치코트, 그레이 플란넬 셔츠, 인디고 데님 팬츠, 볼드 라운드 링, 더 바운스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화이트 메시 니트 톱, 딥그린 와이드 팬츠, 레드 러버 토트백, 옐로 나파 가죽 벨트, 모두 보테가 베네타.

와, 저도 공감해요. 올해 헨리는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꿈을 심어줬어요. 그 선한 영향력이 헨리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이유라는 걸 말해주고 싶네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음악 말고는 보답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중인데 좋은 피드백이 많아서 다행이에요.

자신의 재능에 대한 어떤 책임감도 있나요? ‘같이 헨리’에 출연한 트럼펫 신동에게 “네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최대한 많은 사람한테 알려줄 책임이 있어”라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재능이 뛰어나고 소질도 많은 친구예요. “내가 만난 뮤지션들 중에서 네가 톱인 거 같아”라는 얘기도 해줬는데 그 친구에게만 주어진 재능이니까 나름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썩히지 않고 잘 가꿔서 세상에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요. 저도 얼마 되지 않는 재능이지만 그러려고 노력해요.

왜 그래요. 뛰어난 음악성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게 누구인데요.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도 제철소의 다양한 기물을 두드려 채집한 소리로 완성한 버스킹이었죠. 아티스트로서 어느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단계요?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몇 가지 단계를 지나긴 했구나, 싶어요.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어요. 뭘 해야 되는지조차 몰랐어요.

그다음에는요?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어요. 남들 시선을 신경 쓰고 나를 어떻게 볼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일 힘들었을 땐 무대에서 소리를 내질 못했어요. 이제는 괜찮아요. <비긴어게인> 시리즈를 통해 깨달은 게 있어요. 음악은 재미있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그래서 실수를 해도 괜찮다. 그동안 중요한 걸 잊고 살았어요.

만약 아무런 제약 없이 꾸밀 수 있다면 머릿속에 어떤 무대가 떠올라요? 코로나 사태 이후 공연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팬들이 그립고, 관객이 주는 에너지가 소중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스케일이 큰 무대를 해보고 싶어요. 오케스트라도 있고, 화려한 퍼포먼스도 합쳐놓은.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보여주는 거예요.

딱 헨리 같은 무대일 것 같아요. 유쾌하고 즐거운 영상을 만들어 SNS 계정에 공개하는 걸 보면서도 헨리답다고 생각했어요. 혼자서 만든 건 아니에요. 회사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많이 도와줘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하나 알려줄래요? 챌린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오래전 사진 속 의상을 똑같이 입고 사진을 찍는 방식이에요.

블랙 울 블루종, 그린 패딩 베스트, 메시 니트 톱, 와이드 울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블랙 울 블루종, 그린 패딩 베스트, 메시 니트 톱, 와이드 울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그레이 울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메시 니트 톱, 와이드 울 팬츠, 라벤더 와이어 네크리스, 모두 보테가 베네타.

새 앨범도 궁금해지네요. 6년 만에 발표하는 미니 앨범인데 헨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가장 솔직한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최대한 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노래들로 채웠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지 알 수 있게끔. 아까 말했듯이 남들을 의식해서 이건 이래야 좋아하겠지, 하며 앨범을 만든 적이 있어요. 좋은 방법은 아니었어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남들이 알아주길 원하나요? 그런 게 아니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하는 시기가 됐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을 건드리는 곡은 뭐예요? 하나를 꼽는다면 ‘JUST BE ME’. ‘나는 나대로 살아도 괜찮다’라는 마음을 잘 드러낸 곡이에요.

앨범 제목이 ‘JOURNEY’ 맞죠? 이 단어야말로 헨리라는 사람을 가장 적절하게 묘사하는 것 같아요. 한국어로는 ‘여행’보다 ‘여정’이라는 의미가 더 정확할 거예요. 저만의 스토리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제목으로 썼어요. 기억에 남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여럿 있거든요.

그게 뭔데요? 캐나다에서 나고 자라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배우기 시작해서 열여덟 무렵 아이돌 오디션에 발탁돼 한국에 왔어요. 또 데뷔 후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며 활동했고, 예능 출연을 통해 꽤 많은 사람이 저를 알게 됐어요. 미국과 중국에서 영화를 찍기도 했고요. 휴, 생각해보면 긴 여정이에요. 음악을 통해 제가 어디쯤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예전에 만났을 때도 얘기했지만,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서 자신에게 특별한 노래로 god의 ‘길’을 소개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가사가 다른 의미로 와 닿는다고 했어요. 요즘 혼자 부를 땐 어떤 생각이 들어요?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예전에는 이 여정의 이유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면 지금은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 의지대로. 대신 그 길을 저 혼자서 가진 못해요. 주변 사람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정의 끝에는 뭐가 있을지 생각해본 적 있어요? 끝이란 게 없으면 좋겠어요. 계속해서 이 길을 가고 싶거든요.

시어링 코트, 레드 크레이프 셔츠, 레드 와이드 팬츠, 화이트 미디엄 셸 백, 더 바운스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화이트 메시 니트 톱, 딥그린 와이드 팬츠, 옐로 나파 가죽 벨트, 볼드 라운드 링, 플라워 모티프 링, 레드 러버 토트백, 모두 보테가 베네타.

블랙 블루종, 그린 패딩 베스트, 메시 니트 톱, 와이드 울 팬츠, 플라워 모티프 링, 모두 보테가 베네타.

    에디터
    김영재, 이연주
    포토그래퍼
    강혜원
    어시스턴트
    박지윤
    헤어
    권도연
    메이크업
    김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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